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고

[기고] 마음의 복고주의

URL복사

현대인에게 어쩌면 삶의 가치는 먹고살기와 몸의 건강함이 다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GDP 숫자가 높아져도 만족을 모르고 먹고살기와 몸의 건강함만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남이 조금 더 가진 것에 불행감을 느끼면서, 바로 옆에 있는 남보다 조금 더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복고주의가 유행한다. 드라마나 패션에서 옛날의 풍습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주로 외양을 복고하며 약간 변형해서 유행시키고 있다. 복고주의 때문에 ‘옛날’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부정적으로는 ‘나 때는 말이야’를 ‘라떼는 말야’라고 하며 꼰대 문화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무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주식 투기, 한탕주의 같은 돈 욕심이 지금처럼 난무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돈 말고도 ‘사람’을 가치로 생각했다. 돈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속물이라고 여기며 윤리적으로 낮게 취급했다. ‘돈보다는 사람’이라는 암묵적 도덕이 마음의 심연에 있었다. 지금 시대는 마음조차 돈으로 환산하고 품앗이하듯이 “좋아요” 같은 엄지척의 이모티콘을 가볍게 날린다. 이런 이모티콘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내면은 정신과나 상담사에게 돈을 주고 위로받는다.

 

옛날에는 사람끼리 부딪치면서 관계 맺고 돈 없이도 인간적 감정과 교류를 나누었다. 물론 옛날에도 먹고살기의 문제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시련과 고난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돈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돈은 정신이 아니라 물질이었기에 정신 영역보다 아래에 위치시켰고, ‘돈 번 일’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만나면 어느 동네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어떤 자동차를 모는지, 어떤 패션을 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땅을 소유하고 있는지, 등등 돈 이야기와 혹은 몸에 치장된 패션을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돈이나 몸보다 인정(人情)이나 마음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지금 시대는 공동체의 가난이나 불평등에 관련된 인권 같은 문제는 제도권에 맡기고, 개인은 자기 소비하는 소비자 역할만 하고, 몸은 유행을 따르는 패셔니스타가 되어간다.

 

현대인은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운동하고 밤에는 자기 계발 공부를 하면서도 내일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상대적으로 남보다 수입이 적은 계층이 되고, 남보다 덜 소비하게 될 내일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흔들림 없는 절대 자아가 없고, 상대 자아만으로 남들과 비교하면서 남보다 ‘겨우 조금 더 가진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다. 더 가졌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맥도 자기에게 이로운 사람하고만 일종의 사회적 재산처럼 유지한다.

 

옛날에도 먹고살기는 빠듯하고 바빴지만, 지금처럼 정신적 가치까지 돈으로 환산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마음의 문제도 병원이나 법원에서 돈을 주고 해결 받는다. 옛날에는 마음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정신 영역이었다. 자기가 못나고 잘나고를 떠나서 남보다 물질적인 돈을 더 가졌음을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과 미안함이 있었다. 지금은 대놓고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지를 자랑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번 돈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하고, 소비 품목으로 치장된 자기를 개성으로 드러내놓는다. 돈이나 몸 같은 외형의 물질 추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먹고사는 돈은 그리 크게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돈으로 외형을 치장하고 사치 품목을 소비하느라고 돈이 항상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복고주의도 물질적인 소비재 상품이다. 복고 패션이나 문화가 돈이 되니까 옛날의 외형적인 풍습을 현대에 맞게 소비 품목으로 환산해서 기업이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옛날에 돈으로 환산되지 않았던 내면의 ‘마음’도 복고 되었으면 좋겠다.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자아관이나 소박한 인간주의 같은 ‘마음’이 복고 되었으면 좋겠다. 법이나 제도나 상담학으로 합리화되고 계산되는 인간주의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만나고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천진한 인간주의가 복고 되어 유행했으면 좋겠다.

 

현대인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로 우울과 불안을 치료받는다면, 옛날에는 이런 약 없이도 마음을 위안받고 따뜻한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었다. 옛날에는 돈 없어도 친구가 되고, 어묵 국물과 소주 한 잔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 시대는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욕망 자체가 채워지지 않는 시스템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 느낌이다. 먹고살 만한데도 더 먹고살고 더 소비하기 위해 끝없이 소유하는 구조가 영혼이나 정신까지 파고든 느낌이다.

