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9 (금)

  • 맑음동두천 7.3℃
  • 구름많음강릉 14.3℃
  • 맑음서울 8.8℃
  • 맑음대전 10.5℃
  • 구름조금대구 11.0℃
  • 구름조금울산 14.8℃
  • 맑음광주 15.8℃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5.4℃
  • 구름많음제주 16.9℃
  • 맑음강화 8.3℃
  • 맑음보은 9.3℃
  • 맑음금산 12.2℃
  • 맑음강진군 14.1℃
  • 맑음경주시 12.0℃
  • 맑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문화

'강남1970'의 넝마주이 이민호 "저도 20대초반엔 꽤나 막막"

URL복사

[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방 한 칸 없어서 우리가 얼마나 쫓겨 다녔어? 나 서 의원 사업 도와가지고 내 땅 한번 원없이 만들어 볼거야."

김종대(이민호)의 꿈은 막연하다. 종대의 꿈에는 단계가 없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그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달려, 있는지 없는지 모를 끝에 가닿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매순간 삶은 고달프다. 그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소리친다. "지금 내가 달리는 데까지가 다 내 땅이야!" 같은 길을 가는 백용기(김래원)가 화답한다. "땅종대, 돈용기! 그래 우리 끝까지 한번 가보자!"

고아 종대는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은 거지다. 세상은 벼랑 끝에 매달려 사는 그의 손을 짓밟는다. 그런 그가 택할 수 있는 건 그 손을 밟고 있는 발을 잘라버리는 것 외에는 없다. 가족이 생겼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삶 속에서 종대의 욕망과 1970년 강남으로 모여들던 권력이 조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강남 남자 이미지의 제가 강남이 막 개발되던 시기에 살던 한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강남'이라는 키워드가 이민호(28)를 '강남1970'으로 소환한 것은 아니다. 2009년 '꽃보다 남자'로 단번에 스타가 된 그는 빗발치는 영화 출연 섭외를 묵묵히 거절해왔다. 드라마를 통해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고 스스로 좀더 농익었다고 생각될 때 영화를 하고 싶었다. 배우와 연기에 대한 욕망을 점점 키워나가다가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폭발시키고 싶었다.

이민호가 종대를 만난 건 어쩌면 연기에 대한 그의 욕망이 막 발산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제가 더 성숙했을 때 하고 싶었어요. 한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하겠다는 판단이었죠. 영화를 하려면 '꽃보다 남자' 끝나고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다렸습니다. 억지로 하거나 어설프게 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행히 좋은 시기에 유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건넸고 드라마 '상속자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어요."

종대는 이민호가 지금껏 쌓아왔던 이미지를 모두 버려야 하는 캐릭터다. '대중은 이민호를 '재벌 3세'로 기억한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상속자들'의 김탄이 그랬다. 종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종대는 고아이고 넝마주이다. 우연히 가족을 갖게 되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내면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가 택할 수 있는 건 맨몸으로 세상과 맞부딪히는 것 뿐이다.

"이 영화를 어떤 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있었고, 종대 같은 인물이 사실 저와 좀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미지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크게 신경 안 써요. 연기를 어떻게 해냈느냐가 더 중요한 거겠죠. 이미지나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하나하나 도전해 가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종대의 삶이 서글픈 것은 그의 행동이 일정 부분 가족을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같은 존재인 강길수(정진영)의 세탁소는 빚에 묶여있다. 아끼는 여동생 선혜(설현)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시집을 갈 수 없다. 이민호의 말처럼 종대는 "답이 안 나오는 삶"이다.

"20대가 그런 것 같아요. 막막하고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최고의 한류스타인 이민호가 이런 말을 하자 궁금해졌다. 모든 걸 가진 듯한 그가 종대를 정말 이해했을까. 연기는 물론 상상력의 영역이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 볼 때 경험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저도 20대 초반에는 꽤나 막막했어요.(웃음)"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민호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연기자의 꿈을 한창 키워나가던 2006년 그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다리를 심하게 다쳐 1년 가까이 병원에 누워있었다. "그때부터 '꽃보다 남자' 찍기 전까지가 저의 흑역사죠.(웃음)"

"병원에 누워 별의별 생각을 다했어요. 그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제 자아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목표 같은 것을 설정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때 제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밴을 타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었죠.(웃음)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건 역시 엄마, 가족 때문이었죠. 그래서 성공한 연예인이 되자는 막연한 꿈을 꿨어요."

이래저래 이민호가 종대와 만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보니 또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하지만 이민호는 자신과 닮은 종대가 처음부터 끌렸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 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종대는 자신의 감정을 안으로 삭히고 고민하다가 행동하는 인물이다. 용기는 머리보다 몸이 빠르다. 용기가 종대보다는 튀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남1970'을 진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는 분기점이라고 본 이민호가 표현할 부분이 더 있어 보이는 용기 역을 탐낸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 그를 설득했다.

"종대는 감정을 억누르는 캐릭터니까, 좀 답답할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력이 안 느껴졌어요.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용기 캐릭터를 더 개발하는 건 어떠냐는 논의도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러면 '비열한 거리'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수긍했죠."

첫 도전이나 다름 없는 영화라는 장르, 해본 적 없는 역할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이민호는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방식을 버렸다.

"전 이미 객관성을 잃었어요. 관객분들이 제 도전을 평가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흥행하느냐 잘 안 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강남1970'을 통해서 배우로서 더 성장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