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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뮤지컬계 거장 스티븐 슈왈츠…한국판 '위키드'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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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작사자 스티븐 슈왈츠(66)는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권위와 명성을 지닌 뮤지컬계 거장이다. 

뮤지컬 역사상 1000회 이상 공연한 히트 뮤지컬을 3편 이상 작곡한 5명 중 한 명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66), '라이언 킹'의 엘턴 존, '라카지 오 폴'의 제리 허먼(83), '사운드 오브 뮤직'의 리처드 로저스(1902~1979)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6세의 나이에 작곡한 '피핀', '갓스펠' 등이 연이어 히트 하면서 신동으로 통했다. 특히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 중인 '위키드'는 그의 역량이 총 집결된 작품이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59)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것이다. 

다소 낯선 내용으로 국내 정서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마녀 '엘파바'·'글린다'의 우정과 마녀사냥 등 공감대를 형성하며 첫 내한공연에서 이 같은 걱정을 말끔히 씻고 있다. 

지난 22일 첫 내한한 슈왈츠는 2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공연하는 이 버전은 뉴욕에서 봐도 똑같다"면서 "형태나 모습은 똑같을지언정 한국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들과 다른 초록색 피부 탓에 모두에게 배척을 받는 엘파바 역의 옥주현(34)과 박혜나(32), 금발의 마녀로 공주병 기질이 다분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글린다는 정선아(30)와 김보경(31)이 맡아 호평을 듣고 있다. 김선영(40)이 조만간 엘파바 역에 합류한다. 

22, 23일 다른 캐스트로 공연을 두 번 봤다는 그는 "객석에서 웃음이 많이 나와서 흡족했다. 읏음이 적게 나오는 나라도 많이 있는데 한국 관객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웃음이) 터지지 않을 것 같은 부분에서도 나오더라. 특색이 있고 매우 좋았다"며 웃었다. 

주연 배우들 모두 특색이 있는 캐스트라고 짚었다. 한창 연습 중인 김선영 역시 훌륭하다고 평했다. "배우들이 모두 다르다는 말을 꼭 강조하고 싶다. 굳이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옥주현은 분노 등 감정을 안으로 응축하는 힘이 있다. 박혜나는 그런 부분을 뿜어내는 기운이 좋았다. 정선아는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는 부분을 잘 캐치한다. 김보경은 현실적인데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배우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몹시 조심스럽다. "내가 말한 부분이 활자화된 것을 배우들이 봤을 때 '그럼 난 폭발해야 하나, 응축해야 하나' 그런 오해가 생길까봐"다. "'위키드'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공연을 하는 배우가 가진 장점과 성격, 연기관을 모두 투영시킬 수 있는 여유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성격과 인생,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영화와 달리 공연은 살아 있는 사람이 매일매일 만들어간다. 그래서 생명처럼 바뀌고 나아지는 방향이 있다. 배우들과는 주로 감정선을 논의했다." 

