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트럼프 관세’ 부과 충격에 수출이 4개월 만에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이 본격적으로 직격타를 맞는 모양새이다. 정부는 관세 조치의 상호호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 21.2% 증가…10개 품목 수출↓ 반도체 수출이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였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으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4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했다. 수입이 수출에 비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 중인 자동차와 철강 수출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반기계·섬유·가전 등 품목 수출도 부진했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 5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출을 올렸으나 수출 마이너스 전환을 대응 못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79조2,502억 원), 수입은 5.3%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69조6,467억 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선박·바이오헬스 등 5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3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5월 수출 실적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상승 기대에 따른 재고 확보 움직임의 영향이 컸다. 고정가격 역시 DDR4는 1.65달러에서 2.1달러로, DDR5는 4.6달러에서 4.8달러로 올랐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휴대폰 부품 수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30% 증가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전년 대비 3.9% 증가한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도 22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미국은 당초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으나 내달까지 시행을 유예한 상황이다. 다만,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품목 관세 25%는 유지 중이다. 지난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 자동차·철강 수출은 품목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6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대비 4.4% 감소했고 철강 수출 역시 12.4% 감소한 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품목별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철강의 경우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단가 약세가 지속되고 글로벌경기가 위축돼 수요도 감소했다. ‘상호관세 근거’ 대미 무역흑자…지난달 32.8억 달러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도 모두 하락했다.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한 10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14.6% 감소하고 석유화학 수출 역시 생산설비 점검에 따른 수요 감소로 11.4%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미국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한 100억5,000만 달러로 줄었다.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관세 조치 영향으로 미국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며 32%나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출 역시 지난 1분기 선구매로 인해 재고가 충분히 확보된 영향으로 17.6% 감소했다. 대부분 품목의 수출이 하락한 상황에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5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의 하락폭을 줄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단가 상승과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 확대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38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지만, 수입의 감소폭이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한 ‘불황형 흑자’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정부에 우리 측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관세조치 관련 상호호혜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추경을 통해 편성된 약 2,300억원 규모의 관세대응 예산을 신속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산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규제 완화 ▲정책의 연속성 ▲통합된 컨트롤타워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십도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때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신중론을 강조한 만큼 대미 협상에 있어 빠른 시일 내 타결하는 것이 아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