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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커버스토리】 대통령 순방외교 귀국하자마자 수해 대응 총력 “ ‘어쩔 수 없다’ 인식 완전히 뜯어고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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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의 선제 대응 강조에도 피해 반복 발생
출국 전 대비 지침 내리고 순방 기간 수시 점검
대통령 인식 못 쫓아오는 정부 기관의 안일한 대응
기후 재난 관리체계〮대응 방식 근본적으로 바꿔야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며칠간 내린 역대급 폭우로 전국의 사망·실종자가 50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 올여름 같은 ‘극한 호우’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체계로는 기후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6박8일간의 순방외교를 마치고 지난 17일 새벽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짐도 풀지 않은 상태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는 등 수해 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상 이변은 늘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인식전환을 강력 촉구했다. 선재 대응과 사전 준비를 수시로 강조했음에도 재난 인명피해가 되풀이 되자 현장의 안일한 대응과 ‘복지부동’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尹 대통령의 선제 대응 강조에도 피해 반복 발생


지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윤 대통령은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또 위험 지역으로부터의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이어 “그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라고 하면 선제적으로 판단해서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켜야 된다”며 “또 위험한 지역으로의 진입은 교통통제·출입통제를 시켜서 위험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재난 대응의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독려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처럼 기후 재난으로 인한 이번 예천〮오송 지하차도의 안타까운 사례는 근 몇 년 사이에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22년 8월 9일, 동작구·서초구·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던 기록이 있고, 9월 태풍 힌남노 때도 지역적으로 시간당 70~1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당시 8월 사흘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실종 19명의 인명피해가, 연이은 태풍 힌남노 시기에는 사망·실종 12명의 희생이 있었다. 힌남노 다음달인 10월엔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 동구에 폭우가 내려 초량지하차도에서 3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이때마다 재난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시 44명 사망, 6명 실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건 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 자체의 문제와 함께 현장 공무원들의 대응체계에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천 산사태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이런 재난관리 대응체계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예천의 경우 첫 산사태 신고가 접수된 건 새벽 0시 58분이지만, 예천군이 첫 대피 문자를 보낸 건 산사태가 발생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1시 47분이었다. 그마저도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주민들이 재난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거의 없다.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문제점들도 밝혀지고 있다. 인근 교량 공사의 편의를 위해 제방 일부를 허물고 허술하게 쌓은 임시제방에 대해 인근 주민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어느 곳도 대처하지 않았다. 사전 홍수통제소의 경고도 있었지만 교통통제 또한 하지 않았다. 관할 기관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과 무능한 행정력, 부작위가 만들어낸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다. 

 

 

출국 전 대비 지침 내리고 순방 기간 수시 점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만 바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실 관계자는 “오송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 감리단장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30분 전부터 다섯 차례나 청주시와 경찰에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리며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하차로에 대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폴란드, 우크라이나 방문 등 숨가쁜 순방 외교 일정 속에서도 폭우로 인한 재난 방지 지침을 수시로 내렸는데도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은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일정 일부를 취소하면서까지 재난 대책 회의를 열어 순방 내내 국내 호우 피해 상황 수시로 점검하고 관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순방과 민생이 따로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국내 상황과 순방 동시에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개된 일정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은 매일 수시로 국내 폭우 상황을 체크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며 순방 외교를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착 즉시 호우로 인한 피해 및 대처상황을 보고 받고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자원 총동원하라”고 한덕수 총리에세 당부했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 직전에는 상대국 정상에 양해를 구한 후 중대본을 연결해 1차 지휘하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돌아오는 열차 내에서 집중호우 대응 긴급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16일 바르샤바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화상으로 연결해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한 총리와 관계 장관·기관장들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재난 대응의 제1원칙은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 물길의 역류나 범람을 빨리 인식해서 선제적으로 대피 조치를 시키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산림청 등 유관 기관이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귀국 직전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화상회의에서 “행안부가 지자체와 함께 이재민에 대한 보호와 지원사항을 점검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신속하게 지원하라”고 당부하고, 경찰에는 “지자체와 협력해 저지대 진입 통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줄 것”을 지시했다. 