'위키드'가 한국 관객들에게 좀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였다.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 문화에서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다. "미국 관객들은 영화 때문에 '오즈' 테마에 익숙하다. 2막에서 글린다가 노란 벽돌을 따라가는 소녀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쟤가 도로시구나'라는 걸 한 번에 안다. 한국 관객들은 그러나 오즈에 친숙하지 않아서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글린다의 '잘가 도로시'라는 대사를 삽입했다. 그런 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한국적인 개성은 배우들에게서도 묻어났다. "(마법학교 학장인) '마담 모리블' 역의 김영주는 이 정도 힘이 있는 배우가 세계적으로 있을까라는 생각을 줄 정도로 대단했다. (엘파바의 동생인) '네사로즈' 역의 이예은, (글린다를 짝사랑하는 '보크' 역의 김동현은 그간 보지 못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새로웠다. 두 배우가 한국적인 부분을 잘 찾아서 연기했다. 그래서 공감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위키드'가 시대와 국경을 뛰어 넘어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우정과 사랑 뿐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정치와 풍자에 있다고 봤다. 엘파바를 마녀사냥하는 권력자와 대중의 모습이 지금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장례식장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등 반동적인 성향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있었다. 그가 죽었을 때 어느 유명한 작가가 기고를 했는데 그 사람이 '위키드'를 봤어야 했다고 썼더라. '위키드'를 봤으면 공공의 적을 만들어 한 사람을 합심해서 미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또는 권력을 갖기 위해 가상의 인물, 가상의 단체를 만들어 공공의 적을 만들려 한다. "한국 역사는 잘 모르지만, 한국에도 이런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적을 만들려한 적이 있을 거다. 미국 역사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이라크전만 봐도 가상의 적을 만들어 전쟁을 선언하고 들어가지 않았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가상의 적이 있다고 하면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이런 부분과 맞자 떨어진다. 대상이 필요할 뿐인지 그 대상이 악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다. 그가 지금은 동성애자 공격을 하지만 그게 이슬람, 집시들이 될 수도 있다. 대상보다 미워할 수 있는 부분을 던져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래서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액면 그대로 믿기 보다 이게 과연 진실인가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위키드'는 정치적인 이슈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완전히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유머도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것도 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는 것 안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부분이 희석됐다는 지적이 있다. "좋은 작품은 깊이가 있다. 깊이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어린 아이들부터 10대 소녀들이 부정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와 감정도 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질문과 다양한 시각으로 인한 논의의 장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 한국 창작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런 논의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어두운 반면, 곡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다. "의도한 것이 맞다"면서 "풍자적이고 어두운 부분이 현 시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위키드' 속 인물들이 역경과 고난 속에서 성과를 이룬다는 부분에 희망을 걸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키드'는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비롯해 '파퓰러(Popular)', '나를 놓지마'(As Long As You're Mine)', '널 만났기에'(For Good) 등 넘버가 모두 히트했다.

"'위키드'는 소설로 봤을 때 하나하나 살아 있는 캐릭터를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다. 이들의 관계와 작품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런 상황에 집중했다. 그들의 입장을 담은 세계관을 설정하고,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음악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집중을 했다."

제일 좋아하는 곡은 밝히지 않았다. "예전에 저명한 작곡가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제일 좋아하는 곡에 대해 대답을 했더라. 이후 손드하임에게 왜 그 곡이 제일 좋은 지 매번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는 들을 때마다 그날 그날 느낌이 다를 수 있는데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을 말하면 관객과 노래 사이에 장벽이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으로 듣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느끼기를 바란다."

7세 때부터 어쩔 수 없이 극장·음악과 사랑에 빠졌다는 슈왈츠는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당시에는 뮤지컬 '헤어'처럼 록과 팝이 공연에 영향을 미친 때라 익숙하지 않은 작법으로 곡을 만드는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 혼타스', '노트르담의 꼽추'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스크린까지 영향력을 넓힌 그는 2003년 '위키드'를 통해 뮤지컬로 복귀했다. "'위키드'였기 때문에, 극장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돌아왔다"며 즐거워했다. 

같은 창작자로서 한국 창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내 힘과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관객들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려면 문하가 형성돼야 하는데 한국 뮤지컬 시장이 많이 발전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기회가 많이 열려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펼칠 기회가 더 생겼으면 한다. 빈말이 아니라 다음에 내한하면 한국 창작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위키드' 한국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55) 대표는 "슈왈츠 작곡가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는데 관광도 안 하고 극장에만 3일째 있었다"면서 "열정적인 분이라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하는 분들은 굉장히 시야를 넓게 본다. 그래서 훌륭한 곡과 다양한 논의가 나온 듯하다."

'위키드' 첫 라이선스 공연은 지난달 초 실관람객 10만명을 돌파했다. 95%에 육박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사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을 비롯해 이지훈, 남경주 등 뮤지컬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점도 관심을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날짜를 연장하고 있다. 

◇스티븐 슈왈츠는? 

드라마 데스크상, 그래미상,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브상 등 메이저 어워즈의 음악상을 모두 휩쓴 거장이다. 팝 디바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이집트의 왕자' 주제곡 '웬 유 빌리브(When You Believe)
'로 세계 음반 차트를 휩쓸었다. 영화 작곡가로 거듭난 그는 2003년 브로드웨이의 복귀작 '위키드'로 그래미상 을 수상했고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65세 생일을 기념, 뉴욕팝스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콘서트는 카네기홀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키드'의 할리우드 영화화와 드림웍스 신작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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