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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감독' 하정우의 평범함…영화 '허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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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배우' 하정우가 특별한 건 그의 연기에 관습이 없기 때문이다. 

하정우 연기의 비정형성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평범한 영화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데,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대사와 자연스러운 표정, 가벼운 몸놀림, 감정의 완급조절은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에도 훈기를 불어넣는다. 

'멋진 하루'(2008)나 '국가대표'(2009) '의뢰인'(2011)이 보기다. 얼굴을 알리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낸 하정우가 일단 대중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하자 곧바로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배우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평범한 연기를 하는 배우는 차고 넘치니까.

'감독' 하정우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인 '허삼관'은 바로 배우로서 그가 보여준 특출함과 같은 이유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이 된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 소설가 위화가 1996년 내놓았고, 곧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으로 가족의 사랑이라는 매우 '평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학과 풍자가 끊이지 않는 코미디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는 점도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갖춘 감독 하정우가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넓은 활동 범위를 확보해주는 듯하다. 하정우는 '허삼관'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가난한 시골 청년 허삼관(하정우)은 마을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에게 한눈에 반해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피를 팔아 결혼 자금을 마련한 허삼관은 막무가내로 결혼을 추진하고, 장인의 도움을 받아 허옥란과 결혼에 성공한다.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낳고 탈 없이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던 그의 삶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장남 일락이 허옥란의 옛 연인 하소용(민무제)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장남에 대한 허삼관의 사랑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허삼관'의 지향점은 제목에 담겨있다. 원작 제목인 '허삼관 매혈기'에서 '매혈기'를 제거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는 단순히 입에 잘 붙는 작명을 위한 선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허삼관이 피를 파는(매혈) 이야기'였던 것이 '허삼관'으로 요약되면서 '피를 판다'는 것보다는 '허삼관'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 더, 감독 하정우가 밝힌 것처럼 그는 '허삼관'에서 역사를 빼버린다. 문화혁명이라는 격동기에 피를 팔아 가족을 건사하던 가장 허삼관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하정우는 허삼관과 가족의 이야기로 축소했다. 그리고 영화는 감독 하정우의 취사선택한 의도대로 흘러간다.

원작에서 매혈은 그것 자체로 극의 핵심이며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피를 팔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격변기, 이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승화해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전환하는 게 원작이다. 감독 하정우는 원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대거 포기한다. 대신 매혈이라는 작위적인 설정을 적당히 지움으로써 가족이라는 보편성을 확보한다. 보다 평면적으로 서사가 바뀐 바로 이 순간 배우 하정우의 '성공 DNA'(토크쇼 '힐링캠프'에서 그의 말처럼)가 감독 하정우에게 이식돼야 한다.

순제작비 70억, 총제작비 100억의 부담감에 짓눌렸던 것일까. '허삼관'에는 새로운 게 전혀 없다. 감독 하정우는 뻔한 가족 드라마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영화의 클리셰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클리셰에 대한 비난을 받더라도 대중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공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돈에 대한 압박은 하정우 감독의 활동반경을 크게 좁혔다. 흥행성적이 못내 아쉬웠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었던 '롤러코스터'에서 보여준 그만의 감성을 '허삼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 '허삼관'은 원작을 재창조한 작품이라기보다는 '허삼관 매혈기'의 축약본에 가깝다.

'허삼관'을 연출한 감독 하정우에게는 배우 하정우의 생기가 없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이어지는 극의 중반부까지 영화는 하정우의 개인기에 철저히 의존한다. 이 부분은 리드미컬한 화면 편집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이지만, 하정우 감독은 너무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말장난을 반복하고, 그리 코믹하지 않은 상황 개그를 되풀이한다.

결정적으로 서사가 헐겁다. 이야기 자체는 원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장편소설을 만드는 수많은 문장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실패하면서 감정의 이음새가 단단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허삼관'에서 가장 중요한 일락에 대한 허삼관의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면서 피를 판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남자에게서 오는 페이소스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갖은 유머로 양념을 치던 전반부와 달리 사건이 심화하는 후반부에는 지나치게 감동 코드로 관객을 몰아가는 방식 또한 새롭지 못하다.

더 좋지 않은 건 영화 내내 허삼관이 아닌 대중이 아는 배우 하정우의 모습이 일렁인다는 점이다. 문어체적인 대사의 구사를 통해 원작의 감각을 살리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그보다도 왠지 허삼관이 아닌 하정우의 어투처럼 느껴지고 허삼관이 짓는 표정이나 취하는 행동 또한 이상하게도 하정우와 닮은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정우 본인을 포함해 최고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모든 배우가 평범하다. 애초에 캐릭터 조형이 온전히 되지 않은 탓이다.

'허삼관'에 대한 언뜻 가혹한 듯 보이는 이런 평가는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하정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하정우가 보여줬던 연기에는 그만큼 강력한 무언가가 담겨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를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아마도 하정우의 행보는 느슨하기만 한 한국 영화계에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하정우만의' 세 번째 장편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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