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낙선뒤에 발송된 정치인들의 편지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진실성을 새삼 곱씹게 된다.
경선이 됐든, 본선이 됐든 이긴 사람의 편지보다는 패자 정치인의 감사편지에 기자들이 일반적으로 더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7월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미래모임 단일후보 선거에서 낙마한 임태희 의원이 6월30일 새벽편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아쉽지만 멋있는 역전패를 당했다"며 "깨끗이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말문을 연 임의원은 "0.43점 차이로 탈락했지만 설혹 0.0001%를 졌더라도 승복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표로 따지면 1표도 안되는 억울한 점수로 떨어졌기에 제가 맨앞에 서서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 뛴다면 가장 억울한 임태희도 뛰는데 다른 사람이 안 뛰어 주겠냐"며 겸손한 패자의 갈길도 함께 밝혔다.
한나라당 중도.소장 모임인 '미래모임'은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110명으로 구성된 말그대로 한나라당의 '희망 모임'을 자처한다. 내달 1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5명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어떻게든 골인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임 의원은 "미래 모임이 단일후보만 선출하고 사라지는 단발성 모임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미래모임은 정치인의 미래가 아니라, 국민의 미래, 당의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기에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솔직히 아쉽다"는 마음도 함께 토로했지만 '미래모임'의 틀 속에서 자신의 노력이 녹아내릴것임을 분명히 한 임 의원의 편지는 한나라당의 또다른 모습을 엿보게 만든다.
하지만 임 의원의 새벽편지가 배달되던 같은 날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며 마산갑 재선거 불출마를 알려온 5선의 강삼재 전 의원의 편지는 차라리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려는 저에게 한나라당이 철저한 배신의 칼을 꽂았다. 오늘 제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고 지켜왔던 한나라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신의를 저버린 정당, 뿌리도 바탕도 부정하는 정당에 헌신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두 낙선의원의 각기 다른 두장의 편지. 한나라당의 노는 국민의 바다에서 제방향을 잡아 가고 있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