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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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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이신 추기경님, 부디 말씀하신 그대로 사랑을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방명록에 글을 쓸 때부터 울음은 시작됐지만, 막상 김수환 추기경님의 관 앞에 서자, 쏟아지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함께 간 아내는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이제 영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텅 빈 허허로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추기경님과 인연이 시작된 것은 고 김승훈 신부님과 김정남 선배, 그리고 이돈명 변호사님의 노력 때문이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서슬퍼랬던 1981년 중반의 일이다. 민주화를 외치고 가난한 형제들을 사랑하는 젊은이를 신군부가 살인적인 고문과 탄압으로 좌경용공으로 몰아 민주화세력을 말살하려고 하니 도와주자고 세분이 추기경님께 말씀을 드렸다.
결국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시고, 구명운동에 적극 나서주셨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형구형이 떨어져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추기경님은 신군부측에 사형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했다. 추기경님이나 윤보선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어쩌면, 필자는 30대 초반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당시 고 황인철 변호사님은 사형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8년 가까이 까막소 생활 내내 추기경님은 가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시고, 필자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주셨다. 또 영치금도 보내주셨다. 교황의 방한 때는 정부에 요구해서 무기에서 20년으로 감형받게 해주셨다.
88년 10월에 출소해서 추기경님을 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고문경관인 이근안씨와 사형구형을 한 담당검사를 다 용서한 게 맞느냐”고 물으셨다. 사형구형을 받고 난 뒤의 심경을 설명하고 그 덕분에 무조건적인 용서를 하게 됐다고 말하자, 그게 바로 ‘예수의 마음’이라며 정말 좋아하셨다. 앞으로도 계속 기도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으셨다. 혼인 때 인사드리러 갔더니 “이제야 효도를 한다”며 행복하게 살라고 묵주와 축하금을 주셨다.
1990년대 명동성당에 많은 힘없는 이들이 농성텐트를 쳤고, 그때마다 추기경님과의 인연으로, 성당과 농성팀, 정부 사이를 오가며 막후중재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농성팀이나 정부로부터 욕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추기경님이 공정하지 않은 수습방안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하철 농성 때는 추기경님과 같이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노동계의 자제를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필자가 청와대수석으로 입각했을 때는 추기경님께서 정말 기뻐하셨다. “김대중 정부가 이제야 제대로 된 인사를 한 것 같다”며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살아왔으니 힘써 일해달라”는 당부를 하셨고,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령받고 바로 인사를 갔더니 “어깨에 더 큰 짐이 얹어졌으니 기도하는 자세를 잊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약가 인하정책 추진으로 장관직을 물러나 앞으로의 처신에 대해 여쭈자, 앞으로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담대하고 또 용서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천문학적인 부담을 매년 하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와 대통령에 대한 의리 때문에 고심하다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작업은 추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니 일단 고령의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게 해선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여 빗발치던 기자회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불암산 밑의 수도원에서 장시간의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얼마 뒤에 자서전 책의 출판에 서문을 부탁드렸더니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는 사람’이라는 요지의 글을 주셔서 책의 첫머리에 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추기경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더 깊이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더 많은 인연도 있겠지만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처럼 정화되는 듯한 인연은 많지 않을 듯 싶다. 착한 목자시여, 천상의 영혼되어 우리를 굽어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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