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테니스'파문으로 곤경에 처해있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30일 오후 동국대를 찾았다.
활짝 개인 하늘, 농구 코트장에 넘실대는 청년들의 함성. 대학 캠퍼스의 봄은 여기저기 수줍게 피어난 화사한 진달래꽃 자태와 함께 농익은 봄을 연상케 했다.
'청년의 꿈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시장은 예상했던 대로 강연장 주변을 가득 메운 수십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들의 싸인공세에 휩싸였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지 않냐'는 시장의 유머에 '카르르'웃음을 터트린 청년들. 이 시장은 분명 고수의 정치인 다웠다.
미국방문 일정마저 앞당겨 헐레벌떡 귀국을 서둘렀던 초조한 대권주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특강이 진행된 강연장 밖에선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시위와 퍼포먼스가 이어졌지만 이 시장 도착과 함께 순식간에 규탄 자리를 뜬 카메라 행렬은 어린 학생들을 뜨악케 했다.
약 70여분간 진행된 강의내내 이 시장은 '일자리와 나'를 역설했다. TV드라마를 통해 익히 알고있던 젊은 이명박의 입지전적 현대건설 입사스토리와 정주영 회장과의 드라마틱한 만남.
대한민국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첨단분야에도 중점을 둬야 하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발전하는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 시장의 '경영 행정'론엔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국가 경영자'의 '역할'이 은근히 도드라졌다.
이날 이 시장의 동대 특강은 웬지 게운치 않았다. 총학생회는 출범 공약으로 '정상에 선 사람들'과의 자리마련을 학우들에게 약속했고 그 첫 주자로 지난해 12월 이 시장을 초청했지만 시간에 쫓긴 이 시장은 이제서야 강연을 수락했다는 설명이다.
'황제 테니스'로 곤경에 처한 시장.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공무원 노조와 여론의 뭇매 속에서 이 시장은 함박 웃음과 함께 대학 특강을 택했다. 그리고 멋지게 일자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이시대 고학력 예비 실업자들에게 '일과 꿈'을 잃지 말것을 고했다.
황제 테니스 파문을 뒤로 한 채 대학으로 간 시장. 1천여 학생들의 박수갈채와 카메라 셔터. 작년 12월에도 가지 못했던 대학 특강을 그는 '황제 테니스'파문이 뜨거운 이 3월에 감행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