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처음 통보 받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6분부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까지 90분가량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는 이보다 더 늦은 0시11분에 첫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행정안전부가 현장 상황 관리를 지시한 오후 10시53분을 기준으로도 1시간이 넘은 뒤에서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면서 서울시와 용산구가 늑장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행안부 지침상 재난 문자는 해당 자치구에서 발송하는 것이지만, 당일 상황을 고려해 시에서 우선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 따르면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26분 소방청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당초 소방청은 통보 시간을 10시28분으로 발표했다가 26분으로 정정 발표했다. 이는 당일 오후 10시15분 참사가 발생한 지 11분 만이다.
이후 소방당국의 1단계 긴급문자를 받은 행정안전부는 오후 10시53분 서울시에 현장 상황 관리를 철저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참사 발생 38분 뒤다.
행안부 지시를 받은 서울시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의 상황전파메시지를 통해 오후 11시27분 행안부에 응급 조치사항과 동원사항 등을 파악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첫 통보 이후 61분, 지시를 받은 지 34분 만에 행안부에 관련 조치 사항을 보고한 것이다.
이후 29분 뒤인 오후 11시56분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긴급재난문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사고 통보 이후 90분, 행안부의 상황관리 지시 이후 63분 만이다. 당시 행안부는 서울시와 용산구에 관련 기관·부서 상황 전파, 상황관리관 현장 파견, 재난문자방송 송출, 인명대피 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 사이 유럽을 순방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11시20분께 네덜란드 로테르담(현지시간 오후 4시20분)에서 정책특보로부터 참사와 관련한 첫 보고를 받았다.
특보는 오후 11시16분 소방당국의 '구조대응 2단계 발령' 문자 보고를 받았고, 오 시장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서울시에 사고 사실이 통보된 이후 54분 만에 보고가 이뤄진 셈이다.
오 시장은 11시23분부터 행정 1·2부시장, 소방재난본부장과 연이어 통화한 뒤 약 10분 만인 11시30분 귀국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긴급재난문자 발송까지 1시간30분 가량 소요된 것과 관련해 늑장 대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는 "서울시 등 17개 시·도는 2개 이상 자치구에 재난 발생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한 때 재난문자를 발송하는게 원칙"이라며 "당일 상황을 고려해 서울시에서 우선 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안부 지침상 재난 문자는 해당 자치구에서 발송하는 것"이라며 "이번 재난안전문자는 용산구와 인근 지역에 발송되는 것으로 구조대응 1단계 문자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사고 인지 즉시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신속 대응을 진행해왔다, 당시 이태원 부근 지역의 원활한 교통통제 목적으로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것"이라며 "서울시의 시간대별 대응 조치는 오세훈 시장이 (7일)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29분 소방청에서 사고 상황을 통보받았다. 이후 자정을 넘긴 0시11분에서야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해 통제 중'이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사고를 통보받은 시각을 기준으로 1시간42분이 지난 시점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51분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청 상황실에 사고 통보가 이뤄진 지 22분 만이다. 다만 박 구청장은 구청 직원이 아닌 지역 주민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오후 10시59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