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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를 깨고 나왔다… 영화 '레드카펫' 윤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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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에로영화 감독 정우(윤계상)의 꿈은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연말 청룡영화상이 열리는 날이면 남산에 올라 시상식 장소인 국립극장을 내려다보며 언젠가 나도 저기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오지 않고 그는 여전히 에로영화 감독일뿐이다. 

영화 ‘레드카펫’(감독 박범수)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지만 정우는 밝지 않다. 꿈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우울이 그를 감싸고 어느새 나이 든 부모에 대한 책임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어쩌면 정우가 추구하는 꿈이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영화는 실제로 에로영화 감독이었던 박범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우’를 연기한 윤계상(36)은 ‘레드카펫’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단 그룹의 멤버였고 이 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연예계 생활을 이어온 그가 자신을 ‘언더독(under dog·약자)’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지 않았나.

“배우를 꿈꿨어요. 그래서 배우가 됐죠. 그리고 배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나의 내면을 극도로 파고들어 그것을 연기로 표출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죠.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2년 전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그랬다. 영화 데뷔작인 ‘발레 교습소’(2004)에서 윤계상은 우울한 청춘을 연기했다. ‘6년째 연애 중’(2008)에서는 식어가는 사랑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남자를 맡았고 ‘비스티 보이즈’(2008)에서는 삶의 벼랑에 매달린 호스트가 됐다. ‘집행자’(2009)에서는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의 황폐화한 내면, ‘풍산개’(2011)에서는 목숨을 걸고 남과 북을 가로막는 철책을 넘어야 하는 남자의 슬픔을 파고들었다.

우울한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점점 더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윤계상은 2년 전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배우가 돼 이루고자 했던 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저 자신만 파고들어 가니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절 불편해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같이 있으면 덩달아 우울해지는 사람이요. 그게 저였어요. 주변 사람들을 참 힘들게 했어요. 제 삶이 깨져버린 거죠. 그렇게 되니까 나오고 싶더라고요. 제가 못 보는 세상이 있었어요.”

윤계상은 연기생활 10년 중 8년을 “꿈을 잘못 판단한 시간”이라고 짚었다. 그는 “인생은 끝이 없는 것인데, 그 안에서 꿈이라는 끝을 보려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꿈으로 가는 과정이고 어쩌면 그 과정이 전부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우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상업영화가 되지 않더라도 직접 연출하기로 한다. 에로영화를 만들던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한다. ‘레드카펫’에서 가장 큰 에너지는 ‘그들만의 영화'를 만드는 바로 그 순간 나온다. 

‘레드카펫’의 VIP 시사회를 찾은 윤계상의 지인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윤계상에게 ‘정말 네 이야기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세상이 달라 보여요. 모든 게 감사해요. 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워요. 이제 저를 찾은 것 같아요. 숨 막히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울’이라는 건 깊은 감정이 아니라고 봐요. 많은 사람이 얕게 보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더 깊고 넓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레드카펫’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작품인 거예요.”

항상 레드카펫을 밟고 살았을 것 같은 윤계상에게 진짜 레드카펫이 깔린 건 바로 지금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이제 관객은 윤계상의 어두운 연기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암흑세계에 있던 감정이 아직 제 속에 남아 있어요.(웃음) 전 아직도 어두운 걸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더는 연기가 제 삶을 잡아먹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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