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한미FTA 재협상과 통상교섭본부의 ‘해체’

URL복사

이해영 - 한신대 교수, 국제통상연구소장

G20을 앞두고 벌어진 한미간 협상이 ‘재협상’인지 아닌지, 더 이상은 말장난이다. 물론 정부측(과 그 영향권하에 있는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한사코 다른 말로 바꿔 부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는 ‘재협상은 없다’던 자신의 약속이 허사로 돌아갔음을 숨기고, 둘째는 ‘재협상’이 아니므로 국회심의가 필요없다는, 곧 국회심의를 회피하려는 일종의 노림수다. 하지만 정부측이 아무리 숨겨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언론은 ‘거의’ 모든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우리 언론을 통해서도 상당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11월 16일 국회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이 밝힌 내용을 보자. 첫째는 자동차 관련이다. 말 그대로 연비, 온실가스가 새로이 들어가고 기존의 배출가스와 자기인증에 관련된 환경 및 안전기준상의 미국차에 대한 특혜를 확대해달라는 요구다. 미국의 요구는 이러한 비관세부문을 넘어 관세영역까지 포괄한다. 즉 2.5% 관세의 즉시철폐 연기를 비롯해 10년으로 되어 있는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철폐 시간표를 10년 뒤로 미루고, 여기에 대표적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인 ‘스냅백(snap-back, 관세철폐 환원조치)’을 적용하자고 했다. 그리고 한EU FTA와의 비교동등대우를 주장하며, 관세환급조항을 별도로 추가하자고 했다. 국내 언론에는 보도가 안된 요구로, 수출 자동차에 들어가는 국내산 부품 비율을 올리도록 원산지규정도 바꾸자고 했다.

자동차와 쇠고기, 이쯤되면 퍼주기 협상

그래서 만일 미국의 요구가 다 관철된다면 한미FTA 협정문 중 다음을 고쳐야 한다. (1) 픽업트럭을 포함해 미국의 2.5% 관세 철폐 일정이 포함된 ‘부속서 2-나-미합중국 양허표’ (2) 자동차 환경성능, 안전표준 관련 제9장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의 부속서한(구체적 자동차 규제문제) (3) ‘부속서 6-가 품목별 원산지 규정’ (4) ‘부속서 22-가 자동차에 관한 대체적 분쟁 절차 5조’ 그리고 (5) 한EU FTA의 관세환급조항은 새로이 작성해야 한다. 한EU FTA에서는 협정문 말미에 별도의 ‘의정서(Protocol)’를 만들었는데, 아마 한미FTA에서는 별도의 ‘부속서’나 ‘부속서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정부측은 쇠고기 문제가 한미FTA와 ‘별개사안’이라는 이미 4년이나 케케묵은 헛구실을 이번에도 들이대어 마치 쇠고기는 협상대상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쇠고기는 협상을 했고, 미국의 요구는 2년 전의 한미 쇠고기 협상, 곧 수입위생조건의 완전이행이었다. 한마디로 핵심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해 먹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협상은 ‘결렬’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일시 중단되었다. 해서 미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에 ‘지시’했다. 밤잠 자지말고 열심히 해서 수주내에 마무리지으라고 말이다.

통상거버넌스의 심각한 위기

하지만 나로서는 한미FTA 재협상, 그것도 ‘점 하나도 못 고친다’에서 협정문의 광범위한 실질변경까지 내몰리고, 밀실에서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을 하고 있는 이 나라 통상교섭본부를 보면서 통상거버넌스의 심각한 위기를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미국이 ‘재협상’을 운운하기 시작한 것이 2007년 6월이다. 이후 틈만 나면 미국측은 재협상을 말했고, 그때마다 통상본부측은 그런 일 없다고 하다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회피하고, 있지도 않은 '이익 균형'의 자기기만에 매몰돼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통상이슈는 매우 광범위하고 전문적이다. 정부부처 안에서조차 교섭권을 독점하고 있는 통상교섭본부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뿐더러, 청와대에도 이를 견제할 장치나 인물이 부재한 형편이다. 특히 통상교섭본부가 예의 그 '협상기밀'을 이유로 심지어 국회와의 협의조차 기피함으로써, 이 나라에 통상협상은 오직 통상관료 그들만의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현대 경제에서 통상(通商)이란 그저 관세를 철폐하고 쿼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통상정책을 금리, 환율 또는 부동산 등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로 보면 큰 오산이다. 우리 경제의 사실상 모든 면, 곧 그 대외적인 모든 면이 통상인데, 이에 관한 교섭 즉 통상협정의 권한이 극소수 통상관료의 손안에서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견제 없는 통상권력의 심각한 월권적 상황이 만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교섭이라는 특정한 하나의 '기능'이 그 내용까지 대체해버린 셈이다.

