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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시련을 딛고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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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 서울대 명예교수

2010년의 한국사회는 유달리 시련이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의 한달 남짓 동안 슬퍼하고 분노하며 불안해할 일이 넘쳐났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연평도 사건 자체로 말하면, 그 이유와 경위가 무엇이건 남쪽 땅에 대한 북측의 의도적인 포격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남측의 초기 대응이 너무 어설픈 게 불안했고, 뒤늦게 ‘전면전 불사’를 외치며 위기를 키워가는 방식이 도리어 불안을 키우고 분노마저 자아냈다.

12월 8일에는 국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보위기를 틈타 예산안 등의 날치기 통과를 감행했다. 권력분립과 법치주의가 완전히 짓밟혔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날치기는 4대강사업과 이른바 ‘친수구역법(親水區域法)’이라는 관련 악법의 추진이 가장 큰 동기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자연파괴는 물론 법치와 민주주의의 파괴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자랑하는 신속한 경제회복은, 그 자체를 의문시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차치하고도, 서민생계에 대한 위협과 일자리 부족을 개선하지 못했다. 아니, 변변한 일자리를 가진 층에서도 자녀 양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을 못 이겨 ‘출산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11월 29일 담화에서 북한의 자발적 핵포기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비핵·개방·3000’ 정책의 실질적 파탄을 자인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전쟁 아니면 상시적 위험 속에서 북한이 무너져주기만을 기다리는 일인가.

‘천안함’이라는 전환점, 그리고 ‘연평도’와의 함수관계

연평도 공격의 배경에 남북간에 쌓여온 적대관계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긴장상태는 더러 기복을 거치면서도 지속되어왔다. 그런데 ‘긴장’을 ‘적대’로 확연히 바꿔놓은 것이 지난 3월의 천안함사건이었다. 따라서 오늘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도 그 전환점으로 되돌아가 차분한 복기(復棋)를 해볼 필요가 있다. 올바른 대응은 정확한 상황인식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평도 사건 이후 북이 천안함 공격도 했으리라는 대중적 정서가 크게 늘어났다. 동시에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가 ‘친북좌파’로 몰릴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그러나 천안함의 진실 자체가 대중의 정서나 정치논리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테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의 영역이요 이성과 논리에 따라 식별할 문제인 것이다.

천안함 침몰의 진상에 관해서는 불행히도 아직 과학과 이성의 검증을 거쳐 합의된 결론이 없다. 이른바 민군합동조사단 발표는 과학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 외부의 과학자들은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제약된 상태에서 독자적인 진상규명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연평도’와 ‘천안함’의 함수관계도 아직은 정답풀이가 불가능하다. 다만 복수의 가설을 놓고 그에 따른 결론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알기 쉽게 두 개의 가설만 상정해보자. 가설 A: 설혹 합조단 발표가 헛점투성이라 해도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것은 맞다. 가설 B: 진상의 전모가 무엇인지 몰라도 북한에 의한 천안함 공격은 없었다.

먼저, A일 경우 연평도 사건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첫째, 천안함을 격침한 북한군이 이번에 또 연평도를 포격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도발행위다. 게다가 포격으로 해병 둘 죽이고 민가 몇채 불태우고서 그토록 의기양양해하는 자들이 신출귀몰하는 수법으로 천안함을 격침하고 46명의 해군을 수장시키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고 자랑함직한 대목에서는 기어코 안했다고 잡아떼었으니, 이런 정권은 거의 정신이상 수준의 범죄집단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가설 A가 맞다면 우리 군의 대응도 단지 안이하고 무능한 것을 넘어 거의 범죄 수준이 된다. 북의 공격으로 천안함을 잃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온 나라와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었는데, 연평도 공격계획을 8월에 감청(監聽)하고도 상투적인 헛소리거니 하며 무방비로 있다가 당했다면 세상에 이런 군대가 어디 있단 말인가. 국방장관 경질로 끝낼 일이 아니고 군 수뇌부의 대대적인 개편이 따라야 할 사태다.

반면에 가설 B를 따른다면 한국군의 대응이 얼마간 이해되는 바 없지 않다. 북이 천안함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어도 정부의 핵심관계자와 군 수뇌부는 알고 있었을 테니 8월 감청의 결과를 듣고도 상습적인 위협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중대한 판단착오임이 분명하고 사건발생 당시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이건 군대도 아니다’라는 오명을 쓸 정도는 아니다.

