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체제가 출범 2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8월 말 경선버스’에 시동을 걸었지만 주자들과 불화를 겪으며 조정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던 가운데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합당까지 최종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녹취록 파문까지 터지며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0선’ 젊은 대표의 미숙함…조정능력 우려
이준석 대표는 당 내부적으로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마무리했고, 외부에 머물던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까지 대선 경선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여야 대표 간 재난지원금 합의 때부터 ‘0’ 선의 젊은 대표인 이 대표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론과는 반대되는 합의라며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준비한 대선주자 토론회도 끊임없는 논란 속에 지난 18일 전격 취소됐다. 이달 2차례 토론회 개최를 두고 윤 전 총장측이 반발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대선주자 토론회에 관해 “국민의힘도 공정과 상식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이 대표가 공정하지 못한 경선 규정을 후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인 최고위 내에서도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재원 · 조수진 · 배현진 · 정미경 최고위원이 이의를 제기했고 장외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토론회든 정책비전 발표회든, 필요하다면 후보 등록을 조금 앞당겨서라도 모든 주자가 후보 등록을 마친 후에 모두가 같은 자격으로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혀 사실상 윤 전 총장 측의 손을 들었다.
당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준석 지도부는 혁신을 뒤로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합당 무산 이준석 대표 책임론 제기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야권 단일화를 위한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합당이 무산됨에 따라 거의 소멸됐던 제3지대를 되살려놓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제3지대와 중도층 표심 경쟁을 하게 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
이 대표와 지루한 합당 ‘샅바싸움’을 해온 안 대표는 지난 16일 회견을 열어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고 국민의힘 측을 비난했다. 안 대표에게 합당에 관한 양자택일을 공개 압박해오던 이 대표로서는 타격을 입게 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이준석 대표의 판단이 잘못이 있었다”라고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은 “이 대표가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고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하길래 정말 그걸 믿고 있었는데 공격하고 끊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협상 결렬 선언을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까지…당내 내홍의 심화
윤석열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 논란으로 인한 대립은 신 실장의 공개 사과에 이어 윤 전 총장이 직접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취록’ 파문이 발생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원희룡 후보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윤석열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들었다는 원 후보의 주장에 대해 “정리 대상은 윤석열이 아닌 갈등”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자신감과 정치적 판단에 대한 확신이 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독단의 형태로 나타나 ‘이준석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는 아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극적인 경험을 하다보니 그 경험이 현재 상황을 헤쳐나가는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굉장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 보니 협의를 덜 하고 과도하게 자기 주도적으로 끌고 가게 돼 결국 갈등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정치변화와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민의힘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변화를 위한 혁신 카드였다. ‘영남당’과 ‘꼰대’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이 대표의 각종 정치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 내홍으로 위기에 봉착한 이 대표체제 리더십 회복이 급선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