최근 골목상권 살리기 법안인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둘러싼 해프닝은 통상협상이 잘못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통상교섭본부가 태클을 걸었다. WTO협정과 아직 서명도 안된 한EU FTA를 위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러한 통상교섭본부의 논리는 이 법안에 반대한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의 로비를 받은 영국 비즈니스부 장관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한EU FTA협상과정에서 우리측이 유통써비스 개방조건에 EU 7개국처럼 해외 대형마트 진출시 주변상권, 환경, 교통, 고용에 대한 영향을 심사하는 '경제적 수요심사' 조항을 달기만 해도 이런 문제는 생길 리 없었다. 말하자면 협상 실패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해서 상임위 통과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만에 하나 우리와 영국 사이에 통상분쟁이 발생하면 통상교섭본부가 국회에 낸 공식의견서는 영국측에 유리한 증거로 인용될 것이 뻔하다.

통상교섭본부를 이대로 놔둘 것인가

한미FTA 재협상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어도 의연히 살아남은 신화 속에서 그들 권력은 더욱 비대해졌고, 통상협정은 어느 샌가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일이 되어버렸다. 통상거버넌스가 비교적 잘 갖추어진 미국의 경우, 무역대표부는 협상 전후는 물론 그 과정에도 의회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우리처럼 저런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재협상에도 미국은 하원 세입세출위 수석전문위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협정은 크게 대내협상과 대외협상으로 나뉜다. 우리의 경우, 대내협상은 거의 요식절차에 불과하고 국회협의도 사후보고면 그만이다. 대외협상은 비밀이기 때문에 오직 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통상거버넌스는 이 양측면 모두를 균형있게 아울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통상교섭본부는 해체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미국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두던가, 정보통신위원회처럼 독립부처로 두던가, 아니면 일본이나 독일처럼 경제부처로 돌리는 것이 지금처럼 교섭이라는 '기능' 때문에 외교파트에 두는 것보다 협상력과 전문성 강화에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그 반대편인 국회에 통상 관련 상설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더불어 통상문제가 주권자의 경제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오늘날의 통상은 그 구조상 열개의 잘된 협상이 있어도 하나의 잘못된 협상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와의 부단한 소통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것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두드러진 최근 경향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조약에 대한 국회의 '체결동의권'에 근거해 통상절차법이 처음 제안된 것이 2005년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반대와 정치논리에 밀려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 논란과 더불어 지금이 민주적, 대안적 통상거버넌스 바로 그 개혁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적기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충권 “배경훈, 부모 재산 독립생계 이유 고지 거부...세액공제는 5년간 수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비례대표·과방위)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부모의 재산을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근 5년간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총 2500만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속의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단, 부모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경우에 한해 재산 고지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반면에, 현행 소득세법상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 즉, 상기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억대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는 거부한 것은 탈세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과연 법위에 있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답다. 국세청은 이제라도 환수조치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허위 고지거부나 불성실한 재산 등록에 대해 경고, 시정명령, 징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최한기의 '농정회요' 제1책, 제11책 최초 발견...국내외 유일 완질본 공개, 3일 발표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은 기존에 10책으로만 알려져 있던 최한기(崔漢綺)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전 11책, 25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장서각본의 발견은, 2024년 부여 함양박씨 구당 박세영 종가의 전적에서 『통경(通經)』을 최초 발견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성과로, 국가 유물 발굴 및 연구 분야에 중대한 기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농정회요』는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제2책~제10책)만이 알려져 있었으며, 제1책이 누락된 탓에 저술자와 집필 연도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장서각본을 통해, 저자가 최한기며, 저술 연도는 1837년, 책 전체는 전 11책(25권)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장서각본은 교토대본과 달리 낙질 없이 필체가 균일하고 정교해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제1책과 제11책의 최초 발견은 『농정회요』 전체 구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농정회요』, 농업 경제정책 9개 주제를 집대성한 실용 농서 『농정회요』는 농업을 둘러싼 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