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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원류고' (滿洲 源流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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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독서잡기를 쓰면서 『만주원류고』라는 책을 읽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분한테서 그 책에 대해 물어왔다. 웬 뜬금없이 만주얘기냐는 말도 있었다. 국수주의자도 아닌 당신이 왜 만주얘기를 꺼내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만주원류고』는 이제까지 한국 고대사에 관한 나의 상식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을 지난해에 구해 읽고 깨우치는 바가 많았기 때문에 일독을 권하고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몇 가지 소감을 쓴다.
첫째, 청나라 건륭제 시기 1770년의 관찬 사서인 이 책이 어째서 우리나라에 뒤늦게 소개됐는가. 그것도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장진근(張鎭根)선생의 각고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작업이다. 이 문제의 답은 이 책의 내용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우리의 역사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사나 한, 중, 일 고대사를 전공하는 이들의 역사인식의 체계가 아주 다르기 때문에 그저 잡설(雜說)이나 재야 사학자의 주장쯤으로 치부하고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중국사나 한국사에 정통한 학술원 회원이기도 하고 중요한 논문을 여럿 발표한 분에게 이 책에 대해 물어보자. 그런 책이 있다는 정도만 알 뿐 그 내용에 대해서 천착한 바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도 양식있는 분으로 알려진 사람까지 이러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둘째, 『만주원류고』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정말 신빙성이 있는가?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주원류고』 역시 만주의 역사에 관한 한 그런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기(史家)가 한족(漢族)의 입장에서 쓴 역사기록인 것과 마찬가지로 만주족의 입장에서 쓴 역사기록이므로 중국인의 시각으로 쓴 위지동이전보다 전거(典據)로써 떨어질 이유가 없다.
셋째, 이 책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가. 우선 우리는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르고 충분한 연구성과가 쌓여있지 않다. 고대사나 고고학 전공자 역시 매우 적고 관련 예산조차 미미하다. 만주족의 청나라 전성기엔 1770년에 쓰여진 『만주원류고』는 그 당시 청나라에 존재했던 모든 사서와 기록을 모아 분석하고 청의 입장에서 편찬한 것이므로 현재 잃어버린 우리의 고대사 내용을 일부 복원할 수도 있고, 그동안 중국측 자료에 의존하여 우리 역사를 왜곡해온 부분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예륻 들면 일부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으로 치부해온 삼한(三韓)과 백제의 기원과 강역 등에 관한 기록은 『만주원류고』의 기록의 신빙성이 높아 국사교과서의 재편이 필요하다. 또 금(金)나라의 건국이 신라의 후예들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은 연구가 진척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부분적인 사실 확인작업 말고도 더 중요한 의미는 최근 들어 영어공용화나 외고, 국제중 등 우리사회의 일부에 불고 있는 망국적 바람을 차단하고 정체성을 굳건히 해가는 데 좋은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자기조국과 겨레의 말과 역사를 분명히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이 나기 시작한다. 최근세에 북방과 남방에서 휘몰아친 외세의 압박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이 갈가리 찢겨졌다가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의 신화를 만들면서 중심을 잡기 시작했는데, IMF 이후 외세의 바람이 평범한 소시민까지 흔들고 있다. 마침내 원정출산과 키즈 잉글리쉬에 등골이 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 『만주원류고』를 맹목적으로 암송할 이유는 없다. 모든 관찬사서가 그렇듯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과장하고 불리한 것은 아예 빼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사기가 그렇듯 이 책 역시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널리 읽어 우리의 한 갈래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자신들의 역사적 기원과 풍속, 영토 등을 자세히 고증한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뒤에 공론화를 거쳐 한국역사기술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특히 금나라가 신라의 후예들이 건국한 바가 고증된다면 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를 최근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유학자들이 세운 한심한 사대와 소중화주의 같은 몰역사적인 노예의식을 떨쳐내고 대한민국은 당당하게 세계의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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