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함께 단 하루라도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와 비폭력의 날을 만들어보자는 소박한 바람은 폭력과 전쟁, 테러로 얼룩진 오늘날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 매일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과 폭력으로 어린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모두가 원하지만 이루지 못하는 꿈과 같은 일을 실현해 보기 위해, 또한 인류에게 서로 싸우지 않는 평화와 비폭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날이 바로 UN에서 정한 “세계 평화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ace)”이다.
1999년 영국의 평화활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제레미 길리(Jeremy Gilley)가 만든 영화 “평화의 하루(Peace One Day)”을 시발점으로 세상에 ‘전쟁과 폭력이 없는 하루’만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를 지지한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과 UN총회는 1981년에 이미 지정되어 있던 “세계 평화의 날”(매년 9월 세째주 화요일)을 9월 21일로 바꾸고 세계적으로 휴전과 비폭력의 날(a day of non-violence and cease-fire)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날만큼은 UN 회원국 모든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이 폭력 없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매우 상징적이고 뜻 깊은 하루이다.
매년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사회, 학교 등에서는 9월 21일 하루만이라도 세계의 모든 폭력과 전쟁을 멈추는 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활동들을 펼쳐왔다. 올해도 세계 176개 국가에서 다양한 평화의 날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UN 본부에서는 코피 아난의 평화의 종 타종행사와 모하메드 알리 등 7인의 특별 평화메세지 낭독이 이어지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GPPAC 동북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 평화의 날 행사에는 일본의 대형 촛불 평화글씨쓰기, 홍콩의 평화수업, 블라디보스토크의 평화의 시(市) 선언 등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이런 의미 있는 “세계 평화의 날”이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상의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고 비폭력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평화의 메시지를 한국사회 내에 널리 알리기 위해 2006년 9월 21일을 전후해 다양하고 의미 있는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평화의 문화(Culture of Peace)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문화행사 위주로 실시된다. 특히, 다양한 평화단체들에 의해 준비되고 있는 “세계 평화의 날” 기념 평화콘서트 1부에서는 분쟁지역을 돌며 평화콘서트 열고 있는 미국 출신의 흑인 크리스찬 평화 성악가(바리톤) 안토니 브라운(Anthony Brown)이 출연, 세계의 평화를 주제로 음악과 이야기를 꾸며낼 예정이다. 또한 2부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평화음악가 홍순관씨가 자신의 음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콘서트 전반에 걸쳐 평화의 영상을 통해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모습을 생생히 증언하며 관객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평화엽서쓰기’ 행사도 진행된다. 평화콘서트는 9월 21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대한성공회 서울 대성당(중구 정동)에서 열리고 행사 중 평화기금마련을 위한 모금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