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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생' 김원석 PD·정윤정 작가 "너도 힘들지… 이런 위로·연민이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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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드라마 '미생'이 종영한다. 20일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종영까지 단 2회(총 20부작)만 남겨두고 있다. '미생'은 방송 내내 신드롬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시쳇말로 대박이 터졌다. 시청률(평균 시청률 8.0%)에 국한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생'이 방송되는 날이면 주요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 부문은 이 드라마에 대한 기사로 뒤덮였고, 방송이 없는 날에는 '미생'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회자됐다. 배우들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스타덤에 올랐다.

특기할 만한 것은 시청자의 반응이었다. '미생'에 대한 지지는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20·30대 직장인은 자신을 주인공 장그래와 동일시했다. 40대는 과거의 자신을 장그래에 대입했다. 회사원 남편을 둔 아내는 이례적으로 가장의 노고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드라마 '미생'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이었다. 드라마 '미생'에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을 뛰어넘는 힘이 있었다.

드라마 속 배우들 대부분이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며 각 인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미생'을 진두지휘한 연출자 김원석 PD, 극본을 쓴 정윤정 작가는 촬영과 집필에 쫓겨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18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서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를 만났다. 두 사람은 1시간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PD와 정 작가가 모든 작업을 마친 뒤 서울 모처에서 단둘이 만났다고 하면 어떨까. 이날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가상의 대화로 재구성해 드라마 '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원석= 다 끝났네요 작가님. 제작발표회 때 꼭 1회만 봐달라고 부탁했었어요. 이렇게 큰 반응이 있을 것으로 생각 못 했죠. 제가 다른 드라마를 할 때는 시청자의 솔직한 피드백이 받고 싶어서 블로그를 살펴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워낙에 다양한 기사가 쏟아졌으니까요. 시청자에게도 감사하고 기자들에게도 고마워요.

정윤정= 그러셨어요? 전 집필 작업에 몰두하느라 기사나 다른 리뷰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 저만 작품에 몰입했나봐요.

김원석= 드라마도 잘 끝났는데 왜 그러세요. 우리 서로 칭찬 한마디씩 하죠. '미생'은 '몬스타'에 이어 작가님과 함께하는 두 번째 드라마죠. 전 '미생'을 무겁게 다루고 싶지 않았어요. 페이소스가 있는 코미디로 만들고 싶었죠. 이걸 누가 제일 잘 하나 생각했더니 역시 작가님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역시 작가님 대본은 최고였습니다.

정윤정= 입바른 소리 하지 마세요. 이왕 칭찬하는 거 더 격하게 칭찬해봐요!

김원석= 알겠어요. 알겠어. 사실 드라마 '미생'이 웹툰 '미생'과 다른 건 극의 분위기죠. 전 코미디를 하고 싶었으니까요. 시청자가 '미생'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길 원했거든요. 원작에는 없지만 드라마에 추가된 에피소드는 대부분 코미디 에피소드예요. 그리고 제가 저희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장면들 또한 코미디입니다. 됐죠?

정윤정= 이제 제 차례네요. 전 짧게 하겠어요. 전 당신을 천재라고 부르겠어요. 제 대본은 어려워요. 행간을 못 읽으면 연출을 못하죠. 김 감독은 그걸 해냈어요.

김원석= 특급 칭찬이네요.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까 처음 '미생'을 하기로 했던 때가 생각나요.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간 게 지난해 10월이었죠. 촬영에 앞서 저하고 윤태호 작가님 가족과 함께 요르단에도 다녀왔잖아요. 그때 윤 작가님 아내분과 짧게 대화를 나누던데요. 무슨 말 하셨어요?

정윤정= 별말 안 했어요. '미생'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드라마화하기 어렵다는 말이 워낙 많았잖아요. 사모님도 아셨겠죠.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아유. 이렇게 어려운 걸 왜 하려고 하세요." 그래서 저도 그랬죠. "아유. 그러게 말이에요."

김원석= 전 어땠겠어요. 실제로 원작이 드라마화하기 쉽지는 않죠. 일반적인 드라마 작법과 다른 측면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작가님 극본이 좀 어렵나요. 촬영 동선도 복잡하고요. '미생'은 저와 작가님의 전작인 '몬스타'의 스태프가 그대로 옮겨왔죠.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작가님. 다들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좋아해서는 아닌 것 같고….

정윤정= 무슨 말씀이세요. 전 감독님만 믿고 한 건데. 다들 안 된다고 하니까 오기가 생긴 측면이 있어요. '진짜 그래? 궁금하네'했던 거죠. 창작의 영역에 불가능한 게 있나요. 안 되는 건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한다고 했죠. 하지만 중간에 정말 힘들더라고요. 역시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난 망했어'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살아남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집필했어요. 시청률은 바라지도 않았죠. 1년2개월을 살아남기 위해 버틴 것 같아요.

