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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사태, 이대로 파국을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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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하이자동차의 철수와 법정관리, 대규모 고용조정으로 이어지는 쌍용차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10년 전 현대차의 고용조정이 있었고, 2000년대 초 대우차의 고용조정이 있었지만, 현재의 쌍용차 사태를 보면 우리사회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는 듯하다. 회사는 쌍용차가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을 간과한 채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고용조정에만 올인하고 있고, 노조는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마지노선을 쳐놓은 채 농성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파국적 결말 외에는 다른 해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쌍용차 사태는 왜 발생한 것인가? 그 해법은 무엇인가?
먼저, 쌍용차가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토요따와 폴크스바겐이 선두 업체로 부상하는가 하면,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은 너무도 비극적이다. 자동차업체들 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연산 500만대 이상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규모 면에서 연산 500만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빗나간 회생방안과 비전 없는 대량해고
그러면 쌍용차의 위상은 어떠한가? 쌍용차가 무쏘나 렉스턴 등 SUV 차량을 주로 생산·판매한다고 해서 스포츠전문 자동차업체인 것은 아니다. 쌍용차는 체어맨 같은 승용차, 이스타나라는 버스까지 생산·판매한다는 점에서 양산(量産) 자동차업체다. 작년에 쌍용차는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도합 8만 2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 판매의 2.1%를 차지하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쌍용차 같은 소규모 양산 자동차업체의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예고된 것이었다. 쌍용차가 몰락한 주된 이유가 샹하이자동차가 투자를 안하고 철수했기 때문인가? 오히려 샹하이자동차는 쌍용차의 몰락을 촉진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법정관리인에게 시급하게 요구됐던 것은 쌍용차를 전문적인 자동차업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회생방안이었다. 쌍용차는 고유한 SUV 기술과 높은 수준의 디젤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무쏘나 렉스턴 등은 나름의 디자인과 엔진 성능으로 쌍용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SUV 모델이다. 경제불황 속에서 SUV 모델의 판매가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쌍용차가 연비효율이 높고 환경친화적인 SUV 모델을 중심으로 전문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쌍용차는 무모하게 C200이라는 승용차를 개발하는 데 승부를 걸 것이 아니라, 경쟁력있는 SUV 신차종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회생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법정관리인의 사고방식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선 구조조정, 후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자 법정관리인은 2646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2646명의 인력을 해고하여 인건비를 절감해야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희망퇴직을 한 사람들을 제외한 900여명은 최종적인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법정관리인은 쌍용차가 자동차업체로서 회생할 수 있다는 비전을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아무런 비전 없이 종업원을 대규모로 해고하는 것은 미국 빅3(포드·GM·크라이슬러)식의 회생방안인데, 빅3의 몰락과 대량해고는 이런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지 못하는가를 보여준다.
벼랑 끝에 선 노조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잘못된 경영으로 회사가 생존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정리해고의 칼부터 빼어든 사측에 노조가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는 몇가지 중요한 상황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샹하이자동차가 한국에서 쉽게 철수할 것이라고 보지 않은 노조는 '옥쇄파업' 등의 투쟁전술로 그들을 압박하려 했다. 그러나 노조의 예상과 달리 이런 행동들은 샹하이자동차가 더 신속하게 철수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둘째, 이런 행동의 연장선상에서 노조는 아직도 강력한 투쟁만이 자신의 고용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자리나누기와 임금삭감, 또는 임금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는 대안은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제시된 성격이 강하다. 즉 진정한 희생이나 양보를 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체면유지용' 방안에 불과한 것이다. 도장공장을 무기로 한 현재의 강경투쟁은 노조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뿐 아니라 쌍용차 자체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회사가 사라지게 되면 종업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국유화나 노동자 자주경영인가? 노조 자신도 이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책임
사태를 이처럼 악화시킨 데는 방관자로 일관한 이명박정부와 시민사회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정부는 쌍용차 사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노사자율에 맡긴다는 명분 아래 방관자로 일관해왔다. '선 구조조정, 후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방침의 이면에는 정부가 쌍용차를 살리기보다 '불순한' 노조를 거세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지는 않나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산별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또한 쌍용차 사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친노조적 경향은 쌍용차 노조로 하여금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회사를 살리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하지 못한 채, 노조가 강경투쟁을 지속하는 데 일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민사회가 진정으로 노조를 사랑한다면 이번 기회에 노조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쌍용차와 중소기업을 포함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을 해야 했다.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무엇인가? 쌍용차의 회생 자체가 비관적으로 비치는 현시점에서 원론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경찰이 폭력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해산시키고, 조합원들은 자기방어적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쌍용차의 노사 당사자와 경영자단체, 상급노조, 시민단체 등은 이제라도 대화의 장에 나와 최악의 상황을 막고 차선의 방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쌍용차 사태의 파국적 결말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을 조금이라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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