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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동양화·목판 관계성에 주목한 '유근택 목판', 예술성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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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전통, 현대적 재해석한 회화 목판 드로잉 등 160점
1980년대후반~최근작, 유근택 예술 세계 한눈에 감상
성북구립 '유근택 : 오직 한 사람' 展, '유근택 목판' 첫전시

언젠가부터 국내 화단에 한국화·동양화 전공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유근택(59)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 30여 년간 한지에 수묵채색을 하는 동양화의 전통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해왔다. 그리고 단단하게 자신의 미술세계를 뿌리내린 드문 작가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 일상, 환경, 사회 등을 주제로 실험적이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회화, 드로잉, 조각 등 ‘그리기’에 관한 매체 탐색과 끊임없는 실험을 바탕으로 동시대, 일상의 장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립미술관(관장 김보라)이 마련한 '유근택 : 오직 한 사람'전은 유근택의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안성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견 작가 연구를 목적으로 한 성북구립미술관의 야침산 기획전시"라 밝히고, “동양화와 목판의 관계성에 주목하며 유근택의 목판에 관한 작업관과 그 세계를 조명하는 첫 전시로,  수십 년 동안 작업해 온 수백 점의 목판 작업들 중, 시기별 상징적인 주요 작품을 선별하여 구성했다”고 소개한다. 

 

전시작은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초기 작품부터 2024년 최신작을 포함하여 회화, 목판, 드로잉 등 160여점으로 유근택의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시기별 상징적인 주요 목판 작품 140여 점을 포함해 성북의 풍경을 만끽하게 하는 300호 이상의 대형 신작 시리즈, 그리고 미발표 작업을 포함한 15점의 회화 작품이 함께 나와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유근택의 목판'으로 불러야 할 신선한 목판 작업들이다. 목판 원판과 목판화는 물론, 목판을 파내면 나오는 나무 부스러기를 오롯이 모아서 오브제를 만들어서 독특하고 새로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그의 목판화는 일반 목판화는 차별화된다. 일반 목판화는 나무가 목판을 위해 존재하는 소재일뿐이다. 유근택은 나무 자체의 물성에 주목한다. 

'목판'이라 하면  '판화의 장르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근택은 판목 자체가 또다른 고유한 메타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칼로 페인팅하는 작업이에요. 마치 회화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면, 제 목판은  '칼을 붓 삼아 그리는 그림'이라 설명할 수 있겠어요"란다.

 

20년간 성북동에 거주해온 유근택은 성북을 작품의 배경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아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호흡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회화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져왔다.  

"회화 혹은 수묵 등 작업의 여정에서 목판은 항상 제겐 일종의 지하실 같은 존재였어요. 지하실에서 저의
내면이나, 회화적인 열정, 또 회화 작업에서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을 목판으로 대신 만족감을 채운다던지,  제겐 회화와 목판이 항상 상관관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목판화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는 제 목판에 대한 그 전반적인 세계를 조명하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작가는 대학 3학년때인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독일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Emil Nolde)의 목판화 '예언자'를 보고 목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작품이 너무나 신선해서 바로 학교로 달려가서 다소 표현주의적인 성향의 목판을 시도했노라고 밝혔다. 

그는 나무를 쓸 때 수목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 말하자면 아무 나무나 소재로 쓴다.  심지어 구들장 했던 나무, 간판, 현판했던 나무까지 썼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중에는 '부동산'이라 적힌 나무판도 나와있다.  

 

1997년 호암미술관에서 박생광 회고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시도한 작품들도 보인다. 전시장 한쪽에는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또다른 쪽에는 실험적인 재료와 자신만의 기법을 통한 새로운 작품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작가 유근택을 말해준다.   

 

 

전시는 총 2개 부분으로 구성됏다. 
첫 번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근택이 만난 장면들을 그린 ‘당신의 계절: 땅 위에 서서’. 

제 1 전시실에서는 ‘비’, ‘눈-내가 온 길’, ‘말하는 정원’, ‘봄, 세상의 시작’, ‘풍경’ 연작 등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성북동 일대 풍경을 그린 대형 신작과 미공개 회화가 소개되어 있다. 

 

두번째인 제2전시실 전시가 오히려 하이라이트다. 대학 시절부터 해왔으나 이제야 세상에 내놓는 '유근택 목판 작품'을 선보인다. 명암이 빚어낸 ‘조각적 드로잉’을 보여주는 ‘나무의 방: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이다. 전시 벽면에는 목판화를 설치하고, 중앙에는 오롯이 그 자체로 예술성을 보이는 이채로운 목판들을 설치했다. 

 

이 곳에서는 유근택의 목판에 관한 작업관과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작업해 온 수백 점의 목판 작업들 중, 활동 시기별 중요하고 상징적인 주요 작품들이 신선하다. 

칼과 나무를 사용해 그리고, 세우고, 붙여 나간 150여 점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마치 말을 거는 듯 생명력을 보인다.  1987년 초기작인 ‘초상화’부터 할머니, 아들과 아내를 포함한 가족사, 인간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담은 모습들과 사회사적인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감정과 기묘한 표정들, 주변의 마을 풍경과 정물, 성북동 창 너머의 장면들까지.  유근택의 목판은 '조각적 드로잉'이라 말할 수 있겠다. 

 

유근택은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호흡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 회화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져왔다”고 말한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정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충남 아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갤러리현대(2023, 2017, 2012), 뉴차일드갤러리(2022), 대구미술관(2022), 사비나미술관(2021, 2009, 2004), 성곡미술관(2017), 일본 도쿄의 21+Yo갤러리(2016, 2008, 2005)와 타마미술대학교 미술관(2016)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6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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