김원석= 1회에 오징어 에피소드를 쓰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시청자들은 눈치채기 쉽지 않지만 사실 우리 드라마가 원작과 다른 게 많았죠. 특히 대사가 문제였어요. 원작과 같은 대사를 다른 맥락에서 사용했으니까요. 원작과 완전히 똑같이 쓴 대사는 많지 않아요.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라는 장그래의 대사 같은 경우도 그랬죠. 원작에서 장그래가 서글픈 마음에 눈물 흘리면서 이 말을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울분이 담긴 대사였어요. 이 과정에서 나온 게 두 달 걸려 쓴 오징어 에피소드였고요.

정윤정= 이제 다 끝났으니까. 기분 좋은 이야기만 해요. 자화자찬하는 의미에서 우리 '미생' 명장면 하나씩 꼽아봐요. 전 오 과장이 고등학교 친구를 접대하고 나서 택시 잡아주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가 그 장면을 보고 말을 잃었다니까요. 저는 40대를 보면 가슴 찡할 때가 있어요. 첫 번째가 술 마시고 취해서 택시 잡다가 넘어질 때, 두 번째가 큰 양복 안의 초라한 몸, 세 번째가 지갑 안의 복권, 네 번째가 식판에 밥 먹는 모습, 다섯 번째가 술 먹고 구토할 때죠.

김원석= 저랑 똑같네요. 저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친구가 타고 가는 택시에 절하는 오 과장의 모습이 짠하더라고요. 전 한 장면 더 있어요. 영업 팀이 문충기 대표를 접대하는 모습이죠. 이성민 선배가 그 장면 찍을 때 제일 힘들어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실제 이런 접대를 하는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겠다고 했죠. 여기에 붙여서 전 명대사로 "내일 봅시다"를 꼽을게요. 별 거 아닌 말이지만 맥락을 놓고 이해하면 '네가 내 맘에 들어왔다'는 의미 같아서 좋아요.

정윤정= 명대사, 명장면에서 우리가 합의를 봤네요. 저도 그 대사가 제일 좋아요. 많은 분들이 저희 드라마에 명대사 많다고들 하잖아요. 전 명대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봐요. 감독님 말대로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의미와 느낌이 다르니까요.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맘을 열 때도 '내일 봅시다'고 하잖아요.

김원석= 제가 '미생'을 하면서 기분 좋았던 건 시청자 여러분이 명장면, 명대사 같은 것들을 꾸준히 언급해준 측면도 있지만, 저희 드라마의 디테일을 봐주신 것에도 감사해요. 작가님이 보조작가들과 고생하셨죠. 보조작가들을 실제 상사 인턴으로 취업시키기도 했잖아요.

정윤정= 지난해 10월부터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갔고, 11월15일에 작가들을 상사로 투입했어요. 회사를 꼼꼼히 취재하고 주변 지인들도 취재했죠. 보조 작가들은 또래 이 삼십대 친구들을 저는 사십대를 취재했어요. 이거 보세요.(취재노트를 보여주며)아주 세세한 것까지 다 적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드라마에 녹일지 고민했죠. 이 기록이 다 그 흔적이에요.

김원석= 저같은 경우는 실제 회사생활을 했잖아요. PD라는 직업이 예술인과 회사원의 경계에 있으니까요. 전 제가 KBS에 있을 때 회사에서 만났던 선후배들의 모습을 드라마에 녹였어요. 작가님은 회사생활을 안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대본에는 회사생활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감정이 흐르고 있어요.

정윤정= 사실 저도 직장생활을 짧게 했어요. 9개월 정도 했죠. 대기업 홍보팀의 사보를 제작하는 사보편집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어요. 그때의 마음을 대본에 담았던 거죠. 결재를 받으러 갈 때 머릿속에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 고개를 떨구고 그 대기업을 나올 때 눈 부신 햇살, 지하철에서 나 혼자 반대로 걸어갈 때의 느낌, 이런 것을 넣었어요. 물론 제 경험은 부수적인 부분이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이 더 큰 도움을 줬어요.

김원석=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전 반갑지 않은 도움 하나가 기억이 나요. 저희 드라마의 광고문구가 그랬어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카피였어요. 기억나세요? 그 문구를 처음 본 날 저랑 통화하셨잖아요. 전 그게 아니라고 봤어요. '미생'은 세상이 살만하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아니니까요.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우리 모두 힘들다. 그런데 어쩌겠니 살아내야지.' 이게 '미생'이 시청자를 위로하는 방식이거든요. 여기서 공감하는 거고요. 전 '그래도 살만한 세상'은 일종의 배신이라고 봤던 거죠.

정윤정= 저도 그걸 보고 '헉!'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박카스 포스터 보는 줄 알았어요. 저 문구는 뭔가 박탈감을 주지 않나요? '미생'의 기본 정서는 '파이팅!'이 아닌 '연민'이거든요.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우린 때로 서로 힘든 모습을 보면서 위로받기도 하잖아요. 인물과 인물 사이에는 그래서 연민이 있어요. '너도 그랬구나'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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