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우리나라는 14년 연속 세계 최저출산국가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젊음의 위기 때문이다. 피어나는 꽃처럼 인생의 황금기인 ‘젊음’은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신세다. 젊은이들이 너무도 가난하다.
학자금 부담과 취업용 스펙쌓기, 주거, 통신, 식비 등 감당하기 힘든 생존비용이 젊음을 가난으로 몰아넣고 있다. 젊음이란 언제인지 모를 먼 훗날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일 뿐, 인생의 가장 화려한 이벤트인 연애와 결혼, 출산은 포기해야할 꿈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를 더한 ‘오포세대’가 이 시대의 젊음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져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식이 밴드’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강렬한 개성을 자랑하는 인디 밴드다. 멤버 4명의 나이는 우연히도 대한민국 남자들의 평균 초혼 연령인 32.2세다. ‘중식이 밴드’의 일상과 음악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삶을 표본처럼 보여준다.
이들이 클럽을 돌며 공연하고 받는 대가는 무의미할 정도다. 어느 클럽에서는 한 달 공연에 9000원을 받은 적도 있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낸 관람료를 다른 밴드와 나누니 그 액수였다. 멤버들은 연습과 공연 이외의 모든 시간을 생활비를 버는데 바쳐야 한다. 리더 정중식씨는 지하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전철이 운행을 멈추는 늦은 밤에야 시작되는 일이다. 지하철 천장을 뚫고 올라가 어둠 속에서 배관 사이를 기어다니는 위험한 작업이다. 새벽 5시쯤 첫차를 타고 퇴근한다. 이 같은 ‘열정페이’로는 결혼은 고사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조차 어렵다.
올해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아름(27)씨의 꿈은 하루 빨리 안정된 직장을 찾아 결혼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남자친구 지민(30)씨는 5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 대출받은 학자금과 원룸 전세 빚을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애 8년째인 아름씨와의 결혼을 생각할 때마다 좌절한다. 평균 결혼비용이 남성 8078만원, 여성 2936만원에 달한다. 치솟는 집값은 거대한 장벽으로 이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MBC 다큐스페셜-연애만 8년째, 결혼할 수 있을까?’가 26일 밤 11시15분 방송된다. 제작진은 “젊음이란 아무렇게나 던져둬도 빛나는 시기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젊음은 낭만이나 꿈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 열정만으로, 사랑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시대, 젊음이 무거운 짐처럼 삶을 누르는 시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너무 힘들어 아예 포기해버리고 마는 시대, 우리 시대의 젊음에게 희망은 없는 것인가”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