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28 (월)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문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왜 한국에선 힘 못쓸까

URL복사
[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존슨)는 북미 지역에서 1억4739만1785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를 벌어들였다(3월1일 기준). 우리 돈으로 1625억원이 넘는다.

이 영화가 해외에서 거둔 수입은 더 어마어마하다. 57개국에서 개봉해 3억384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3800억원 규모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제작비는 한화로 약 440억원,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할 줄 알았다. 국내에 잘 알려진 배우는 출연하지 않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해외에서의 성공 소식이 국내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참패하고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국내 개봉 첫날(2월26일) 512개 스크린에서 2313회 상영돼 4만5653명이 봐 4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영화는 56개국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6만7629명이 이 영화 최다 관객 수다. 2일 현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국내에서 2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극적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쯤되면 일단은 회생이 쉽지않아 보인다.

◇완벽하지만, 위험한 남자 크리스천 그레이

영화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평범한 여대생 아나스타샤(아나스타샤를 연기한 다코타 존슨의 외모는 평범하지 않다)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27세의 갑부 크리스천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완벽남-평범녀'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그레이라는 완벽한 남자의 성적 취향이 꽤나 독특하다는 것이다. 그레이는 S-M, 즉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을 즐긴다. 헬기 위에서 시애틀의 야경을 즐기고, 졸업 선물로 스포츠카를 받고, 아침마다 그가 치는 피아노 연주를 들으려면 이 완벽한 남자의 위험한 성적 취향을 받아들여야 한다.

전형적이지만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왜 한국에서만 실패했을까?

◇수준 이하의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영화의 완성도다. 영화 관련 웹사이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튼토마토(rottentomatoes)와 아이엠디비(IMDB),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10점 만점에 5점을 넘기지 못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24%(100% 만점), 아이엠디비에서는 4.2점, 메타크리틱에서는 3.8점이었다. 국내 평도 다르지 않다. 별 두 개 이상을 준 평론가는 없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일치한다. '관습적이고, 상투적이고, 뻔하고, 긴장감이 없고,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없고, 심지어 그렇게 야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실제로 그랬다. 결정적으로 극의 알맹이인 '성적 긴장감'이 빠져있다.

◇외화에 대한 명확한 수요

그렇다면 이런 의문점이 든다. 외국 관객이라고 이 영화의 단점을 모를 리 없지 않냐고. 그렇다. 한국 관객도 그들과 같은 영화를 봤다. 그런데 도대체 왜 '한국에서만' 이 영화가 안 먹히는 걸까.

힌트는 지난 3년간 국내 개봉 외화 박스오피스 순위에 나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해 박스오피스 1~10위에 오른 외화 중 이른바 액션 블록버스터 혹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작품은 '비긴 어게인' 한 편뿐이었다.

2013년에는 '어바웃 타임'과 '레 미제라블' 두 편, 2012년엔 10위권 안에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작품은 아예 한 편도 없었다.

한국 관객의 외화에 대한 수요는 우리 자본과 기술력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영화에 온전히 쏠리고 있다. 이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멜로, 사극, 드라마, 코미디 등 장르에 대한 욕구는 한국영화만으로도 충족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10위에 오른 한국영화를 보면 이보다 더 다양한 장르를 배치하기 힘들 정도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할리우드의 위상이 최소한 한국에서는 무너졌다"며 "한국영화의 발전과 함께 국내 관객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에는 없는 원작의 힘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큰 성공 뒤에는 원작의 힘이 있었다. E L 제임스의 동명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이 팔린 '메가 히트' 베스트셀러다. 원작은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엄마들의 포르노'로 불리며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해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최소 1억명은 자신이 읽고 상상했던 것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됐을지 궁금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았다. 출판사 시공사가 2012년 8월 한국어판으로 내놓은 이 책은 3년 동안 37만 부가 팔렸다. 전자책까지 합하면 55만 부가 나갔다. 비율로 따지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한국 지분은 0.37%에 불과하다. 잠재적인 수요층이 그만큼 적었다.

국내 출판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37만 부를 적다고 할 순 없지만, '열풍'반열엔 못 올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S-M 성적 판타지, 한국선 별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와 소설이 매우 관습적인 서사구조로 짜여져 있음에도 성공을 거둔 이유는 결국, 극이 제공하는 성적 판타지와 관련이 있다.

