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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분권 시대의 조건

  • 등록 2015.03.11 11: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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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자주성 확립과 정책보좌관제 도입

세계화의 핵심은 지방화에 있고, 지방화의 근간은 지방분권에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에 기초한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은 결국 국가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 주소는 국가발전과 거리가 멀다. 지방자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재정의 자주성이 확립되지도 않았고, 지방의회의 숙원인 정책보좌관제도와 시의회 사무처의 인사권 독립도 이루지 못한 탓이다. 우리의 지방분권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역균형발전 철학에 반하는 정책 쏟아져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으로 현대적 지방자치가 도입되고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돼 1951년 최초로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되면서 시작됐다. 지방자치의 도입이라는 역사적 의의가 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1960년에서 1961년 지방자치가 확대 실시된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정부가 종료됨에 따라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30년 간 암흑기를 갖는다. 그러다 1990년 말 지방자치 관계법률의 제정 및 개정으로 1991년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는 역사적인 부활을 하게 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고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자치제의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2주간 목숨을 건 단식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부활의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는 1995년 6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가 실시되면서 시작됐다. 이때 ‘지방분권’의 개념이 국정에 도입됐다. 하지만 당시 떠밀리는 형태로 실시돼서 분권이나 자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이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분권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보이는 듯 했지만 실질적인 재정분권과 조직분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00대 국정과제에 분권확대를 포함, 지방분권추진체계를 개편하고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해당 위원회의 사업성과는 거의 없었다.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확정 건수는 이전 정부보다 많았으나 실제 이양 완료건수는 오히려 적어 의지에 비해 추진 실적은 미미했다.

현 정부도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설치, 보다 강력한 분권체제 구축과 틀을 잡아가고 있지만 과연 지방자치를 위한 것인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올해 들어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지역균형발전 철학에 반하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기초의회 및 기초자치단체장 직선제 폐지안일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앙정부가 기초의회 및 기초자치단체장 직선제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의문스럽고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이 올 초에 주문한 지방재정개혁안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2015년의 시작은 증세논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당은 때를 맞추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었지만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다시 천명하면서 수그러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세를 철회했다고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된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지방재정 건전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지방자치는 곧 지방재정의 건전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지방재정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일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은 디폴트를 선언하기 직전의 재정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9월 “복지비용이 꾸준히 증가해 곳간이 바닥났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 데 이어 11월에는 경주에서 모임을 갖고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부담이 어렵다”며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행정자치부 주관 2013회계연도 지방재정분석결과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가 사회복지 등 의무지출비율 증가와 함께 자체세입비율 및 재정자립도가 감소했고, 채무가 2012회계연도(34조원)보다 2조 2,000억 원 증가하는 등 재정의 건전성 및 효율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의 채무는 지난 해 12월 말 기준으로 13조여 원(12조7044억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약인 무상보육을 책임지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서울시 재정자립도가 2010년에 90.4%에서 점차 하락해 2014년도는 80%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1위인 서울시가 이러할진대, 타 지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엇이 이토록 지방재정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은 것일까? 각기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한정돼 있는 지방세수에 비해 세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수반되지 않는 의무적 지출처럼 자치단체와 협의절차 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행태적 요인 등에 의해 발생된다고 할 것이다. 사실, 서울은 금년도의 경우에도 이른바 정부주도 복지정책으로 인하여 전년도보다 정부주도 복지 예산이 5,103억 원이나 증액 편성됐다. 지난 2013년 9월, 서울시가 ‘지방채 2,000억 원’을 발행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영유아(0~5세) 무상보육이 중단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지자체의 한정된 세입에서 늘어나는 복지예산을 감당하는 것이 무리인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제1회 서울시의회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 것도 현재의 재정 위기를 타계할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기조강연자로 초청된 독일 함부르크대 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입법학회 부회장인 울리히 카르펜은 “지방정부가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재정 자원 기반이 필요하며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가지는 헌법상의 권리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예산 수익을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과제에 따라 동등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뿐만 아니라 5개 해외도시 의회 대표단도 그의 강연에 적극적인 동조를 했는데, 이는 지방재정이 건전해야 튼튼한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 만국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국세와 지방세의 8대 2 세입 비율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변한 적이 없는데, 가히 비정상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세출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아닌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수행하느라 재정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국고를 지원하고 범국가적 정책일 경우에는 국비로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정상적인 세율이 조정돼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세인 취득세 세율을 지방세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과 지역실정에 맞는 지방세율 결정이 불허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지역의 경제력 등이 고려된 세율조정권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또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부족분 중 일부를 충당함에 따라 교육재정의 건전성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 및 법률 개정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정착될 때 자치단체의 재정위기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본다. 이는 비단 지방재정의 건전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주권을 찾기 위함이다. 지방자치주권은 지방재정의 확립과 자주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보좌관제 도입과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절실
더불어 지방자치 발전을 이루려면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보좌관제가 도입돼야 하고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돼야 한다. 정책보좌관제와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 도입이 전국 지방의회의 숙원과제인 것은 지방의회의 권한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취약하다는 것은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에 비해 집행기관인 자치단체장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과 기능이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자세하게 언급하자면, 자치단체장은 인사권과 예산권은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행정기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관위임사무의 처리는 지방의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행한다. 

그 외에도 각종 중앙정부와 처리하는 정책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개발 사업 등이 집행기관인 자치단체장에게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처럼 편중돼서는 효과적인 지역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권과 조직권 그리고 재정권 등은 집행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지방의회의 사무처의 인사권을 의회에 줘야 한다. 지방의회사무처의 구성과 운영이 지방의회보다 단체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의결기관으로서 지방의회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해 10월 29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제도 개선계획’에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시행돼 지방의회가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정책보좌관제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전국 지방의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의원 1인당 한 명의 보좌관을 채용하는 '정책보좌관제도'를 상임위원회별로 최대 두 명의 '정책자문위원'을 둘 수 있는 제도로 변형해 수용했기 때문이다.

정책보좌관제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던 지방의회의 숙원과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서울시의회를 포함한 전국 지방의회가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지방의회 본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인데,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의 대상인 집행부의 덩치가 많이 커졌다는 점에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재정 규모가 하더라도 35조 여 원(서울시 25조, 교육청 10조)이나 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예산을 도와주는 보조인력 없이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정책보좌관이 필요한 것은 비판 집행부가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분석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는 조례를 개정하기도 하고 행정사무 감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의 생활편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과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책임은 당연히 물을 수 있는 것이지만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책임을 지방의회에 물으려면 그 시스템 또한 온전해야 하는 것이다.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책보좌관제에 대한 비난은 분명 사그라질 것으로 믿는다. 지난 2006년 당시 의원 유급화에도 많은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의원 유급화가 이뤄지면서 고급인력이 많이 지방의회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일하는 의회, 정책의회라는 지방의회의 기치를 올릴 수 있어서다. 단언하건데, 정책보좌관제의 도입은 곧 지방의회 발전으로 귀결될 것이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또 자치단체 간의 갈등은 재정 위기에서 야기된다고 할 때, 중앙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전국 지방의회의 맏형인 서울시의회는 개원 이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독단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독단적으로 발전을 꿈꿀 수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 그리고 협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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