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개혁세력인지 의심되기는 하지만,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의 범진보개혁 세력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두 번째로 시험대에 섰다. 선거연합 전략을 통해 반이명박 표심을 수렴하여 상당수의 지역에서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범개혁진영이 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지자체는 한나라당 일당독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민주노동당 후보가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인 지방정치 실천을 했다지만 이번처럼 범개혁세력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골고루 칼자루를 쥔 적은 없었다. 비록 전체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일년 국가예산의 반 정도밖에 안되고 그나마도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거의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상지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비리로 물러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직원노조, 총동문회 등 상지대 구성원들은 농성, 시위, 삭발, 단식 등의 방식으로 김 전 이사장의 복귀에 반대하고 있다. 필자가 상지대에 온 지도 벌써 17년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이 물러난 지 1년이 지난 때에 이 학교에 부임했는데, 상지대에 온 다음에야 비로소 한국의 사학비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학원정상화 투쟁을 해온 선배 교수들로부터 듣게 된 김 전 이사장 시절의 비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이사장의 친인척들이 학교의 주요 행정을 장악하고 있었고, 입시부정부터 시작해 건물 공사에서의 리베이트 따위는 기본이었다. 상상을 초월했던 �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폐허로 변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한다. 화재,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볼 때면 우리는 그에게 화마(火魔)라는 호칭을 붙여 준다. 한자를 살펴보니 ‘태워버리는 마귀’라는 뜻이다. 얼마나 위협적이기에 마귀 라는 의미를 붙여주었을까 생각해본다.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탄식과 안타까움을 주는 화마를 불러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화재에 대한 무관심과 방심이다.사람들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자기개발, 자녀교육을 위한 투자, 노후를 위한 저축을 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이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과 준비를 한순간에 빼앗아 갈 수 있는 화재에 대해서는 ‘내일이 아니겠지,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 라고 지나치기 일쑤이다.만약 내 집에 화재가 났�
6·2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루어진 야권연대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이었다. 비록 반사이익에 불과했지만 민주당은 어쨌든 반MB연합의 성사로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이제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남아 있다. 민주당은 그때도 연합정치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확실한 것은 2012년의 양대 선거에서는 반MB연합이 6·2 지방선거에서와 같이 큰 의미를 띨 수는 없으리란 것이다. 그때는 정권 심판보다는 미래비전과 대안세력 선택에 더 큰 비중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합정치를 재현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반대의 논리가 아닌 대안의 논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의문은 더욱 구체화된다. 민주당이 과연 그러한 가치연합 혹은 대안연합 형성을 주도해갈 수 있을�
여론이 반드시 정의를 대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론은 때로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여론은 가변적이고, 따라서 불완전하다. 그러나 종교적 사안이나 철학적 논쟁 등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라, 사회기반 시스템을 선택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면 여론은 불안정한 속성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지표를 제공해준다. 6월 2일의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실시된 여론조사(중앙일보 2010.6.8)에 따르면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승리한 까닭에 대해 응답자의 79.2%는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의 잘못’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응답자의 11.2%만이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나아서(8.8%)‘’, 그리고 ‘민주당 등의 야당이 잘해서(2.4%)’ 여당이 참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5.6%는 선거결과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에 동의하�
지난 6월 2일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각 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관심이 유난히 뜨거웠다. 해외 한인들이라고 해서 평소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을 리는 없겠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유독 더 큰 관심이 집중된 것은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재외국민 참정권법)이 개정 통과된 이후 전국적으로 치러진 첫 번째 선거였기 때문이다.참정권법 명칭이 재외동포 혹은 해외동포 참정권법이 아니라 ‘재외국민’ 참정권법인 까닭은 국적 개념을 적용해 시민권자를 제외한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서다. 참정권 ‘허용’이 아니라 ‘회복’인 이유는 지난 1967년 대선 및 총선과 1971년 대선 및 총선 등 4차례에 걸쳐 재외공관원, 월남 파병군인, 지·상사 직원, 독일 광부와 간호사 등에 대해서도 우편투표 방식의 참정권이 주�
