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을 경영하던 한 지방 시의원이 있었다. 민선 3기 때 얘기다. 이 시의원의 비즈니스 능력이 얼마나 탁월했던지 시청사 행사장 곳곳에서 ‘꽃집 시의원’ 화환이 활개를 쳤다. 교묘하게 사업자 명의를 친인척 등으로 가장했지만 그에겐 늘 ‘꽃집 의원’이란 닉네임이 임기 내내 따라다녔다.
서울시의회도 ‘꽃집 시의원’?
그런데 민선4기 문을 연 서울시의회를 들여다보니 시의원들의 겸직현황이 만만치 않다. 전체 106명중 72명이 의원직 외 겸직상태로 드러났으며 특히 건설과 건축, 부동산업종에 종사중인 시의원은 전체 의원의 24%인 18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가 지난 3일까지 약 보름간에 걸쳐 서울시 광역의원 106명의 겸직현황을 집계한 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역시 ‘꽃집 의원’꼬리표를 떼기가 쉽지는 않을 모양인데…. “직무관련성 있는 겸직을 통한 영리행위로 인해 발생가능한 이해충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야무진 포부와 함께 밝힌 참여연대의 서울시의원 해부. 그 내막은 이렇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7대 당선자 중 건설.건축과 관련된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 의원들이 건설위원회, 도시관리위원회에 배정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약국을 경영하거나 식품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의원들이 보건사회위원회에 배정되는 경우나 서울시로부터 중소기업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의원이 재정경제위원회에 배정될 경우 이해충돌 발생은 더욱 불가피 하다는 것.
106명 중 72명이 의원 외 겸직
이번 조사에 의하면 7대 서울시의회 광역의원 106명 중 72명(67.9%)이 의원직 외에 따로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중복 포함 75명) 건설.건축.부동산 관련자가 18명(24.0%)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기타 14명(18.7%), 보건·복지관련자 10명(13.3%), 제조업, 교육 관련자 각 7명(9.3%), 경제·금융 4명(5.3%), 요식업, 의류업, 유통업 관련자 각 3명(4.0%), 언론 2명(2.7), 물류, 법률 각 1명(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건설·건축·부동산업종에 겸직하고 있는 의원의 경우 해당 업체(직종)가 토목건축, 주택건설 및 공급판매, 환경보호 및 공해방지사업, 부동산임대 및 중개매매업, 도로포장 공사업, 주차장운영 및 관리업, 소방설비 공사업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들이 건설위원회, 환경수자원위원회, 교통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의 상임위에서 활동할 경우 겸직을 통한 영리행위와 시의원 직무수행 간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측은 구체적으로 해당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해 시선을 모았다. “건설.건축과 관련된 겸직을 가진 김기성, 이상용, 김기철, 박병구, 김분란, 유재운, 이남형, 최홍규, 진두생 의원 등이 건설위원회와 도시관리위원회에 배정되면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또 임대업이나 재개발 사업 등 도시계획과 연관된 직업에 종사하는 조달현, 한기웅, 유관희, 이종학, 이진식, 김갑용, 신영선 의원 등이 도시관리위원회에 배정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건설겸직 의원 건설위 배정 막아라’이밖에도 참여연대는 “남재경, 최홍우, 배대열 의원과 같이 요식업에 종사하거나 이대일, 임승업 의원과 같이 복지재단이나 복지법인에 겸직을 갖고 있는 의원 그리고 이병직, 서정숙, 나은화 의원과 같이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의원들이 보건사회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되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재홍, 김귀환, 나주형, 이종은, 윤종용, 이한기, 정연희, 김광헌, 정승배 의원 등과 같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의원들은 중소기업육성기금을 관장하는 재정경제위원회에 소속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천휘, 김우태, 도인수 의원과 같이 금융 관련 겸직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이해충돌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라’
따라서 참여연대측은 △현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지방의원의 직무관련 겸직을 통한 영리행위를 제한하고 △공공기관과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거래제한 강화와 △자치단체 선출직 공직자의 겸직 등록 의무화 △지방자치법 제척조항을 강화, 사적이익 추구로 인한 의사결정의 공정성 침해를 사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열사람이 한도둑 못지킨다’는 속담처럼 의원 스스로 영리관련 겸직을 사퇴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윤리실천 규범(조례)등의 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따끔한 일침도 함께 내논 시민단체.
가뜩이나 한나라당 일색의 지방의회가 뼈저리게 실감할 민선4기 지방자치 훼손 우려속에서 한 시민단체의 일침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방의원은 거래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 33조 2항은 ’지방의원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된 시설 또는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와 직접 관련된 영리행위만을 제한하고 있어서 지방의회 의원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로 인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우 해당 지역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고 직무가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포괄적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기업이나 단체를 통한 영리행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