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8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칼럼

대법관 증원 논의, 사법개혁인가 정치권력의 도구인가

URL복사

최근 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법관 증원 법안은 단순한 인원 확대 증원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겉으로는 대법원의 사건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이 대법관 증원을 서두르는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법원 사건 과부하, 제도 개선 필요성은 분명하다

 

대법원 증원 논의의 출발점은 대법원의 과부하 문제다.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상고 사건이 대법원으로 몰리고 있으며, 대법관 1인당 사건 부담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과중하다.

 

통계에 따르면, 대법관 한 명이 하루 수십 건의 사건을 결론 내려야 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판례의 심층적 검토가 어려워지고, 국민이 체감하는 재판 지연 문제는 갈수록 심각 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학계와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따라서 대법관 정원을 확대하거나 상고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통해, 어떤 절차를 거쳐 증원이 이루어지는가이다.

 

일방적 다수결의 원칙과 정치적 불신

 

민주주의 원칙 중 다수결은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다만 이러한 다수결의 원칙이라도 소수의 권리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다수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그 취지가 아무리 선해도 국민에게 불신을 남긴다.

 

특히 이번 대법관 증원 논의는 대통령 본인의 재판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더욱 민감하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증원된 자리가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치적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하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의회 독재”라 규탄한다. 민주당은 제도적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국민적 시각에서는 ‘사법 개혁’이라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먼저 읽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에 대한 대화와 설득, 타협 없이 다수결에 의한 힘의 우위로 속도전만 강조하는 모습은, 결과적으로 사법 신뢰를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제 비교: 숫자보다 중요한 구조 개혁

 

대법관 정원이 14명으로 고정된 것은 1990년 이후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관이 불과 9명에 불과하지만, 사건을 선별적으로 심리하는 제도를 통해 판례의 일관성과 법리 발전에 집중한다. 일본 최고재판소 역시 모든 사건을 다루지 않고, 헌법적 쟁점에 국한하여 심리한다.

 

즉, 한국 대법원의 문제는 정원 부족 이전에 모든 사건을 상고심에서 다루는 구조적 특수성에 있다. 따라서 증원 논의는 상고심 제도 개선, 고등법원 권한 강화, 전문 법원 설치 등 종합적 개혁과 함께 진행되어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대법관 수를 늘려 사건을 분산하는 방식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성과 국민 신뢰

 

사법부의 핵심 가치는 독립성과 공정성이다. 대법관 증원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정화하기는커녕 정치적 의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 된다. 국민은 대법관이 몆 명이냐보다, 그들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를 더 중시한다.

 

만약 대법관 증원이 특정 권리자의 재판 지연이나 판결 유리화를 위한 정치적 장치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사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법치는 사라지고 권력자의 뜻이 법이 되는 사회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정책 제언: 신뢰 회복을 위한 조건

 

대법관 증원은 사법개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절차의 투명성 확보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립적 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선발해야 한다.

 

2. 상고심 제도 개혁 병행

대법원이 모든 사건을 다루는 구조를 개선하고 고등법원과 전문 법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3. 사회적 합의와 협치

일방적인 입법이 아니라, 여야 협의와 공청회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

 

4. 사법행정 혁신

대법관 숫자 확대 외에도 AI 판례 검색 시스템, 전자소송 강화 등 사법 인프라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

 

대법관 증원 논의는 “사법 정의 확충”이라는 명분과 “정치적 이해관계” 라는 의혹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민주당이 정말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원한다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법안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권력 연장의 도구”로 기록될 것이다.

 

사법부 개혁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을 정치적 이익과 맞바꾼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후대에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속도가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합의와 절차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박용철 강화군수 취임 1주년 맞아 안정 ‧ 미래 ‧ 혁신으로 답하다
[시사뉴스 강화=지창호 기자] ‘군민 소통과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건 박용철 강화군수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강화군은 안정·미래·혁신의 세 축이 조화롭게 맞물리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박 군수는 흔들리던 군정을 신속히 안정시키는 한편,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미래 비전을 세우고, 혁신 과제를 잇달아 가동하며 군 전역에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군수는 “접경지역과 인구감소, 각종 규제라는 3중고에 혁신하지 않으면 지방소멸의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년 군정에 매진했다”며, “7만 강화군민의 통합된 힘과 우리 공직자의 헌신으로 이제 강화 발전의 밑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년 간의 주요 성과와 정책 방향들을 살펴본다. 안정 : 군정 공백 혼란, 현장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 박용철 군수는 지난 1년간 군정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군수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7개월간 군정 공백이 이어지고, 대남 소음공격 피해가 겹치며 지역 불안이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취임 직후에는 최우선 과제였던 북한 소음공격 문제에 발 빠르게 대

문화

더보기
【레저】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바람에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꽃은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코스모스가 손짓하는 그림 속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짧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며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해보자. 단풍이 땅으로 내려온 듯 충남 부여군은 가을을 맞아 백마강 일원에 코스모스 단지를 조성했다. 코스모스 단지는 부여읍 구드래와 규암면 신리 인근 백마강변 일대 약 16㏊ 규모로 조성됐다. 백마강의 물결과 어우러져 부여의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코스모스길 옆 300m 구간에는 황포돛배 20척이 설치돼 화사한 코스모스와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황포돛배는 백제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됐다. 야간 시간대에도 방문객이 코스모스 단지를 즐길 수 있도록 황포돛배에 야간조명을 더했다. 황포돛배는 10월 말까지 운영 후 철거될 예정이다. 김해시 대동생태체육공원 8만2700㎡ 부지에도 코스모스가 만개했다. 공원 일대는 만개한 코스모스로 분홍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부산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곳은 방문객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잔디광장도 조성되어 있는 등 도심 근교 강변공원이다. 대동생태체육공원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