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20 (수)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최후의 보루 KBS

URL복사

현기영 - 소설가

지금 이 시간, 여의도에서는 혹독한 삼복더위 속에 KBS의 새노조 조합원들이 힘겨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에 심각한 침해를 받아 위기에 놓인 KBS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다. 파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투쟁의 열기는 식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으니, 파업참가 인원이 점점 불어나 그 수가 1천명에 달하고 있다. 막강한 세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누적된 피로가 조합원들의 심장을 갉아먹고 있을텐데도, 전혀 그러한 기색이 없다. 오히려 낙관적이고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S는 명실공히 공영방송이다. 준(準)조세에 해당하는 시청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의 방송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중립의 위치에서 진실의 공정방송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 그럴 권리가 있는 KBS가 지금, MB정권 아래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KBS 파업사태를 포함해서, 지난 2년 동안 파행적 국정운영을 거듭해온 이 정권은 지금 한창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선에서 MB를 선택했던 여론이 이제는 그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여론시장을 진흙탕에 몰아넣는가

대의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좋은 여론, 옳은 여론 형성이 관건이다. 여론시장에는 여러가지 품목들이 나와 서로 경쟁을 벌이게 되어 있다. 오래된 가치들과 새로운 가치들, 정신적 가치들과 물질적 가치들, 옳은 가치들과 그릇된 가치들이 혼란스럽게 여론시장에 나와 있다. 더구나 정보화와 글로벌의 시대를 만난 지금은 온갖 정보와 가치들이 홍수를 이뤄 범람하고 있고, 그에 따라 온갖 견해와 의견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여론이 조성되려면 여러 가치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있어야 하고, 언론은 그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메이저 언론들은 그러한 역할을 헌 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 한국의 여론시장은 이름만 자유시장일 뿐, 불공정거래와 불공정경쟁이 횡행하는 약육강식의 아사리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 판의 큰손은 물론 메이저 언론인 조·중·동이다.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그들은 진실의 가치, 가난의 고통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진실을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능사로 삼고 있다.

그 언론들은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왔고, 사회적으로는 전혀 희망이 없는 일반서민들에게 ‘당신도 중산층이고,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신화를 유포했다. 한때 유행했던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슬로건을 생각해보라. 애덤 스미스는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100명의 가난뱅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우리 속담에도 ‘부자 하나면 세 동네가 망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최면에 걸려 그 부자신화를 믿었고, 그래서 가난한 고학생 출신으로서 입지전적으로 부자가 된 이명박씨는 많은 사람들의 신앙 대상이 되다시피 했다. 진실과 윤리는 안중에 없고 오직 물질과 실용만을 추구하는 것, 바로 그 부패한 여론이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종편채널과 수신료 인상 논란 뒤에는

지금 MB정권은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이들 메이저 언론에 은혜의 보답으로 지상파방송에 종합편성채널(KBS, MBC, SBS처럼 보도·교양·오락·드라마 등 모든 부문을 방영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상납하려 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여론의 독과점문제가 심각한 그들에게 종편 채널을 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서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종편의 탄생으로 지상파방송은 엄청 몸집이 커져 여론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문제는 KBS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들이 광고에 의존하는 상업방송이라는 것이다. 이 정권은 종편이 생기면 프로그램의 질이 좋아진다고, 양질의 콘텐츠 운운하고 선전하고 있지만,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이다.

상업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광고주들이다. 광고주들은 진실의 가치나 진지한 가치를 외면한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단다. 진실은 재미없다고, 돈이 안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들이 주력하는 프로그램은 정신과 영혼보다는 감각과 감정의 말초에 호소하는 것들이다. 물론 어쩌다 가끔 진실을 언급하기도 하겠지만, 그 진실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화한 가벼운 것일 뿐, 본연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적대적 상황 속에서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KBS를 지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지금 수신료 인상계획을 놓고 논란이 심각한데, 방송의 공정성만 지켜진다면, 그리고 그 돈이 더 나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위해 쓰인다면 우리가 왜 반대하겠는가. 수신료 인상계획은 종편에 혜택을 주기 위한 음모라는 의혹에 직면하고 있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 7000억 원∼8000억 원 규모의 광고가 민간시장으로 이전되게 되며, 이를 통해 KBS의 광고 비중을 낮춰줌으로써 장차 조·중·동 종편채널에 돌아갈 광고 몫을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 중립의 위치에서 온갖 논란의 중심에 서서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KBS의 본분이다. 예컨대, 김미화 씨의 경우, KBS 경영진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발언을 문제삼아 방송인 김미화 씨를 고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그녀야말로 소통 매개자로서 훌륭한 본보기가 아닌가.

지방선거의 민심 벌써 잊었나 

 
그러나 사태는 저들이 바라는 바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MB신화가 깨졌음을 목도했다. 환상이 깨진 것이다. 실망과 분노의 여론이 선거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지방선거 패배의 후유증 속에서 MB정권은 벌써 레임덕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 레임덕 현상이 불행한 파국으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국민적 저항을 강공책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대화와 소통의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 궁지에 몰린 MB정권은 청와대를 조직개편하면서 첫 과제로 ‘소통’을 말하고 있는데, 글쎄, 과연 믿어야 좋을까? 진정으로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 벌어진 KBS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할 것이다. KBS의 김인규 사장은 파업중인 새노조 조합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KBS가 바른 소리, 진실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함께 지켜내자고 합의해야 한다. 대화와 소통을 무시한 강공책을 계속 밀고 나간다면, 보나마나 결국 이 정권의 레임덕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고, 그것은 큰 파국, 큰 불행을 초래하고 말 것이 분명하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오늘 국힘 당대표 투표 시작…22일 과반 득표자 없을 시 1·2위 후보 간 결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민의힘 새 사령탑을 뽑기 위한 투표가 20일 시작된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전당대회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가 반영된다. 결과에 따라 오는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리는 제6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예정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23일 1·2위 후보자 간 방송토론회를 한 차례 더 실시한다. 이후 24~25일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26일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대여 투쟁력을 앞세운 김문수·장동혁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등으로 투쟁력 강한 당 대표의 필요성이 부각된 측면도 있다. 지금은 내부총질을 할 때가 아니라 외부의 공세를 버텨낼 안정과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당 내부의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당 쇄신과 인적 청산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안철수·조경태 후보보다 김·장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후보의 경우 김건희 특검팀이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이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경주 주요 명소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전통공연 ‘서라벌 풍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배영호)은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경주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기 위한 기념공연 ‘서라벌 풍류’를 8월 23일부터 10월 29일까지 경주 주요 명소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K-컬처의 근간인 순수 전통예술부터 현대적 감각을 담은 창작국악, 그리고 지역 대표 예술단체의 국악관현악, 무용, 연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된다. 전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예술단체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실력 있는 예술단체가 참여해 풍성하고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경주 육부촌(현,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교촌마을, 첨성대 등 경주의 주요 명소에서 관람객들에게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라벌 풍류’의 첫 무대는 8월 23일부터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장소 ‘육부촌’에서 펼쳐진다. 1979년 PATA(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총회를 위해 건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컨벤션 센터인 ‘육부촌’은 45년간 민간에 공개되지 않아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경주의 근대 역사와 함께 특별한 전통공연을 감상할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