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자생능력까지 더한 현대캐피탈이 V-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0(25-20 25-19 25-19)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세 세트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작전 타임을 부르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8점과 16점에 도달했을 때 적용되는 테크니컬 타임아웃과 상대 대한항공의 작전 타임만으로도 충분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05년 V-리그 출범 후 한 팀이 작전 타임없이 경기를 마친 것은 현대캐피탈이 처음이다.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20-14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21-18까지 쫓겼다. 자칫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현대캐피탈 벤치에서 부저가 울렸다. 이들의 선택은 작전 타임이 아닌 비디오 판독이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 비디오 판독을 기점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의 추격을 19점으로 막고 무실세트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흐름상 뒤집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분위기를 한 번 끊어주려고 비디오 판독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이때는 작전 타임을 사용해도 무방했다. 자칫 여유를 부리다가 13연승과 2년1개월 만의 단독 1위 도약이 모두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
배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잘 나가던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은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럼에도 최 감독이 뚝심을 갖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위기를 헤쳐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코트 내에서 선수들끼리 만들어내는 플레이가 부쩍 늘었다. 라이트 공격수 문성민의 속공과 개인 시간차, 리베로 여오현의 속공 토스 등은 자율적인 연습이 일궈낸 결과물들이다.
최 감독은 여오현과 최민호가 속공 호흡을 맞추는 대목을 두고 "사실 그동안 경기에서는 써먹지 않길래 3~4일 전에 하지 말라고 했다. '경기장에서 안 할 것이면 왜 연습을 하느냐'고 했는데 계속 하더니 하나 보여줬다"고 흐뭇해했다.
지난해 5위에 그치며 리그 출범 후 첫 봄 배구 진출 실패의 아픔을 겪은 현대캐피탈은 1년 사이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여기에는 최 감독의 믿음 아래 몰라보게 좋아진 선수들의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도 분명히 한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