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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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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단지에서 한달간 개최하는 어린이책 잔치에 다녀왔다.
이기웅 책잔치조직위원장이 초청한 덕분이다. 황금연휴의 첫날인데도 어린이와 책에 관심있는 문광부 간부들과 각계인사들이 참여하고, 어린이용책을 펴내고 있는 출판사들이 천막을 쳐 잔치 분위기를 띄웠다.
올해 행사가 일곱 번째인데 프로그램이 비교적 알차게 꾸며졌다. 울산의 소호마을 분교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이 부른 노래와 노랫말이 살아서 깡충깡충 뛰노는 것 같았다.
출판단지는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인가. 초창기 낯선 철 구조물들이 눈에 거술렸는데, 이제는 녹이 슬어 연륜을 덮어주고 각진 건물들도 세상의 풍파를 겪었음인가 다소 가라앉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필자가 출판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타박해온 ‘한국의 지성을 만들어내는 곳의 미적 수준이나 기준이 그게 뭐냐? 시멘트와 철근을 처발라놓은 공간에서 어떻게 사람의 인품이 크고 자라느냐. 출판단지에 액세서리처럼 모셔놓은 낡은 한옥 한 채가 겨우 숨을 쉴 것 같다‘고 촌평을 하고 ’앞으로 짓는 건물들은 좀 사람냄새가 나게 하면 어떻냐. 가로에 큰 나무, 관목을 더 심고 작은 공간에는 풀과 나무의 그늘이 있는 곳이면 더욱 좋을텐데…
에너지도 태양광이나 빗물, 폐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 출판인들은 나의 이런 지적에 머리를 긁적일 뿐 묵묵부답이다. 아직 빈공간이 남아있으니 기다려도 좋을 것인가.
문제는 한국의 출판이 예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서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지향점을 상실한 때문인지 황금만능이 노골화되면서 황금과 성공, 출세와 처세에 관한 잡다한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는 서점의 진열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온다.
어쩌려고 저런 쓰레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하긴 돈이 최고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들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고 처세를 잘해서 출세한 인물들이 나라의 지도층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그래도 책은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그런 각 개인의 힘들이 모아져야 나라의 힘도 생기는 법이다. 갈수록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실상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30년 전에 책을 만들 때 부산, 광주, 청주와 같은 대도시에서 책이 판매되는 현황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참고서나 수험서들은 서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국이 비슷했다. 하지만 교양서적들은 인구와는 별관계가 없었다. 부산인구가 당시 광주보다 4배나 많았지만 책은 거꾸로 1/4이 안됐고, 대구보다도 떨어졌다. 대신 교양서적들이 잘 나가지 않는 도시들은 책방은 드물고 술집과 옷가게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학 앞에서 책방들이 추방된 지 오래고, 화장품, 술집, 옷가게만 즐비하다. 책은 바로 국력의 바로미터인데, 앞으로 어찌하면 좋은가?
그 해답의 하나가 어린이 책 잔치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고 해도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대지’에서 전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다니는 공부방에 책을 모아 보내고 있는데, 책 선물을 제일 좋아한다. 먹고 노는 축제만 열지 말고 다양한 책잔치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진부하지만, 우리 역사상 훌륭한 인물전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다.
이게 가능해 질려면 전국에 도서관이 많아져야 한다. 그곳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와 정보를 접하고 누리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어린이들이 즐겨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뉴욕에 도서관이 1천개나 되고, 파리나 런던의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지는 그만 얘기하자. 멀리서 찾을 것이 없다. 손바닥만한 운동장 밖에 없는 학교지만, 땅을 더 매입하여 빈약한 학교도서관을 개조해 지역의 도서관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독지가들이나 기업들이 각 지역에 도서관을 지어 기증하는 선진국들의 사례도 배웠으면 좋겠다. 책 낭독회도 뿌리를 내리면 더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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