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통제권은 군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작통권이 규율하는 범위는, 전쟁수행은 물론이고, 평시 경계, 전투대세 유지 및 검열, 작전부대 이동, 포로 석방, 대민지원 등이다.
한국군대의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현재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부가 가지고 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미군이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작통권이 미군에 있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군대를 통제할 권리를 맥아더에게 이양한지 60여 년 동안 한국은 작통권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 작통권은 전시와 평시로 나뉘는데 평시에는 한국군이, 전시에는 미군에 행사한다.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인 군대에 대한 통제권을 전시와 평시로 나누고 평시작전권만 한국군에 돌려준 것이 1994년 12월 1일이었다. 물론 평시에 군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수해복구 작업에나 쓸모가 있을 뿐이다.
참여정부가 작통권 환수 계획을 밝힌 뒤 한국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 9일 "적어도 서울은 이제 외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시대로 확실히 가는데,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 같지만 어쨌든 10년은 걸리지 않는다"면서 "5년 남짓한 세월 안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스스로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런 변화가 노태우 대통령 때 북방외교가 이뤄지고 남북 협상할 때 기본합의서 하자고 해서 된 것"이라며 "용산기지 문제, 작통권 부분도 그때 대부분 가닥이 잡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작통권을 쉽게 내줄 것 같지 않았던 미국 정부가 2009년까지 한국에게 이양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가 가능한 2012년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로 예정된 한미연례안보협의의(SCM)에서의 합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북 대비 군사력이 약하다는 국방부 기만이거나 무능이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작통권환수 계획을 밝히자 한국 사회는 또 다시 찬성, 반대로 양분됐다. 우선, 수 십 년 동안 작통권 환수를 주장해왔던 진보진영에서는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작전통제권을 주권국가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국 군대의 통제권을 되찾아오는 것을 반대하는 '애국지사'들이 넘치고 넘치는 상황이다. 보수진영에서는 "한국군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작통권의 환수는 안보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또, 보수진영에서는 "한미동맹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미국정부가 작통권 이양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심기를 건드려서 그런 것"이라고 화살을 참여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이와같은 작통권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을 가진다. 북한 대비 군사력우위, 한미동맹 문제다. 찬성과 반대를 보이는 진영 모두 이 두 소재를 놓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우선 북 대비 군사력을 보자. 수 십 년 동안 한국 국민은 북한의 남침위협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왜냐하면 공포가 상존하는 것이 통치자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통치자들은 항상 북의 군사위협을 과대포장하고 한국군의 군사능력을 감추는 방법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극대화시켰었다. 그러나 한국군의 능력은 -북에 비해-약하지 않다. 1974년 율곡사업 이후 한국은 북한보다 7~8배 많은 군사비를 투입해왔고, 오늘날에는 북한의 GDP보다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아직 능력이 부족해 작통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거나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능력 부족의 대표적인 분야로 거론되고 있는 정보력 역시 북한은 장님에 귀머거리 수준인 반면에, 한국군은 백두·금강 사업을 통해 꾸준히 정보력을 향상시켜왔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물론 한국군의 정보능력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도 북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
한미동맹과는 아무 상관없다작통권 환수는 ‘전략적 유연성’의 시작
다음으로 작통권이 환수되면 한미동맹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 그러나 작통권 환수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미국이 주지 않으려는데 한국이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에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할 계획이었고, 이를 한국 정부에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는 작통권 이양을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로 해석하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작통권은 전시와 평시로 이원화 되어 1994년 12월 평시 작통권만 이양 받게 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은 왜 작통권을 넘겨주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신 군사전략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동맹 재편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동맹 재편 전략은 동맹국의 능력 및 미국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미국 패권주의 힘의 원천’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특히 중국에 대한 봉쇄와 포위망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적인 동맹국으로 한국과 일본 및 ‘새로운 동반자’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지목하고, 이들 국가들에게 힘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의미와 함께, 자국 무기의 수출 증대로 인한 짭짤한 수입까지도 보장해주는 ‘두마리 토끼’이다.
작통권 이양하고 주한미군은 날고!작통권을 이양한 후 대북 억제 및 방어에서 한국군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한미 간의 역할 분담이 재조정되는 것이 미국의 밑그림이다. 이 밑그림이 완성되면 한국에 묶여있던 주한미군은 필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군사 행동, 중국에 대한 군사 활동, 세계 도처의 분쟁 지역에 신속한 투입 등 그야말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세계를 누비는 멀티플레이 군대, 바로 미국이 추진하는 ‘전략적 유연성’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히려 안보위협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이 세계를 누비는데 왜 안보위협이 늘어나냐고? 예를 들어 중국-대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한미군이 출동하려한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미연합사라는 틀이 미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작통권이 이양되고 한미연합사라는 틀을 벗어던진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마음껏 발휘할 수 있으며, 한반도에서 출격한 전투기가 분쟁지역 곳곳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작통권 환수에 찬성을 보이는 진영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은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한미동맹 문제에 접근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작통권 환수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는다.
작전통제권, 어떻게 변해왔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20일 후인 1950년 7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 사령관인 맥아더에게 넘기면서 한국의 주권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후 작통권 변천 과정을 보면 한국전쟁 이후부터 한미연합사 창설 이전인 1978년까지는 유엔사 사령관을 겸직한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었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작통권은 한미 합참 의장을 대표로 한 군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연합사 사령관을 겸직한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4년 12월 1일부로 평시 작통권이 한국군 합참 의장에게 넘겨옴으로써 한미연합사의 작통권은 평시와 전시로 이분화됐다. 전쟁에 대비하는 조직인 군대의 지휘권이 전시와 평시로 나눠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평시 작통권마저도 온전히 한국이 보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평시 작통권의 핵심적인 사항들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에 의해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이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 관리 및 작전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와 평시의 구분 권한이 미국 측에 있어 사실상 전시 평시를 막론하고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작전계획의 수립, 군사 훈련의 기획 및 주관 등 평시의 핵심적인 권한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평시 분리, 유사시 통합’의 지휘구조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병렬형 체제인 미일동맹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통제체제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