 

복고주의가 유행하는 요즘, 소박함만으로 행복했던 ‘옛날의 마음’이 복고 되어 유행했으면 좋겠다. 돈 없이도 서로를 인정해주고 영혼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타인과 비교해서 적다고 불행해하기보다는 적게 가져도 자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정신승리 같은 마음의 무형 재산을 공동체가 복고해서 유행시켰으면 좋겠다.

 

글쓴이=김현희(<명리학그램1.2.3.> 저자, 시집 <견유주의> 저자)

 

 

 

 

충남대 국문과 석사
<서정문학> 2016년 시부문 신인상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한국대표서정시선』 공동저자

 

저서

명리학그램1-작은인문학(2019)
명리학그램2-사주통변론(2020)
명리학그램3-사주통변술(2022)

 

시집

껍질의 시(2020)
고수高手 (2021)
견유주의 (2021)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교대 지난해 정시 합격선 일제히 하락…수능 일부 6등급도 붙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교육대학들 지난해 정시 합격선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로학원은 지난 25일까지 각 교대 및 초등교육과를 운영하는 대학 총 9개교가 공개한 2024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점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공주교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자체적으로 5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쓰는데, 합격선은 전년도 입시와 견줘 11.9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 대학에 정시 일반전형으로 합격해 등록한 학생들의 수능 국어·수학·영어·탐구 네 영역 평균 등급은 2.6등급에서 3.1등급으로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공주교대는 수능 영역별 최저합격선도 공개했는데, 등록하지 않은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합격선은 더 하락했다는 것이 학원 측의 전언이다. 종로학원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등 일부 과목에 6등급을 맞은 학생도 일반전형에 합격했다"며 "합격자의 수능 4과목 평균 등급 최저치는 3.88등급"이라고 했다. 서울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춘천교대와 한국교원대(초등교육과)도 수능 성적표에 있는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을 자체 산식으로 환산하는데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정시 평균 합격선을 전년도 입시와 견줘 전주교대는 90

정치

더보기
尹,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양국 간 무역·투자 한 단계 성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주앙 로렌쑤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한 단계 성장시키자고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공식 방한한 로렌쑤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과 함께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1992년 수교한 이래 우호 협력 관계가 꾸준히 발전해 왔다"며 "지난해 11월 정상 간 통화를 포함해 최근 각급에서 고위급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양자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로렌쑤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당시부터 한국을 주요 협력국으로 언급하면서 양국 간 협력을 적극 추진해 온 데에 사의를 표했다. 로렌쑤 대통령은 한국의 성공적인 발전 모델과 경험이 앙골라에 모범이 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계기 체결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양해각서를 언급하며 "무역과 투자를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건설, 조선, 화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협력을 신재생에너지, 보건, 관세행정, 방산, 경찰 협력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대북 정책을 포함한 국제 사회 평화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예대 1호 버추얼 아티스트 ‘하루(HAROO)’, 음반 발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예술대학교 1호 버추얼 아티스트, 하루(HAROO)가 앨범 ‘MASTERMIND(마스터마인드)’를 발매한다. 30일 서울예대에 따르면 ‘MASTERMIND’는 하루가 지금까지 선보인 발랄하고 밝은 이미지를 넘어서,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시도와 감성을 담아내며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은 이브를 빗대어, 사과라는 오브제를 활용한 내면의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음원과 뮤직비디오는 오는 5월 1일부터 각종 음원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버추얼 휴먼인 하루는 서울예대 방송영상전공 23학번 재학생으로, 재학생들과 캠퍼스를 누비며 다양한 학내 예술 활동에 참여 중이다. 해당 앨범은, 서울예대 산학협력단(단장 오준현) 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아프로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지원 아래 제작됐다. 하루를 비롯한 서울예대의 예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아프로프로젝트’는, 창작물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학부에서 개발된 창작물 중 우수 콘텐츠의 IP를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프로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오준혁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