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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이한철 "내 맘에 드는 노래 해야 남들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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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올해는 인디 20주년. 홍대 앞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이한철(43)의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펑크밴드 '불독맨션'의 리더인 그는 '인디계의 삼촌'으로 통한다. 쉬지 않고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인디 신을 지켜왔다.

최근 역시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이한철은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우디 앨런이 영화를 계속 만들 듯 나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앨범을 내고 싶다. 일상을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재작년과 재작년 불독맨션의 앨범을 낸 이한철은 이달 초 솔로 정규 4집 '봄날'을 발표했다. 3년 만에 솔로 앨범이다. 앨범 제목처럼 섬세하고 감성적인 노래 총 7곡(8개 트랙)이 실렸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만든 노래들 중에서 발랄하거나 나른한 봄 분위기의 곡들을 골라 담았다.

"밴드 작업보다는 솔로 작업을 홀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더 감성적인 부분을 파고든다. 밴드는 합주하면서 합주실에서 곡이 구체화 되는 경우가 많다. 솔로는 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있다가 만들기도 하고. 조금 더 자유분방하고 감성적인 곡들이 만들어지더라."

카페 창문 밖으로 막 비치기 시작한 봄 햇살을 보며 "봄은 출발의 느낌"이라고 눈을 빛났다. 아울러 "채색 의미도 있다"고 했다. "겨우 내내 무채색이었다 점점 자기 색깔을 찾아가니까."

이미 수많은 봄 노래가 있다. 대부분 봄하면 떠오르는 감성적인 곡들이다. 혹자는 이한철의 '봄 노래' 역시 빤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리듬감만으로도 차별화된다. 이한철은 "다른 봄 노래가 산책의 느낌이라면 내 봄 노래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6)의 동명 데뷔작에서 제목을 따온 노래로 듣는 내내 하늘로 도약하는 듯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전형적인 '이한철 표' 타이틀곡 '넌 나의 넘버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한철은 2005년 앨범 '오가닉' 수록곡 '슈퍼스타'가 대박이 나면서 한동안 이한철표 음악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 곡이 비타민 음료 CF에 삽입되는 등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이한철과 밝고 생기넘치는 노래가 동의어가 됐다.

섬세하고 부드러움을 뽐냈던 앨범 '작은방'(2012) 이후 그런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벗었다고 했다. "한번 제 내면을 끄집어 내니 한결 편안해지더라. 스스로도 새롭게 느껴졌다. 밝은 느낌, 어두운 느낌을 오갈 수 있는 균형추가 생긴 거다. 일종의 음악적 밀당이 가능해진 거지."(웃음)

봄날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곡으로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와 함께 한 '봄날의 합창'이 우선 귓가에 감돈다. 무엇보다 브라스(금관악기) 사용에 발군인 이한철과 킹스턴 루디스카가 만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주로 여름에 덩실거리는 스카 장르를 하는 팀인데 로맨틱한 것을 하고 싶다며 내게 연락이 와 작업을 하게 됐다. 브라스는 김현철 형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학 때 현철이 형 음악을 듣고 내내 감탄했다."

앨범에는 이밖에 말랑말랑한 '연애할래요?', 감성적이면서 쓸쓸한 사운드의 '오래된 사진관', 봄날의 아지랑이를 그루브로 표현한 '뿌리', 시인 김소월(1902~1934)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재즈 풍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발군이다.

김소월과 이한철의 조합이 꽤나 어울린다. "음반 '작은방'을 만들 때 가사를 잘 쓰고 싶어서 시를 펼치고 멜로디를 붙이는 연습을 했다. 이후 취미처럼 됐고 습작한 노래도 제법 늘어났다. 김소월 시는 특히 운율감이 좋아 도움이 많이 되더라. 최근에는 기형도 시 중에서 '빈집'과 '엄마 걱정'에 멜로디를 붙였다. 백석의 시도 연습을 했고."

이한철의 스마트폰에 녹음된 '빈집'을 듣는 순간, 기형도의 그로테스크함이 오롯이 느껴지면 '이건 딱 겨울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한철은 "이번 앨범은 계절 프로젝트의 봄편에 해당한다"면서 "2년에 걸쳐, 가을, 여름, 겨울 편을 낼까 생각 중이다. 기형도는 가을 아니면 겨울 편에 담기겠지"라고 눈을 반짝였다.

이한철은 자신이 이처럼 좋아하고 만족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더 많은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다고 했다.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을 곧 발매하는 한대수(67)의 영향이다. 이한철이 존경하는 선배 가수 중 한명이다. 한대수는 이한철에게 시타르(인도의 발현악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대수 선배님은 자신을 위해 음악한다고 하시더라. 난 그 전까지 많은 사람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음악은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다."

20년 동안 자신 만의 자리를 잡고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저보다 워낙 오래 음악하시는 분들이 많아 크게 기념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홍대에서 자리를 지켜온 것에 대해 자축은 하고 싶다. 무엇보다 꾸준히 앨범 낸 것. 후배들도 그걸 좋게 봐줘서 계속 앨범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디 신의 반경은 확실히 넓어졌다고 봤다. "옥상달빛과 요조는 지방 투어를 돈다. 김간지x하헌진, 김대중처럼 블루스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좀 더 다양해지고 활동 폭도 넓어졌다. 그간 K팝만 발전한 것이 아니다. 그런 후배들과 격식, 부담감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계속 활동하고 싶다." 이한철이 있는 한 인디 신은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다.

이한철 '봄날', 발매 기념 공연 4월11일 오후 7시 홍대 앞 벨로주(www.veloso.co.kr), 이한철 페스티벌 공연 5월30~31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사운드홀릭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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