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제도 시행부처인 환경부가 자동차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시행안을 짜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동차업계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9일 오후 '저탄소차협력금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의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제도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환경부는 2020년까지 160만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업계의 생산액과 고용도 증가하는 만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3개 부처는 앞서 각각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기고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날 각자의 입장을 발표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경·소형차, 저탄소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 승용차에는 부담금을 주는 제조다. 저탄소차로 소비자구매를 유도하고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 제도는 2009년 도입이 결정된 이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2010.4), 대기환경보전법(2013.4)에 부담금의 부과 및 재정적 지원관련 내용이 반영돼 개정됐다. 당초 지난해 7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국내 사정과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2015년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그러나 경제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보다 업계의 부담과 재정 불균형이 크다며 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조세연은 양 기관의 의견차를 중재해 시행방안에 대해 발표했지만, 상당부분이 중재안이라기보다는 산업계의 의견에 근접했다.
조세연과 산업연이 내놓은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에는 이산화탄소가 4.9만t 줄고, 부담금 덕분에 1550억 원의 재정수입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 기간 국산차는 5000대, 수입차는 1500대가량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세연은 2016년부터는 친환경차의 증가가 이산화탄소 감축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재정균형 목적은 어렵다고 명시했다. 친환경 차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도 증가하면서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 2020년에는 적자 규모가 31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제고를 위해 구간의 비율은 유지하고 부담금 금액을 높이는 경우에도 이산화탄소 감축은 100만t까지 증가하지만 재정측면에서 과도한 흑자가 발생한다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 조세연은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은 유지(전기차 세제혜택+보조금, 하이브리드 세제혜택)하되 부담금 부과는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는 친환경차 보급과 온실가스 규제 강화를 통해 흡수하는 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조세연과 산업연의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제도 시행은 차질 없이 이뤄줘야 한다고 맞섰다.
저탄소협력금제도로 인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중대형차 위주의 자동차 소비문화 개선,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친환경차 육성 등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환경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160만t 감축되는 것에 더해 2020년 까지 누적으로 지구온난화 저감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4816억 원, 경유차기준으로 환산한 석유소비절감액이 2조7000여억 원, 친환경경 보급에 국한한 대기질개선 편익이 422억 원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 생산액 및 고용이 2015년은 감소하나 2016년 이후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연은 "경제부처 용역기관이 전체적으로 부정적 산업효과 위주로 작성돼 각사별 영향에서 친환경차 판매증가로 인한 영향이 누락되거나, 일부회사에 부정적 효과가 집중(특히 현대차)되도록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의 판매전망치 등에 있어 부정적 견해를 나열하고 있는데 산업부 등이 적극적인 전망치(전기차 2020년 100만대 보급)를 제시하고, 보급정책을 적극 추진한 것과 상반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조세연이 제시한 '제도시행은 유예하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친환경차 보급과 온실가스 규제강화를 통해 흡수하자'는 대안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작사의 온실가스 규제기준이 약 80g/㎞까지 강화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가장 강한 규제기준"이라며 "자동차 제작사의 기술적 능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고 반박했다.
환경단체는 산업부와 기재부의 제동에 즉각 반발했다.
녹색연합, 환경연대 등이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우리보다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세제와 강력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 유럽의 경우 저탄소차 보급이 더욱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 시행이 다시 한 번 미뤄지거나 좌절된다면 정부가 국제적으로 공표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30% 감축과 교통·수송부문 온실가스 34.3% 감축은 더 이상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과정에서 산업부와 기재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동의했던 제도"라며 "산업부와 기재부는 부처 이기주의와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3개 부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유모 및 폐기 등 정해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