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소된 각 관련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들은 각자 책임을 떠넘기면서 '형사소송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현 회장의 횡령·배임 1심 결과에 따라 향후 민사소송의 향방이 갈리게 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이인규)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현 회장 측 변호인은 "동양증권은 2012년 12월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당시 변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동양 피해자들에 대한 현 회장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 회장은 CP 판매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어떤 논의나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며 "불완전판매 부분에 있어서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동양 사태'에 관해 현 회장 개인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께 피소된 동양증권 및 금융감독원 등 다른 피고들도 모두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동양증권 전 사장 및 동양증권 측 변호인은 "법인이 발행한 CP는 기본적으로 (판매회사가 아닌) 발행회사가 책임을 진다"며 CP판매를 위탁한 발행회사(동양레저)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발행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판매회사인 동양증권 측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공동불법책임을 질 만한 공모행위는 없었다"며 "증거조사에 따라 재판부가 (동양증권의) 부담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르겠지만 책임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측 변호인 역시 "원고들의 취지는 금감원의 감독의무 소홀인데 금감원은 주어진 권한과 인력의 한도 내에서 나름대로의 감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양증권의 원고들에 대한 책임 여부 및 책임을 지게 되는 경위와 범위에 따라 (인정된 범위 내에서) 감독 소홀 여부가 검토돼야 한다"며 일단 동양증권의 책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의 직무위반 행위에 의해 배상책임자로 피소된 대한민국 대리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는 "금감원이 금융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어떤 의무위반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동 피고인 현 회장과 동양증권, 금감원 등이 모두 동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 책임 소재 규명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현 회장과 정 전 사장 등은 동양증권의 동양 계열사에 대한 CP판매 과정에서 횡령·배임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민사 재판부는 일단 형사재판 1심 결과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민사적 책임 여부를 판단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동양증권 피해자 강모씨 외 114명은 동양증권이 발행한 동양레저 CP를 매입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1억1500만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동양증권이 동양레저 C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동양레저가 변제 의사가 없음을 알고도 이를 숨겼으며, 금감원은 이 사건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해 직무위반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지난 1월 현 회장과 정 전 사장·동양증권·금감원·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