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분쟁과 불화 속에서 디즈니의 CEO로 취임
2005년 9월 밥 아이거는 전 CEO 마이클 아이즈너의 중도 퇴진으로 대외적인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맡으며 월트디즈니컴퍼니의 6대 CEO로 취임하였다.
1984년에 CEO로 취임한 마이클 아이즈너는 직전 2년간 순이익이 25%나 하락하여 위기에 빠진 디즈니를 그로부터 10년 동안 연간 수익을 4배 이상이나 올리고 주가는 1,300%나 상승시켰다. 그러나 2001년 9·11 사태로 관광업이 둔화되며 디즈니도 불과 며칠 사이에 시가총액의 1/4을 잃는 타격을 받게 되었고, 그 여파는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평소 마이클과 사이가 좋지 않던 디즈니의 창업가문이며 이사회의 핵심 임원인 로이 E. 디즈니와 (로이의 변호사인)스탠리 골드는 마이클의 경영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하면서 쫓아내려고 애썼고 공격을 받은 마이클도 로이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면서 둘 사이는 최악의 경우로 치달았다.
게다가 마이클은 픽사와 공동제작 계약 건으로 스티브 잡스와 관계도 틀어지는 등 입지가 좁아지면서 결국 중도 하차하게 되었다. 후계자 1순위에 떠오른 COO 밥 아이거는 평소 마이클로부터 잠재적인 경쟁자로 여겨져 많은 견제를 받았는데 도리어 이사회는 밥 아이거를 마이클의 분신처럼 여겨 우호적이지 않았다. 아이거는 ‘과거가 아닌 미래’가 중요함을 이사회에 강조하며 어렵게 2005년 3월에 CEO후보로 확정되었다.
디즈니 창업자 가문을 존중하며 적에서 협력자로 관계를 회복
평소에 아이거를 마이클의 분신으로 보던 로이와 스탠리 골드는 이사회에 ‘승계 과정의 부정’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거가 그들과 전투를 벌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회사가 치러야 할 것이고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의 해결에 방해가 될 것이 뻔했다.
아이거는 불편한 관계인 스탠리를 만나 6개월간 후보자 검증과정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이었는지를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고 소송의 승소확률도 없음을 설명하였다. 대화가 계속 진행되자 시비를 걸며 따지던 스탠리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디즈니 창립자의 조카인 로이는 평소 회사를 자기의 집과 다름없다고 여겼는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은 마이클과 이사회가 매우 무례하다고 생각했고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다.
곧 아이거는 로이를 만나 그의 노여움을 경청했다. 그리고 로이를 명예이사로 위촉하고 소정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사무실도 마련해주며 다시 예전처럼 로이가 디즈니를 오가면서 자신의 집이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로이가 필요로 하는 바를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그를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불필요한 분쟁의 뇌관을 제거한 것이다.
주위에서는 일종의 조건부 항복이라고 했지만, 그의 임무는 회사를 빨리 새로운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로이와 회사 간에 불필요한 위기가 해결되고 회복된 관계의 가치는 소송의 결과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스티브 잡스와의 화해와 협력
다음으로 해결할 것은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개선이었다. 디즈니는 픽사와 5편 공동제작 계약을 연장하려 했으나 상승세에 있던 픽사가 가파른 하락세에 있는 디즈니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래조건을 제시했고, 이에 분노한 마이클 아이즈너는 “기술 기업은 콘텐츠를 등한시한다”고 비난하고,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의 창의성이 완전히 망가졌다”라고 평가하며 두 회사는 더 이상 협력관계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2004년 1월에 “다시는 디즈니와 거래하지 않겠다”라고 매우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선언했다. 아이거는 차기 CEO로 확정된 날에 스티브 잡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리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두 달 후 다시 스티브에게 연락하였다. “내게는 픽사와 무관한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내가 듣는 모든 음악은 아이팟에 저장되어있는데 앞으로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컴퓨터로 보는 시대가 도래할 것은 시간문제이며, (당시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2년 전이었다) 디즈니가 그 새로운 물결의 최전선에 있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며 스티브의 동의를 구했다. 스티브 잡스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 지금 개발 중인 제품이 있는데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답변하고 몇 주 후 스티브 잡스가 아이거를 찾아왔다.
새로 개발한 ’비디오 아이팟’을 보여주며 이 제품에 디즈니의 TV 프로그램을 컨텐츠로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아이거는 즉시 그 제안을 승낙했다. 그리고 5개월 후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무대 위에 나란히 섰다. 그들은 5편의 디즈니 프로그램을 아이튠즈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동영상 재생 기능이 탑재된 새로운 아이팟으로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이거가 보낸 애플의 제품에 대한 존중과 신제품에 대한 빠른 반영 속도가 스티브의 마음을 돌렸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계속)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