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논술 비중을 높인다는 입시안이 발표되자 각 고교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지방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아지자 지역 고교들은 논술 대비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논술학원이 턱없이 부족한 군 단위 지역 고교생들은 통합교과형 논술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에서 학교에서 하는 논술강의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어려움은 더욱 크다.
입시안이 발표된 후 지방의 몇몇 고교에서는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만 학년별로 20여명씩 모아 평일 방과후나 토요일 오후에 논술 지도를 시도하고 있지만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한다고는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경주의 한 교사는 "학원이 없으니 학생들이 의지할 곳은 학교 뿐인데 당장 통합교과형 논술을 가르치려니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들도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결국 대도시에서 강사들을 초빙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하는 수강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서울의 이름난 논술 강사 모셔오기도 한창이다. 경북 안동고는 올해 1학기부터 서울 학원가의 논술 전문 강사를 초빙해 논술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 한 명당 부담하는 금액은 30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서울에 가서 강의를 듣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서울대 입시안 발표 이후 신청자는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고교 2학년 딸을 둔 충북 청주의 김선미(34세)씨는 학교에서 따로 논술 대비를 할 수 없어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논술 학원에 보낼지 고민하고 있다. 청주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논술 강의를 듣는데만 30만원에서 5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다. “갑자기 자연계까지 비중 높은 논술 시험을 치른다니 당황스럽다. 몇몇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논술 대비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으니 결국 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겠냐. 돈 때문에 애 교육을 안시킬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같은 서울대 입시안 발표에 각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교조는 "논술과 면접의 강화는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의 전면 부활"이라고 주장하며 "사교육 인프라가 없는 지방 아이들은 거대한 절망의 벽 앞에 서게 됐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