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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번역 망신사건과 속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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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 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3월 3일 국회에서는 2월 28일 외교통상부가 제출한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안건 상정이 쟁점이었다. 이전에 국회에 제출했던 비준동의안에 다수의 번역 오류가 발견되자 이를 철회하고 새롭게 수정한 국문협정문을 다시 제출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평행선을 긋는 논쟁이 이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처 수정되지 못한 번역 오류가 다수 남아 있으며, 이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상식적인 입장이었다. 또한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법 59조의 적용을 받아 최소 20일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이 문제가 단순한 번역상의 오류이며 오래도록 숙성기간을 거쳤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상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처구니없는 협정문의 번역 오류

외교부 장관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EU측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7월 1일 발효시점에 맞추기 위해서는 3월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비준동의안은 상임위에 상정하되 4월 임시국회 기간에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정부측도 그때까지 국문협정문 전체를 재검독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외교부 내에 전문적인 번역시스템이 없다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외교부는 사고가 터진 후에야 통상협정의 법률 검토·번역을 전담할 상설조직을 통상법무과에 설치해 내·외부 인력을 보강할 방침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전문인력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번역을 전담할 조직을 만드는 것은 향후 맺어질 외교협정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외교부 밖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속도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4대강사업, 예산 날치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정부는 부작용과 대책에 대해 충분한 검토작업을 건너뛴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보는 것이다.

비상식적 대응으로 망신 거듭한 외교부

한EU FTA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1년 7월 1일로 시한을 못박아놓다보니 번역에 대한 세밀한 검토도 없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특히 언론을 통해 지난 2월 21일 번역 오류가 밝혀졌다면 협정문 전체에 대한 정밀한 검토를 거쳐 또다른 오류는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그런데 오류 협정문 원안을 비준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비준 이후에 EU측과 별도의 합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비난이 거세어지자 그제야 겨우 잘못이 밝혀진 부분만 고쳐와 다시 제출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회가 미비점을 보완해서 4월에 논의하자는 결론에 이르자 전체적으로 다시 훑어보겠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재검독 중 추가로 번역 오류가 나타날 경우에는 비준부터 시키고 추후 EU와 정정에 관한 합의를 다시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망신당한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국회에 명백히 오류가 있는 비준안을 알면서도 통과시켜달라고 하며 국회 망신을 초래하겠다는 심보다.

협정 ‘발효시점’ 설정, 명백한 월권행위

FTA는 국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요한 국제조약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가 엄밀히 규정되고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곧바로 우리 국민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FTA 같은 국제협상에서는 국익을 위해 문구 하나, 수치 하나를 놓고 오랜 줄다리기를 한다. 그렇게 어렵게 따낸 수치를 우리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잘못 옮긴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완벽한 정비 없이 비준 먼저 받겠다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황당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간의 부족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발효시점이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날짜를 미리 정해놓음으로써 그 날짜를 신뢰하게 된 상대 국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재산상 피해를 입게 하는 등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협정의 ‘타결시점’을 정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권한에도 없는 협정의 ‘발효시점’을 정해놓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벌써 잊었나

비단 한EU FTA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미국 의회에서 논의의 진척이 없어 발효시기가 늦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쪽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 전략과 결과에 대한 예측 모두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미·한EU FTA 모두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 특유의 업무 스타일이 그대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4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다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을 떠올리길 바란다. 지금 같은 스마트한 시대에 속도전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 홀로 앞만 보고 가는 것은 필패(必敗)의 길이다. 정부는 이번 번역 망신사건에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길 바란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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