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에고 허리는 아프지만 절인배추에 양념쌈 한입 아작 씹을 생각하니 힘이 절로나네.'
국회의원 재선거로 당선, 얼마 안남은 잔여 의원직이니 적당히 한다구요?
웬걸, 경기도 부천소사 차명진 초짜의원. 의정행보가 장난이 아니다. 공부하고, 놀고, 집에 돌아와 열심히 일기쓰는 아이마냥 차 의원이 꼼꼼히 적는 일과는 더욱 적당하곤 담을 쌓았다는데.
"요즈음 동사무소나 복지관에서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가 한창이다. 지난주에도 아침 산행이 끝나자마자 심곡본동 사무소에 갔다. 아직 7시밖에 안 되어서 아무도 없었다. 마당에는 그 날 있을 김장 담그기 행사에 쓸 절인 배추가 그릇마다 한 가득씩 담겨져 있었다.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동네 새마을부녀회장님이 나오셨다. '무슨 일로 왔냐'고 물으셨다.
'오늘 낮에 국회에 회의가 있어서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서 절인 배추나 씻어놓고 가려고 왔습니다'.
회장님도 '마침 절인배추를 미리 씻어놓기 위해 나오셨다'고 하였다.
그래서 '마침 잘 됐으니 우리 둘이서 다 씻어놓읍시다' 라고 말씀을 드렸다.
회장님은 '국회의원이 이런 일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하시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셨다.
그 때부터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돗물을 틀어서 절인 배추를 씻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까 마을 예비군 동대장님이 일찍 출근해서 우리와 합류했다. 그렇게 두 시간 반을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을 하고 나니 얼추 다 씻었다.
그리고 동네 새마을 부녀회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쁘게 생긴 아주머니들이 수고한다며 뜨거운 커피를 타 주셨다. 길가에 흐트러진 배추찌꺼기를 주워 담고 '바빠서 먼저 갑니다'라는 말씀을 드린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침 일을 보고 점심이 되어서 국회로 출근하기 전에 김장쌈으로 만든 점심밥을 얻어먹기 위해 동사무소에 다시 갔다. 그랬더니 난리가 났다. 주민자치위원장님이며 바르게살기 회장님들이 나를 엄청 띄워 주셨다. 삼겹살과 김장속을 듬뿍 넣은 쌈으로 융숭하게 대접받고 든든한 배와 마음으로 여의도 국회로 출근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 이야기를 했더니 그것이 바로 '감동마케팅'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핵분열, 정권재창출, 처음처럼, 안개모임....오늘 하루도 온통 '꿍꿍이'에 몰두한 찌지리 정가. 온선거 당선 의원보다 더 '괜찮은' 재선거 의원의 하루가 파란 겨울 하늘아래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