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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애가 보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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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황폐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과 달리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충만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던 조선의 선비들이다. 그동안 학문적 성과나 정치적 업적에서 선비의 가치를 조명했다면, ‘선비의 탄생’은 아들로, 가장으로, 친구로 한 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선비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했다.
코끝 징한 에피소드
저자는 진정 선비를 완성한 것은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주변 사람들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기꺼이 후원자가 되어준 친구, 가족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후광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라는 것. 쇠붙이가 담금질을 거치면서 불순물이 제거되듯이, 선비는 인간관계 속에서 정련되고 마침내 보석으로 거듭났다.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인 선비 9명의 삶을 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다. 이황, 조식, 이이, 정철, 허초희, 허균, 윤선도, 정약용, 김정희의 삶을 따라 가다보면 나의 이웃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동갑내기 경쟁자 이황과 조식, 은우의 정을 나누었던 이이와 정철, 이백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사제관계 이황과 정약용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를 보게 된다. 또한 이 책에는 부모의 묘를 3년간 떠나지 않고 지키는 효심, 병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 어린 나이에 얻은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 등 코끝이 찡해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퇴계의 아내, 정철의 아들
이성계의 뒤에 킹메이커 정도전이 있다면, 퇴계의 뒤에는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가 있었다. 저자는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지켜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선비의 모습은 한결 초라해졌을 것이다고 말한다.
퇴계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내가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때까지 자상하게 배려했으며, 남명은 아무 일이 없다가도 아들을 잃은 6월11일만 되면 어김없이 통증에 시달렸다. 송강 정철은 술과 여자를 즐기는 아들 걱정에 잔소리를 해야 했다. 율곡은 죽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친척 식구들까지 모두 거둬 먹여 살렸다. 허난설헌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남편과의 불화로 외로웠고, 교산은 그런 누나의 문집을 펴내 그를 기렸다. 다산은 자녀를 여섯이나 가슴에 묻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제주도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에 통곡하던 추사는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온 제자 덕분에 추사체를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선비들의 실생활을 복원하고, 한 시대를 열심히 살다간 그들의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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