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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잃어버리고, 삭제당한 기억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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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에 입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돼 22일 일반병실로 옮겼으나 하루 뒤 폐색전증이 발병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아왔으나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서거했다.
왜 국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서러워하고 있나 궁금해진다. 김 전 대통령은 평범한 정치인이었으나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기 시작하면서 평범한 정치인이 민주화 전선의 투사가 되었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아있는 민주화를 이룩하고 대통령이 됐다.
특히, 80년대 학번들은 민주주의를 외친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어 그 힘든 시절을 알고 있다.
개인의 삶은 모두 버렸고, 어떤 이들은 목숨마저 민주주의에 바쳤다. 그만큼 민주화는 80년대의 절박한 요구이자 열망이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목놓아 외쳤던 87년 6월항쟁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학번들은 386이라는 말과 함께 이들의 생각과 노력이 도매금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유는 몇몇 80년대 학번들이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80년대말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 때로는 도덕성으로 때로는 자질로 지탄을 받자 80년대 말에 이루어놓은 민주주의가 흔들리게 되었다. 80년대말 민주화운동은 386으로 지칭하던 대학생들만이 이루어놓은 성과가 아닌 국민이 이루어놓은 성과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10년 동안의 민주주의를 뒤집어 놓으려는 방침과 함께 역사 속에서 10년을 없애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다. 무고한 5명의 목숨을 잃었다. 이 정권은 안타까운 목숨으로 죽은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더불어 검찰과 경찰도 정권에 아부하듯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특히, 하나원 10주년 행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축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정말 자유를 모른다. 지금 이 정권을 독재라고 부른다. 정말 독재를 모르기 때문에 독재라고 부른다. 자유스럽게 행동하고 말하는 데 무슨 독재라고 하느냐"고 밝혔다.
이런 답답한 축사를 하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속시원히 궁금증을 해결할 것이 있을까...
이번에 만화가 최규석이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홈페이지에 게재됨과 동시에 누리꾼으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최규석 신작 <100℃>를 내놓았다.
최규석 만화 <100℃> 단행본에는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당시 민주화운동에 힘써왔던 사람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들이 많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을 생생하게 극화한 만화로, 새롭게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민주주의의 의미와 현주소를 최규석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 유머로 풀어낸 부록 ‘그래서 어쩌자고?’가 추가됐다.
민주화운동의 정점이었던 87년 6월항쟁 시기의 엄혹함과 민주주의의 위기가 회자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절묘하게 오버랩되며 뜨겁게 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 <100℃>는 고지식한 대학생 영호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알게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겪으면서 진지하게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80년대 대학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뜨거움이 솟아난다. 작품의 과잉되지 않은 진정성이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영호와 같은 386세대에게 6월항쟁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아무리 뜨거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기 마련이라 그 날의 열기도 이젠 ‘그때는 그랬지’ 하는 회한을 품은 복잡한 심경 정도로만 남게 되었을는지 모른다. 게다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격한 일상에 파묻힌 노동자로 살아가며 당시의 열정을 고스란히 기억하기란 여간해서는 불가능하다. 혹은 이미 충분히 그 과실을 누리고 있기에 6월항쟁을 당연한 것으로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6월항쟁은 어떤 의미일까. 이른바 88만원세대의 대부분은 6월항쟁을 그마저 잘 알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들 탓이 아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 이전의 사건들을 통해 당면한 역사를 개척해나가기 위한 것이라면 6월항쟁은 반드시 기억하고 알려야 할 사건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확립돼왔는지, 대통령직선제가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6월항쟁은 삭제될 수 없는 기억이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역사다.
최규석 만화가는 6월민주항쟁을 극화한다는 것이 자칫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 될까봐 선뜻 작업에 착수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역사적 사실을 가감없이 생생하게 만화로 재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라인상에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100℃>에 열광했고 블로그, 인터넷 까페로 작품을 수없이 옮겨 날랐다. 2008년 총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는 더욱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소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이 최규석 만화가의 홈페이지에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만화 <100℃>는 시민의 힘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얻어낸 1987년 6월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2009년 현재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부록 ‘그래서 어쩌자고?’다. 진지한 고민일지라도 결코 무거울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에 관한 녹록하지 않은 고민이 담겨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기발하고도 통쾌한 유머를 통해서다. 이것이 바로 최규석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최규석 만화가는 “아 소중한 민주주의” “오오 위대한 민중” 하는 아련한 감상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좀더 “단단한 생각”으로 나아가기 원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뜨거운 눈물도 필요하지만 누구도 못 말릴 정도로 웃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극적인 용산 참사, 복면금지·떼법방지법·사이버모욕죄 등을 포함한 집시법 개정안 발의 등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드높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길래, 우리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길래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인 것일까. 『100℃』가 정작 집요하게 캐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는 것을 잊지 말 것,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심할 정도로 튼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강화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최규석 만화가는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기자는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옛날에 서럽게 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듣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고 지난해부터 이 노래는 끊임없이 불리고 있다.
다시또 어두운 밤 거리 담벽에 '민주주의여 만세!'라고 써야 하나...
다시금 외쳐본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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