가설 B에 의하면 북측 정권에 대해서도 A의 경우와는 꽤나 다른 인식을 하게 된다. 남한 영토에 대한 포격이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 위반이요 용인 못할 도발인 점은 여전하지만, 저들 나름의 치밀한 운산을 수행한 결과일 확률이 높아진다.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까지 나돌던 상황이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일거에 적대관계로 바뀌면서 국제사회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힐 위험에 처했고 각종 고강도 한미군사훈련이 지속되어온 끝에, 드디어 그들 나름의 계산된 승부수를 던진 형국인 것이다. 그 결과도 일방적인 손실만은 아닌 셈이다. 남한 국민의 인심을 잃은 것이 무엇보다 큰 손해지만, 그런 장기적 고려는 원래 북측 당국의 셈법에서 큰 비중을 갖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 서해지역을 확실한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 대미교섭에서--남한군의 무력시위에 대한 대응 자제와 평양에 온 리차드슨 뉴멕시코주 지사와의 합의들도 겹쳐--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자축하고 있기 쉽다.

2011년,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시작하는 해로

위의 두 가지 추론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할지는 각자 소신과 양식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잊지 말 것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A와 B라는 양립불가능한 전제에서 각기 출발한 추리이며 둘 중 어느 전제가 맞는지는 철두철미 사실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물론 세상사를 모두 과학에 맡길 수는 없다. 예컨대 진실규명 이후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과학만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과학의 진실이 무시되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자연과학 이상의 교양과 실력을 요한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해야 할 일을 하되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서 과학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인문적 교양이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요건이다.

아무튼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어뢰공격이었느냐 좌초였느냐 기뢰폭발이었느냐 또는 좌초 후의 기뢰폭발이었느냐 하는 물음 자체는 오로지 물리학, 화학 등 자연과학으로 규명할 일이다. 거기에는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정치논리와 사상공방에 휘둘린 것은 2010년 한국이 겪은 뼈저린 좌절의 하나였으며, 정부나 국회, 언론계뿐 아니라 우리 지식계 전반에 걸쳐 교양의 얄팍함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2010년의 한국사회가 무교양·몰상식으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진실규명에 용감하게 나선 개인들의 헌신이 있었고 이들에 호응한 수많은 누리꾼들과 익명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6·2지방선거에서 이 땅의 평범한 시민들은 의도적으로 조장된 ‘북풍’을 잠재우고 이명박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어려운 일은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가 아닐까. 가설 A와 B 중 어느 쪽이 진실이라도 사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A가 맞더라도 전쟁은 안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범죄적일뿐더러 예측불능인 북한정권이 핵무기마저 보유한 이 위험천만한 사태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난감하기 그지없다. 반대로 B의 경우처럼 북한의 공격이 없었는데 우리 정부 스스로 그런 엄청난 왜곡과 조작마저 저질렀다면 이 또한 너무도 심란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태를 호도하기 위한 또다른 무리수도 배제할 수 없으려니와, 우리 손으로 뽑은 정부가 너무 빨리 너무 심한 권력누수현상에 빠지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일반시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보수·진보의 낡은 틀을 넘은 각계의 합리적 역량이 결합함으로써 위기국면을 수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룩해야 할 대목이다.

1987년 이래의 한국사회는 선거를 통한 권력교체의 공간이 열려 있는 사회이니만큼 2012년의 총선 및 대선과 연계해서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도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2011년에 각계각층에서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시작하고 국정체계 개편을 준비함이 없이는 2012년에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연합정치의 소중함에 대한 지방선거의 교훈을 달라진 여건에 맞게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그동안 선거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르익어 온 새로운 기운이 응당 반영돼야 한다. 4대강사업에 저항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분발만 해도 아직 정부 방침을 바꾸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체질을 바꿔놓고 있으며, 바닥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싸움이 기륭전자 노동자나 KTX 여승무원들의 소중한 승리를 기록한 것도 그 외형적 규모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2010년은 좌절도 많았지만 성취 또한 만만찮은 한해였다. 나 자신은 새해에 우리가 그 좌절과 성취를 딛고 어느 해 못지않은 진전을 이룩하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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