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9 (금)

  • 흐림동두천 4.5℃
  • 구름많음강릉 13.3℃
  • 구름많음서울 7.2℃
  • 맑음대전 5.5℃
  • 연무대구 5.1℃
  • 흐림울산 13.4℃
  • 흐림광주 12.3℃
  • 구름많음부산 14.1℃
  • 구름많음고창 10.7℃
  • 구름조금제주 13.5℃
  • 구름많음강화 7.8℃
  • 맑음보은 1.4℃
  • 맑음금산 3.8℃
  • 맑음강진군 7.5℃
  • 맑음경주시 5.0℃
  • 맑음거제 9.4℃
기상청 제공

문화

나를 깨고 나왔다… 영화 '레드카펫' 윤계상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에로영화 감독 정우(윤계상)의 꿈은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연말 청룡영화상이 열리는 날이면 남산에 올라 시상식 장소인 국립극장을 내려다보며 언젠가 나도 저기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오지 않고 그는 여전히 에로영화 감독일뿐이다. 

영화 ‘레드카펫’(감독 박범수)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지만 정우는 밝지 않다. 꿈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우울이 그를 감싸고 어느새 나이 든 부모에 대한 책임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어쩌면 정우가 추구하는 꿈이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영화는 실제로 에로영화 감독이었던 박범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우’를 연기한 윤계상(36)은 ‘레드카펫’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단 그룹의 멤버였고 이 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연예계 생활을 이어온 그가 자신을 ‘언더독(under dog·약자)’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지 않았나.

“배우를 꿈꿨어요. 그래서 배우가 됐죠. 그리고 배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나의 내면을 극도로 파고들어 그것을 연기로 표출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죠.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2년 전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그랬다. 영화 데뷔작인 ‘발레 교습소’(2004)에서 윤계상은 우울한 청춘을 연기했다. ‘6년째 연애 중’(2008)에서는 식어가는 사랑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남자를 맡았고 ‘비스티 보이즈’(2008)에서는 삶의 벼랑에 매달린 호스트가 됐다. ‘집행자’(2009)에서는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의 황폐화한 내면, ‘풍산개’(2011)에서는 목숨을 걸고 남과 북을 가로막는 철책을 넘어야 하는 남자의 슬픔을 파고들었다.

우울한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점점 더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윤계상은 2년 전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배우가 돼 이루고자 했던 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저 자신만 파고들어 가니까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절 불편해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같이 있으면 덩달아 우울해지는 사람이요. 그게 저였어요. 주변 사람들을 참 힘들게 했어요. 제 삶이 깨져버린 거죠. 그렇게 되니까 나오고 싶더라고요. 제가 못 보는 세상이 있었어요.”

윤계상은 연기생활 10년 중 8년을 “꿈을 잘못 판단한 시간”이라고 짚었다. 그는 “인생은 끝이 없는 것인데, 그 안에서 꿈이라는 끝을 보려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꿈으로 가는 과정이고 어쩌면 그 과정이 전부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우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상업영화가 되지 않더라도 직접 연출하기로 한다. 에로영화를 만들던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한다. ‘레드카펫’에서 가장 큰 에너지는 ‘그들만의 영화'를 만드는 바로 그 순간 나온다. 

‘레드카펫’의 VIP 시사회를 찾은 윤계상의 지인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윤계상에게 ‘정말 네 이야기 같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세상이 달라 보여요. 모든 게 감사해요. 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고마워요. 이제 저를 찾은 것 같아요. 숨 막히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울’이라는 건 깊은 감정이 아니라고 봐요. 많은 사람이 얕게 보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더 깊고 넓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레드카펫’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작품인 거예요.”

항상 레드카펫을 밟고 살았을 것 같은 윤계상에게 진짜 레드카펫이 깔린 건 바로 지금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이제 관객은 윤계상의 어두운 연기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암흑세계에 있던 감정이 아직 제 속에 남아 있어요.(웃음) 전 아직도 어두운 걸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더는 연기가 제 삶을 잡아먹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