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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따라하기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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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

이번 글에서는 시사현안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필자가 해외에서 머물며 많이 생각했던 점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흔히 외국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향이 있다. 해외 사례를 찾아 우리와 비교하는 신문특집들이 언론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이때 ‘외국’이라 하면 소위 선진국 몇 나라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해외의 사조와 동향을 잘 살피는 일 자체는 지성의 상징이자 진보의 특징이다. 정책의 국제적인 상호학습 역시 일반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런데 외국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는 정도를 넘어 그것을 우리의 잣대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태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외국의 사조에 반응할 수 있는 어떤 적정선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함께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잘 알려진 예로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국 교육 칭찬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토니 블레어가 총리 시절에 영국의 복지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본인 부담으로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아시아를 배우자고 한 적이 있었다. 복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이색적인 모델이 그렇게도 부러웠던 모양이다. 중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어느 서양 학자가 동아시아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서구국가들보다 낫다고 두둔한 적이 있다. 단기초청제도와 엄격한 통제를 통해 노동자들의 기대치를 높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시민권에 따르는 복잡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의 어떤 (진보적) 연구자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계속 칭찬하는 바람에 난감한 심정이 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감안해도 그렇다는 말이었다. 촛불을 들 줄 아는 시민이 있는 한 그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고 하면서 자기나라의 정치적 무기력과 비교할 때 너무나 부럽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본인들의 뜻과 관계없이 국내에 역수입되어 보수파에게 고무적인 메시지로 둔갑할 때도 있다. “거 봐라, 세계가 다 인정하는데 왜 국내 일부 세력은 허구한 날 불평만 하는가?" 이러한 거울 이미지 현상은 서로가 상대방을 관찰할 때 흔히 나타나는 역설이지만 외국에서 우리를 선별적으로 부러워하는 것과, 우리가 외국의 많은 점들을 시시콜콜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태도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몇 가지로 설명을 해보자.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우선, 너무나 당연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회란 없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또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사회적 맥락이나 역사적 배경은 생략되기 쉽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눈에 들어오는 경향도 있다. 또한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비교와 사람들의 실생활 수준에서 관찰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례로 필자는 독일에서 지난 1년간 봉급생활자로 많은 세금을 내면서 살았는데 이곳의 사회보장정책, 이주민정책에 대해 염려와 비판을 하지 않는 시민을 만나본 기억이 별로 없다. 대학의 개혁바람도 상당히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런 현실이 우리와 비교해서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아니, 독일을 일종의 ‘상상의 준거사회’로 계속 남겨두고 싶었다! 그만큼 현지인과 관찰자 사이에는 메우기 어려운 인식의 간극이 있다.

냉전기에도 이런 일이 흔히 있었다. 공산권 주민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봤다. 자본주의의 살인적 경쟁, 불평등, 비인간적 측면은 알기 어려웠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반대로 서구의 일부 지식인은 소련을 인류의 미래상으로 그리면서 그 체제의 문제에 눈을 감고 이념에 근거한 무비판적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남북한간에도 비슷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이처럼 타자를 균형있게 이해하기는 어렵고 우리에게 적합한 점을 제대로 짚어내기도 어렵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피상적인 해외 시각의 오남용

한국의 보수세력이 오랜 독재와 온갖 비정상, 반칙 위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는데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해외의 시각’이라는 문제적 개념에 힘입은 바 크다. 70년대 중후반 외국 잡지의 표지에 흔히 등장하던 “한국인들이 오고 있다”류의 경제성장 예찬은 독재정권에 큰 원군이 되었다. 87년 민주화도 해외에서는 “경제발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회복”으로 간단히 정리되곤 했다. 그 후 밀어닥친 동구권 붕괴, 경제 지구화, 개도국에서 한국의 발전모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 역시 이런 경향을 강화시켰다.

경제구조의 불안정한 성격, 또는 발전과 민주주의 사이의 복합적 모순 속에서 갈등하는 한국민의 내밀한 실상이 해외에 정확히 소개될 여지는 적었다. 이런 배경에서 외국의 일반화 시각을 국내에 역수입한 보수파가 일견 세계사적 보편성에 기반한 것처럼 보이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세력은 큰 도전 앞에 있다. 피상적인 해외 시각의 오남용을 거부함과 동시에, 객관적인 세계사적 흐름은 또 그것대로 직시하면서, 우리 실정에 타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 따라하기’가 어떻게 해서 한국의 정치사회와 지식계와 정책공동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을까? 반세기도 전에 알렉산더 거셴크론(A. Gershenkron)은 후진국 발전의 특징으로 압축성장을 꼽으면서 후발국이 선진국의 기술혁신을 모방·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수 백 년에 걸친 선진국의 지식축적을 단 수 십 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이지 일본의 예를 들었지만 그 후 한국, 대만 등도 거의 같은 궤적을 밟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선진국 따라하기가 하나의 정상규범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일정한 발전을 달성한 후에도 외국을 추종하는 인지구조 자체가 좀체 변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세계 사조의 시험주행 사회, 한국

한국은 이제 세계 사조의 ‘시험주행 사회’가 된 듯하다. 외국에서 팬시 아이디어로 출발한 미완성 시제품 담론이 직수입되어 별 고민도 없이 곧바로 실행된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수입 소동과 그 참담한 결과가 대표적인 예다. ‘무작정 따라하기’ 풍토는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새로운 사조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다 큰코 다치거나, 아니면 그것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여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원흉인 양 전가해버린다. 양쪽으로 오버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사조만 해도 그렇다. 한쪽에서는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그것을 숭상하고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실천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무슨 완성된 불변의 괴물인 양 과도하게 부풀려 대상화한다. 이때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진보-보수의 문제처럼 단순화된다. 김기원 교수의 정확한 지적처럼 진보-보수의 차원과 또다른 차원, 즉 개혁-수구의 문제(필자는 이것을 정상-비정상의 문제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이런 와중에 실종되기 일쑤다.

앞에서 언급한 대학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도 대학 교육개혁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은 수많은 공론화 과정,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교육철학과 제도개혁 간의 득실 등을 따지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결국 ‘독일식 대학교육개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독일 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필자 눈에는 ‘찻잔 속의 태풍’ 같아 보이더라는 말이다.

교육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똑같이 교육개혁을 추구하더라도 영어강의 때문에 학생을 자살로 내모는 식의 무모하고 광기어린 분위기, 이런 식으로는 정말 곤란하지 않은가? 따라서 외국의 사례를 제대로 참고하려면 무조건 따라하기 식의 흥분을 억누른, 냉정한 이해와 판단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외국의 사례에 빗대어 우리 문제를 해석하고 외국의 준거에 기대어 해법을 찾으려 할 때엔 신중을 기하는 게 좋겠다. 외국의 사례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정말 좋은지(또는 나쁜지), 만일 좋다면 우리 맥락에서 실행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가능한지, 유사한 적용이 어렵더라도 어떤 유의미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근대의 드높은 기획이었던 자유-평등-우애의 큰 원칙 내에서 이성적인 접근으로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궁리하는 것, 이 정도의 능력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아주 많이, 갖춰져 있다고 본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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