18일 국무회의에서는 이권〮부패카르텔 보조금 전부 폐지해 이를 수해복구에 투입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 후 처음으로 주재한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간단체 보조금 구조조정을 통한 복구비 지원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 대목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이날 국무회의가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에게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청록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26분간 모두발언을 했다. 무려 원고지 35.9매 분량이었다. 당장 야권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라며 “뜬금없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탄식이 나온다.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다운 책임이, 무게에 대한 자각이나 인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에 “출국 전 여러 차례 폭우 대비 지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특히 “저지대 주민 대피 등 구체적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할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전면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대통령 인식 못 쫓아오는 정부 기관의 안일한 대응


윤 대통령은 경북 예천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지만 제방 관리와 도로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속출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사실상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산사태 취약 지역 등 위험 지역으로, 평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험지역 통제와 관련해서는 경찰·지자체·소방의 공조를 강조했다. “경찰이 일원화된 체계를 가지고 중심을 잡고 교통 통제와 위험지역 통제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사실상 공무원들의 재해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태도를 질타하면서도 지자체 등 정부 기관 간 재난 대응 협업체제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선 평상시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기후 재난 관리 시스템 자체의 구축도 중요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의 대응 방식 체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국지적 호우의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 지난해의 호우 기록들만 보더라도 오송 지하차도와 예천 산사태 모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별다른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응 계획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지난해 말 작성한 300쪽에 이르는 ‘풍수해 재난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에는 재해〮인명피해 우려 지역에 이번 참사가 발생한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평상시 재난 취약 지역의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등은 미국 등 재난관리 선진국과 비교해 정부 기관들간 협업과 조정, 지원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결국 현행 재난 대응 체계에서는 이번처럼 관할권을 두고 서로 미루다 보면 참사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문제는 단순히 재난시 진입금지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험 지역 관리와 대응에 어떤 기관도 나서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에 여러 차례 위험이 경고됐는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일어난 ‘인재’로 꼽힌다. 청주시는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있는 지방도가 충북도 관할이라는 이유에서 위험정보도 충청북도와 공유하지 않았다. 충청북도는 CCTV로 지하차도를 모니터링했지만, 자체 매뉴얼에 따라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이상 차오르지 않아 사전에 차량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사고 발생시간(15일 오전 8시40분) 1~2시간 전에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받았지만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관리 주체의 혼선도 문제로 드러났다. 하천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수량 관리를, 환경부가 수질관리를 각각 맡아오다 2022년 1월부터 ‘물 관리 일원화’에 따라 재해예방을 포함한 하천 업무는 환경부로 넘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고를 지원하면서 지자체에 위임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천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가 환경부와 지자체로 나뉜 것이 관리 실패의 한 요소라고 말한다. 산사태로 20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난 산 관리도 마찬가지다. 산의 위쪽은 산림청, 산중턱 도로는 국토교통부, 아랫쪽은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가 따로따로 관리한다. 재난재해는 모두 연계해 움직이는 협력 대응이 절실한데 관할권이나 지역만 따지다 보니 피해가 되풀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현장에 있는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장에서 뛰는 시군 단위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난은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현장에서 작동하는 대응 체계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후 재난 관리체계〮대응 방식 근본적으로 바꿔야


윤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이런 기상 이변은 늘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상, 이러한 기후 변화의 상황을 우리가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 이변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처럼 우리가 경험 못한 미증유의 기후 재난이 도래하고 있다. ‘극한 호우’와 ‘폭염’이 반복해 한반도를 덮쳐 휴대폰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건 일상이 되었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한반도의 폭우, 가뭄, 더위, 추위와 관련한 기록을 갱신중이다. 게다가 진폭이 커져 이젠 ‘최고’, ‘최저’, ‘최대’ 같은 단어를 빼고선 날씨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연중 하루 최다강수량은 2049년까지 현재보다 8.5% 많은 146.2㎜, 이후 2079년까지 165.9㎜, 2080년부터 2099년까지 182.9㎜로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지난 14일 전북 군산에는 372.8㎜의 비가 쏟아졌는데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68년 이후 최대 하루 강수량 기록이었다. 더 큰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변화 속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앞으로 5년 사이 1년 이상 연평균 지구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을 확률도 66%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오버슈트’로 불리는 이 현상이 아직 발생한 적 없기에 어떤 후과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복되는 비극에도 예고된 재난에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근본부터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 같은 체계로는 기후변화와 극한기후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의 지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의 발언은 바로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 행정조직과 지자체가 되풀이되는 일에 으레 안일한 대비만 하지 않았는지, 기후변화로 재해의 규모나 형태가 변했는데도 과거의 대응매뉴얼만 고집하지 않았는지 꼼꼼히 짚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난 복구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예산 편성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재해 복구에 예산 70~80%를 투입하는 보여주기식 재난정책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관련 예산 책정이나 손 놓고 있었던 관련 법 제도 정비를 서두르겠다고 하니 기후 변화에 대응한 재난 관리 시스템 정비에 물꼬가 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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