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한 주 현장을 숨 가쁘게 돌아다니며 '조용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한 총리는 추석을 앞두고 경상북도 안동의 노인전문요양병원과 서울 은평구의 노숙인 시설을,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친 후에는 서울 동작구의 피해학교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을 찾았다.
10일 정계에서는 "대통령보다 나이와 정치적 경험이 많은 국무총리가 취임하면 국정 운영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총리가 100여일만에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 총리'는 아니지만…"마음 아프다" 공감하는 총리
문재인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에 비하면 한 총리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는 낮은 편이다. 흔히 말하는 '스타 총리'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한 총리의 일정만 봐도 그가 현장의 고충을 직접 듣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2일 한 총리는 안동의 경북도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방문해 어르신들께 "추석 명절에 가족 간 대면 면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추석 연휴에도 요양 병원·시설에서 접촉 면회를 금지했는데 이에 실망한 환자들이 불만을 표하던 상황이었다. 한 총리는 직접 방역의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며 환자들을 위로했다.
5일에는 노숙인 요양시설인 서울 은평구의 '서울시립 은평의마을'을 찾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노숙인들의 손을 잡으며 "힘든 분들을 찾아 끝까지 보듬고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태풍 힌남노가 휩쓴 후인 7일에는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강원도 홍천 돼지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현장 방역 상황을 점검한 한 총리는 서울 동작구 경문고등학교를 찾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학교 현장을 살폈다.
같은 날 밤 10시에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무·배추 야간경매 가격을 확인했다. 한 총리는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 관계자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추석 명절을 앞둔 만큼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원활한 주요 성수품 공급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8일에는 부산시를 찾았다. 한 총리는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과 송도 해수욕장 주변의 시설·도로·상가 등 피해 및 복구현장을 점검하며 "해마다 재해가 반복되는 해안, 하천주변 등 취약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관계자들에 당부했다.
국무회의, 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회의,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등 고정된 업무가 함께 진행됐던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고된 일정이다.
총리실 고위급 관계자는 한 총리의 행보에 대해 "국민들 삶이 어떤지, 나라 살림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직접 다니며 챙기시겠다는 취지"라며 "(한 총리가 합격했던) 1970년 8회 행정고시에 체력장도 있었던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尹대통령의 강한 서포터…'규제 개혁'부터 '장애인 예술 지원'까지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누구보다 열심히 지원하는 참모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규제 개혁'의 그립을 쥐고 있는 것도 한 총리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덩어리 규제 해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설한 '규제혁신추진단'의 단장을 맡았다.
한 총리는 지난달 31일 추진단을 출범하며 "좋은 규제 혁신 방안을 만들고 집행해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의 예술 공약 중 하나인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도 한 총리가 끌고 간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과 용산 청사 로비에 발달장애 예술가가 그린 그림을 걸어놨을 정도로 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 총리는 8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기본계획' 마련을 과제로 꼽으며 윤 대통령의 정책에 추진력을 보탰다. 그는 "장애예술인의 활동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창작활동 공모사업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실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논란 없이 활약해준 것 만으로 한 총리의 저력은 확인된 것 아니냐"며 "한 총리의 정무 감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