BBC의 국제부 에디터 존 씸슨(John Simpson)이 한국의 휴전선 길목에 섰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분쟁의 현장이면 어디든 취재에 나서는 저명한 저널리스트다. 지난 6월 4일(한국 시각) 아침 〈BBC WORLD NEWS〉에서 그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란 제목의 현장 리포팅을 했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두 달 전 남한의 천안함을 쏘라고 북한군에게 명령한 사람이 과연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어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유 장관은 북한군 지도부 갈등과 내부 정치문제를 언급했다. 그런데 왜 BBC는 〈파이낸셜 타임즈〉가 천안함 사건 기사에서 쓴 ‘주장된 바에 의하면(allegedly)’ 같은 부사구를 삭제하고 천안함 사건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했을까. 이 사건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외교적 성공의 반�
감사원은 6월 10일 천안함사건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와 합참의 정책·작전 계통의 직무수행에 대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25명 중에는 군 서열 1위인 이상의 대장을 비롯하여 장성급만 13명, 별이 27개다. 단일 사건으로 이 정도의 징계규모는 93년 하나회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국방부와 합참은 감사결과에 강력히 반발했다. 14일에 이상의 함참의장은 이에 항의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감사원 중간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할 당시 군은 ‘위기조치반’도 소집하지 않은 ‘노는 군대’, 음주 후 지휘를 하지 않고 취침한 ‘술 취한 군대’, 문서를 조작하고 허위보고를 한 ‘거짓말하는 군대’였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그 정도로 군은 타락했을까? 그리고 언론�
이 글은 지난 6월 15일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에서 백낙청 명예대표가 발표한 ‘격려사’입니다. 천안함사건이 몰고온 남북관계의 위기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합조단 발표와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문제제기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글입니다 - 편집자.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6·15남측위 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 그리고 7천만 동포 여러분.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이 되는 오늘, 북과 해외의 동포들과 더불어 민족공동행사를 하지 못하고 남측위원회 단독으로 기념식을 거행하게 되어 서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이 남북교류가 거의 전면적으로 단절된 사태 때문이기에 서운함을 넘어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6·15공동선언을 오랫동안 무시하고 폄하해오던 우리 정부가 최근에 드디어 선제적인 교류단절 선언까지 한 탓�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강부자’ 경제,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악화라는 정책기조가 바뀔지는 의문이다. 촛불시위 때 반성하는 척하더니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이 아닌가.물론 선거과정에서 연대의 첫걸음을 내디딘 야당세력들이 국민의 에너지를 좀더 결집시킬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전쟁 반대, 4대강 죽이기 저지, 무상급식 등 복지체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공동전선을 희망해본다.한숨 돌린 지방선거, 이후가 문제다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4대강사업이나 복지 문제에서는 이명박 정권보다 더 견고한 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GDP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지출을 담당하는 토건업계가 그 하나고, 부자감세 정책을 추동한 재벌이 그 다른
6·2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 중대한 권력변동이 발생했으며, 정치인과 정당은 이 변화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책임으로부터 한발 비켜선 집단들이 있다. 예컨대 정치적 발언을 한 지식인들이 그렇다. 지식인의 정치적 발언은 학문적 명망과 시민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동료 시민들과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이상의 지도적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그만큼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책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에게는 정치인이나 정당처럼 그 책임이 객관적으로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식인의 정치적 발언은 공론장 안에서 그 책임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그런 견지에서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일군의 지식인들이 주도한 하나의 선언과 그 선언의 배경을 이루는 하나의 담론이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천안함사태를 거치면서 강경한 방향으로 치닫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발표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발표한 대북 대응조처가 "전적으로 적절하다"며 강력한 한미동맹과 공조 의지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5월 26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어려움에 처한 한국과 언제나 함께하겠다"며 한국 측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추가적인 제재 부과를 포함한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하고 한미합동군사 훈련 실시 및 대북 군사경계태세 강화를 추진하는 등 이러한 강경기조를 과시하는 듯하다.오바마 행정부는 왜 이렇게 강경해진 것일까? 대선 유세기간에는 적과도 대화를 하겠다고 했고 취임 �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뒤이은 24일의 대통령 담화를 보며 말하자면 또 한번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야 꼭 그랬지만 반복되는 일을 두고 번번이 ‘허를 찔린다’고 하기도 민망한 노릇이고 보면, 찌르는 쪽의 기술을 곱게 인정하거나 찔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단호히 직시해야 하지 싶다. 아무래도 상식과 합리성에 대한 미련이 문제이다. 발표 이래로 많은 지면에서 조목조목 지적했으니만큼 여기서 다시 조사단 발표가 상식적 차원에서 설득하지 못한 점들과 그 때문에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의문들을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TOD 동영상, 버블제트, 잠수함과 어뢰의 성능과 무게와 그것들에 대한 감지기술 같은 것들은 나로선 죄다 이번에 난생처음으로 듣는 얘기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증거들에 대한 논란에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