섹슈얼리티에 관한 탐구가 발달한 서양 문화권에서 남녀간의 가학적·피학적 성행위는 단순히 '변태 성행위'가 아닌 '성적 판타지'에 속한다. 영화에서는 완화됐지만, 원작 소설이 묘사하는 사도마조히즘의 수위는 포르노급이어서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엄마'들은 여기에 홀렸다.

상대적으로 성에 폐쇄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성애 묘사가 거북하게 다가온다. 그레이가 아무리 멋진 남자여도 기묘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면 그냥 '변태 성욕자'일 뿐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던 한국영화 '페스티벌'이 개봉했을 때 관객의 반응이 비슷했다"며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도 거부감이 있는 마당에 S-M은 아직 한국 관객이 받아들이기 힘든 취향이다"라고 지적했다. 

영화 외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외설적 영화를 당당하게 보러갈 '엄마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인산인해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성료...152개 대학 수시 정보 '한 눈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관하는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전국 152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성료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참여 대학의 전형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하였다. 참가대학별 상담관에서는 입학관련 교수, 입학사정관, 교직원 등이 해당 대학의 전형 결과를 바탕으로 일대일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였고, 이와 함께 모집요강과 전형 안내자료 등을 무료로 배포하고 해당대학의 입학정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했다. 또 진학상담 경험이 풍부한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이 직접 참여해 일대일 대입상담관도 진행했다. 일대일 대입상담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운영하였으며, 시간과 인원 제한 등으로 상담을 받지 못할 경우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전화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대입정보 종합자료관, 한국장학재단 홍보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홍보관, 대학알리미 홍보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홍보관 등 대입정보 종합자료관도 운영했다. 양오봉 대교협 회장은 "2026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는 단순히 입학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정치

더보기
민주당 '검찰개혁 4법' 공청회 통해 입법 논의에 시동 걸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여당이 '검찰개혁 4법' 공청회를 열면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검찰개혁 4법' 공청회를 열고 관련 입법 논의에 시동을 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검찰개혁 4법(공소청설치법·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국가수사위원회설치법·검찰청 폐지법)에 대한 2차 공청회를 진행한다. 이 법안은 검사의 직무를 기소·공소 유지로 한정하고, 대검찰청·지방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사 권한은 중수청·경찰 등으로 이관하고, 수사기관을 총괄·감독할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별도로 설치하도록 했다. 당 차원의 검찰개혁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관련 사건을 다루는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바 있다. 또 검찰개혁TF를 비공개로 운영하며 당 차원의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은 지금까지 TF에서 순조롭게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1차안(案)이 나오면 (원내지도부가) 보고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호산대, 키르기스스탄 케인국제대학교와 MOU 체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호산대학교는 지난 22일 호산대학교 본관에서 키르기스스탄 케인국제대학교와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호산대 김재현 총장, 키르기스스탄 케인국제대학교 박명준 총장, 이상훈 부총장을 비롯한 양교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키르기스스탄 케인국제대학교는 2012년에 개교(설립자 신경희)하여 경영, 관광, 영어, 한국어교육, 정보통신( IT) 등 7개 학과가 있고 대부분의 강의가 영어와 러시아어로 진행되는 국제대학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교는 ▲글로벌융합학부의 글로벌 비즈니스전공 및 한국어전공 ▲글로벌첨단공학부의 AI소프트웨어전공을 중심으로 학술 교류, 교원 교류, 교환학생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지난 6월 키르기스스탄에 개소한 ‘경북학당’과 연계한 공동 프로그램 운영 및 문화교류 활동에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김재현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양교 간 교육 역량을 공유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화

더보기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통찰하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페스트북은 정일남 작가의 소설 ‘반갑다, 지리산 무지개여!: 격동기를 살아낸 한민족의 이야기’를 올해의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강제 노역과 해방을 거치며 한반도를 휘몰아친 격동의 역사를 평범한 민초의 삶을 통해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정일남 작가는 노스텍사스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평생을 화학 연구자로 살았다. 정년 퇴임 이후에는 벤처기업 JSI실리콘을 설립했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룬 발전이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개개인의 수많은 노력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또한 지나온 역사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바로잡아야 할 부분들을 함께 성찰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페스트북 편집부는 ‘반갑다, 지리산 무지개여!’는 위대한 영웅이 아닌 지리산 부근에 사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통찰하는 소설로, 그들의 삶과 슬픔, 저항을 날 것의 모습 그대로 꾹꾹 눌러 담았다며, 강제 노역과 전쟁, 분단의 파고를 지나야 했던 사람들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