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시네마 돋보기】 <페어웰>

URL복사

진정을 담은 거짓말
말기암 할머니를 속이기 위한 가짜 결혼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뉴욕에 사는 빌리의 가족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를 위한 가짜 결혼식을 꾸민다. 손자의 결혼식을 빌미로 온 가족이 중국에 모이고 할머니를 위한 파티를 연다.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녹여냈다. 한국계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가 주연을 맡았다. 

 

집단과 집단의 구분과 차이

 

영화는 빌리와 할머니의 전화통화 장면에서 시작된다. 뉴욕에 사는 빌리는 중국의 할머니에게 시종일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할머니를 안심시키거나 염려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이는 할머니 또한 마찬가지다. 배려의 거짓말은 어디까지가 선의일까? 


할머니는 말기암으로 3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미국에 사는 빌리 가족과 일본에 거주하는 사촌 가족은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숨기기로 합의하고 손자의 결혼식이라는 거짓 이벤트를 구실로 중국의 할머니 집에서 모인다. 


빌리는 암에 걸린 할머니에게 병명을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할머니를 속이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중국적 사고방식에 반발한다. 빌리의 상처를 우려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어머니의 선택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또한 빌리의 죄책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영화는 집단과 집단의 구분과 차이에 집중한다. 빌리는 그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할머니는 혈연주의적 배타성을 노골적으로 보인다. 아들과 손녀 빌리에게는 무조건적 사랑을 표현하지만, 자신과 함께 사는 동거인 할아버지나 손자의 여자친구를 비롯한 며느리에게는 비교적 냉담하다. 


할머니의 감성은 빌리의 시각이나 영화 전체의 관점과도 은근히 겹친다. ‘원 밖의 사람들’은 이방인이 보는 낯선 나라의 거리풍경처럼 이질적 존재로 그려졌다. 할머니의 동거인이나 남자친구와 만난지 3개월만에 중국까지 와서 가짜 결혼식에 동참하는 사촌의 여자친구는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 이상의 관계성을 지닌 위치임에도 외부인으로 표현된다. 


할머니의 병에 대해 감정적으로 초연할 수 없을 듯한 동거인 할아버지의 무감정적 표정이나, 수동적이고 자기 표현이 없는 일본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된 사촌의 여자친구는 대상화된 캐릭터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


혈연과 비혈연의 구분처럼, 영화는 미국과 중국, 동양과 서양을 반복적으로 대비시킨다. 호텔 직원은 빌리에게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좋아요?’라고 묻는다. 중국에 사는 고모와 빌리의 어머니는 어느 나라가 좋은지 경쟁적으로 논쟁한다. 


빌리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할머니에게 하고있는 거짓말에 대해 ‘미국에서 이건 범죄야’라고 말한다. 일본에 사는 삼촌이 ‘할머니의 병명을 알려주지 않는 거짓말’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근거로 드는 장면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논쟁이 중국과 미국을 넘어 동양과 서양으로 확장됨을 명확히한다. 


영화는 타문화이자,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빌리는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중국에서도 그녀의 위치는 이방인이다. 중국어조차 서툰 빌리의 눈에 중국의 모든 것은 낯설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고 할머니와 헤어진 이민 초기 시절의 혼란과 공포는 사실 끝나지 않았다.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은 오히려 빌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한바탕 거짓말을 통해 빌리는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감과 중국인으로서의 추억과 정체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힘을 얻는다. 그것은 거짓말에 내포된 사랑과 가족주의, 동양적 가치관에 대한 이해다. 


대부분의 아시아 관객, 적어도 다수의 한국인 관객은 빌리와 나란히 경계선에 서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동양적 감수성은 익숙하긴 하지만 구시대적이거나 부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가 뒤엉켜 있는 현재 동아시아인의 관점에서 집단적이고 가족주의적이라는 단어로 도식화된 동양적 특징들을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힘들다.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차이에 대한 삼촌의 설명은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뉴욕에 없다는 대가족은 아시아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문화다. 


영화는 마치 말기 암에 걸린 할머니에게 병명을 알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중국에 존재하며, 나아가 아시아적 가치관으로 규정짓고 오해하게 만들지만, 한국의 설문조사에서 시한부 판정을 당사자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지 오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유쾌하고 따뜻한 작별 인사는 한국인에게 진부한 것일수도 있고, 발견일 수도 있다. 환자에게 병명을 숨기는 거짓말은 작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권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사랑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페어웰>의 메시지 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유류분 제도' 헌재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적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외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부모와 자녀)의 법정상속분을 규정한 부분도 상속의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에서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는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으로, 특정인이 상속분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77년 도입됐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망인의 자녀와 배우자는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씩 보장받는다. 가령 부모가 두 자녀에게 총 2억원의 유산을 남겼을 경우 각각의 법정상속분은 1억원이며, 유류분 제도에 따라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5000만원을 최소 금액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보장한 민법 1112조 제4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마감시황] 코스피, 외인·기관 동반 매도에 '털썩'…2620선 후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통령실은 25일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4%를 기록했다며 이는 4년 6개월 만의 가장 높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 회담을 앞두고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을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하자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미 우리 경기는 회복세라는 내용의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1분기 경제적 성과를 강조했다. 성 실장은 "(1분기 성장은) 양적인 면에서도 서프라이즈지만 내용 면에서도 민간 주도의 역동적인 성장 경로로 복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이 활력을 찾은 덕분에 나온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다. 그는 "경제 성장 절반 정도는 수출과 대외 부분를 통해서 절반은 내수부분을 통해서 이뤄진 상당히 균형 잡힌 회복세로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민생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올해 경제 성장률 예

사회

더보기
공항세관 등에서 활약 중인 마약 탐지견 후각 사람의 1만배 이상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소에서 탐지견 교육 중인 정희찬 관세청 주무관 사진 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정부가 마약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사람보다 후각이 1만배 이상 발달한 한국의 K-탐지견들의 활약이 돗보이고 있다. 사람 눈에는 뜨이지 않는 0.1g 수준의 마약도 후각으로 찾아낼 만큼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발 항공기 탑승자의 기탁수하물에 은닉한 대마 28.14g을 탐지견이 찾아낸데 이어 같은달 폴란드발 국제통상우편 탐지과정에서 사탕 봉지 안에 은닉된 엑스터시(MDMA) 944정을 적발했다. 또 이달 3일에는 독일발 국제 통상우편 탐지과정에서 우편봉투 안에 은닉한 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LSD) 100장을 적발하기도 했다.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탐지견 교육중인 정희찬 관세청 주무관 사진 뉴시스 제공) 마약 탐지견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전 미국으로부터 6두의 폭발물 탐지견을 기증받아 88올림픽 개최 이후 기증받은 폭발물탐지견은 마약탐지견으로 전환돼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탐지견 육성을 위해 1995년 김포세관에 탐지견 센터

문화

더보기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통찰 담은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예출판사가 데이트 폭력 속 관계 심리의 모든 것을 담은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김도연 대표의 책 ‘네 잘못을 아니야’를 출간했다. 도 등이 포함된다. 가해자 성격 유형 분석은 가해자들이 어떻게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채워가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지표가 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에는 피해자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함께 수록됐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절망과 배신감, 두려움으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불신을 가진다. 자책과 후회의 반복으로 극심한 우울과 자살 충동,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는 심리적 무기력에 빠진 피해자가 인지 왜곡과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지 행동 치료 기법과 마음 챙김 호흡법, 자가 점검 호흡법이 담겨 실질적 도움을 건넨다. 이 책을 통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고, 피해를 겪지 않은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 속 폭력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자각해 폭력 상황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길 바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