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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의 정상화는 언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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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

한나라당이 집권한 후 2년 반 동안 실천한 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보수이념에 걸맞은 보수적 정책들이고, 또 하나는 보수주의 본류 이념과 별 관련이 없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태들이다. 예를 들어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노골적인 부정직성, 소통 외면, 일방통행식 정책집행, 법의 정치도구화, 기본권 무시, 환경의식 부재 등이 보수주의의 문제인가, 비정상의 문제인가?

더 나아가 방송인·연예인에 대한 탄압, 민간인 사찰, 성희롱 사건들이 보수이념의 문제인가, 비정상의 문제인가? 그런 게 원래 보수의 본질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하나의 ‘정상적’ 정치이념으로서의 보수주의와, 그것을 참칭하거나 그것에 기생해 있는 비정상성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상적 보수주의와 보수세력의 비정상성

요즘 세계 학계에서는 좌·우 이념을 막론하고 그 근저에 깔려 있는 어떤 상식적인 정상성의 문제가 그 이념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이것을 ‘다원적 공공정치 철학’이라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 따르면 위정자를 포함해서 사회 전체의 양식과 상식성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이념이나 주의주장도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이렇게 본다면 연예인이 무대에서 강제로 밀려날 때, 방송인이 타의로 마이크를 놓아야 할 때, 여성이 상스러운 성희롱의 대상으로 전락할 때 전체 정치의 질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합리적 보수라 불리는 정상적 보수세력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제한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한나라당을 필두로 이 땅의 보수세력들은 상당수가 정상성이 결여되어 있거나 그런 문제에 극히 둔감한 이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 특히 강하게 드러나는 요인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꼽아보자.

남성중심적 세계관의 지배

자주 지적되지는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점이 있다. 한국 보수세력의 남성중심성이 빚은 지배욕과 권력욕은 한국 보수이념을 철학적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먼 기형적 권력사상으로 만들어놓았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남성중심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보수세력의 남성중심성은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인간관계와 사회관계를 철두철미한 수직적 위계관계로 파악하는 점이 우선 그러하다. 보수 인사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이들의 인간-사회 관계는 아직도 그 근본에 있어서는 전근대적이다.

남성-여성, 강자-약자, 지배-복종의 축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서로를 강화시키는 모습이다. 또한 한국의 보수세력은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를 전혀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 그것을 도구적으로 수용하는 모습만 보인다. 성희롱사건이 터져도 오직 ‘당의 위신’을 걱정하는 의식의 후진성을 보라. 보수 쪽에도 여성들이 많지만 남성중심적 지배논리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21세기 한국 보수세력의 정치의식은 마초적 권력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알아서 기도록’ 만드는 권력 메커니즘

권력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대체로 세가지가 있다. ① 강압 메커니즘. 법이나 강제적 제도를 통해 영향력을 ‘내리꽂는’ 방식이다. 민주사회일수록 강압 메커니즘은 되도록이면 눈에 띄지 않게 작동된다. ② 설득 메커니즘. 사회적 학습과 정보제공을 통해 시민들의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중이 어떤 규범의 진리성과 타당성을 스스로 확신하고 그것에 자발적으로 호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소통이 강조되는 것이다. ③ ‘문화접변’ 메커니즘. 어떤 강력한 준거집단이 전파하거나 암시하는 규범이나 주장에 대해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기도록’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사람들은 명시적인 강압이 없어도, 마음속으로 설득이 되지 않아도, 전사회적으로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면 그런 조류에 어쩔 수 없이 편승하기 쉽다. 왜 그럴까?
 
첫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정한 방향으로 쏠릴 때 자신도 그것에 동조해야 할 것 같은 인지적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분위기에 순응하면 안심이 되는 인지적 평안의 상태도 있다. 둘째, 권력을 가진 측은 공개적 칭송 또는 공개적 비판을 통해 대중에게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 현 집권세력은 사회 분위기를 교묘하게 통제해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화접변 메커니즘은 공식적으로 불법이 아니고, 또한 형식적으로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제공해주면서도 권력의 의지를 현실에 반영할 수 있으므로 비민주적 사회통제를 시도하는 세력에게 안성맞춤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윗선’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방송사는 윗선의 의중을 알(것 같)기 때문에 문제의 연예인을 찍어낸다. 윗선은 방송사의 자율적 결정에 대해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가 하고 오리발을 내민다. 이런 식의 사회통제에 재미를 붙인 보수세력이니 다원적 공공정치 철학의 기본인 민주적 의사소통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치공동체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뀔 때

필자가 유럽의 보수주의를 관찰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보수세력이 정치공동체에 대해 확고한 의식 ― 나쁘게 말하면 선민의식, 좋게 말하면 주인의식 ― 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공동체의 보존이 일차적 목적이고 보수세력의 존재는 일종의 수단이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알려져 있는 개념도 알고 보면 어떤 윤리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이처럼 지도층의 주인의식을 실천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민주적이진 않지만 책임감만큼은 평가할 만하다.

2차대전 당시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독일의 공습으로 영국군의 폭발물 해체반이 큰 역할을 해야 했는데 군인들의 사망률이 아주 높았다. 불발탄이 발견되면 우선 사병들이 준비작업을 한 후 실제 해체작업은 장교들이 했는데 이들은 십중팔구 좋은 가문 출신이었다. 당연히 사망자는 장교단에서만 나왔다. 그런데도 장교들은 중요하고 위험한 일은 당연히 자기들이 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고, 전혀 불평이 없었다고 한다.

만일 이 상황이 한국에 적용되었다면 어땠을까? 우리 보수세력에게는 자신의 존립과 영화가 제일 큰 목적이고 정치공동체는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들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 명분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이런 식의 목적-수단 전도 현상은 한국의 보수세력을 어떤 신념에 의거한 집단이 아니라 철저한 이익집단으로 만들어놓았다. 간혹 신념에 의한 행동 같은 것이 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 보수세력을 기다리며

4대강사업도 국토를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는 사익집단이 아니고서는 내놓기 어려운 발상이다. 구미에서는 생태주의까지는 아닐지라도 통상적인 환경보존에 관한 한 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더 열심인 경우가 많다. 독일의 현 보수집권당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과거 환경부장관으로서 쿄오또 의정서의 협상대표를 지냈고, 싸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종합적인 환경정책으로 유럽의 모범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미국의 환경보호청(EPA)을 창설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닉슨 대통령이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었다. “어떤 세대도 대지를 영원히 소유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동안 이 땅을 빌려서 사는 존재일 뿐이다.” 이는 다름 아닌 마거릿 새처의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4대강사업 같은 환경수탈 정책은 비정상적인 보수세력이 집권했을 때부터 예고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남성중심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알리바이식 사회통제술을 일상적으로 구사하며, 정치공동체를 철저하게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국의 보수세력으로부터 현대적 의미의 정상성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다원적 공공정치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에서는 적지않은 개혁이자 진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시민 대중의 동의를 얻기도 쉬울 것이다. 향후 입지를 모색중인 진보개혁 진영이 진지하게 참고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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