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0 (화)

  • 맑음동두천 -5.1℃
  • 구름많음강릉 0.3℃
  • 맑음서울 -4.0℃
  • 맑음대전 -1.2℃
  • 맑음대구 3.6℃
  • 구름조금울산 3.6℃
  • 맑음광주 0.3℃
  • 구름조금부산 6.2℃
  • 맑음고창 -1.2℃
  • 구름조금제주 4.1℃
  • 맑음강화 -5.9℃
  • 맑음보은 -1.6℃
  • 맑음금산 -0.7℃
  • 맑음강진군 1.4℃
  • 구름많음경주시 3.9℃
  • 구름조금거제 3.6℃
기상청 제공

문화

웃을 수밖에 없을걸…영화 '스물'

URL복사
[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만 해도 청춘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청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황하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그 방황하는 청춘을 '간지'로 승화했고(비트·태양은 없다), 관객은 그들의 모습에 환호했다.

최근 청춘영화(넓은 의미의)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 또렷이 남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내면의 붕괴를 멍하니 지켜보거나 그 상처와 조용히 맞서느라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이다(거인·한공주·파수꾼). 관객은 이들에게도 반응했는데, 그것은 시대와 사회 현실이 투영된 어떤 징후였다. 이런 영화들에서 청춘의 에너지와 발랄함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두 가지 큰 맥락에서 볼 때 '스물'(감독 이병헌)은 정체불명의 청춘영화다. 이 영화에는 방황하는 모습에도 겉멋이 잔뜩 든 예전의 청춘도 없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악을 쓰는 듯한 최근의 청춘도 없다. 이 영화의 '스무 살들'은 술만 마시면 실수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백수다. 또는 '그냥' 가난한 재수생이다. 그들이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지하지 않다.(진지할 줄 모르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상처는 오히려 친구들의 놀림거리일 뿐이다. '스물'은 '애어른'이 된 청춘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관객에게 '그거 아니잖아. 스무 살은 이렇게 우스운 거잖아. 왜 이래'라며 눙치는 것처럼 보인다.

'스물'은 어떤 콤플렉스도 없이, 혹은 아무런 자격지심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한 채 스무 살을 사는 이들에 관한 영화다. 이병헌 감독에게 스무 살은 소소한 에피소드(이들의 아지트인 중국집도 '소소반점'이다)에 성적인 유머와 '병맛' 코드를 결합한 코미디에 불과하다.

치호(김우빈)와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는 고등학교 시절 한 여자와 엮이며 친구가 된 사이다. 스무 살이 된 그들은 조금씩 각자의 길을 간다. 경재는 대학에 가 선배와 사랑에 빠진다. 치호는 하고 싶은 것 하나 없이 연애에 매진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동우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재수를 결심한다.

'스물'은 오래간만에 나온 관객을 웃길 줄 아는 코미디 영화다. 이 재기발랄한 영화는 소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라고 할 수 없는 '미성숙(가치판단을 뺀 개념)의 시기'의 세 인물을 활용해 마음껏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이는 이 영화의 제목이 '스물'이어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스무 살은 모든 게 어설프고 하는 짓마다 찌질해도 귀엽게 보일 수 있는 나이다. 동시에 법적으로는 미성년자가 아니므로 성적인 유머의 남발을 그 시기의 혈기왕성함으로 포장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스물'의 이야기들은 과함과 과하지 않음의 경계에 정확하게 위치해 최소한 기분 나쁘지 않은 개그를 친다.

이 영화의 유머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그것이 철저히 이병헌 감독 개인의 취향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신선함은 보편과 관습의 틀을 넘어서는 창의성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매우 자기중심적인 유희에 가깝다. 가령, 치호의 '꼬추 행성의 침공' 시나리오라든지, 경재의 동영상이 공개되는 순간의 '모래시계 패러디', 동우의 2대8 가르마 에피소드는 철저히 이병헌 감독의 장난기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물'의 유머를 떠받드는 또 하나의 축은 '비틀기'다. 극 중 스무 살들이 겪는 이야기들은 매우 보편적이고, 때로는 관습적이다. 여선배를 좋아하는 대학생 이야기나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꿈을 찾은 청년 이야기, 가난한 재수생과 쓰러진 엄마 이야기는 평범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병헌 감독이 이런 에피소드를 끝맺는 방식이다. 스무 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이들의 대화는 "섹스하자"라는 말로 끝난다. 꿈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하는 동우를 향해 친구들은 "근데 머리는 왜 그래?"라고 묻는다. 여선배를 보호하고자 경재의 의리있는 행동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이병헌 감독은 이를 통해 반전의 웃음을 제공함과 동시에 청춘을 다룬 극의 전형성을 비웃는다.

감독 개인의 취향과 비틀기라는 유머의 두 개 축은 흡사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슈 본)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킹스맨'의 매슈 본 감독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유머를 영화에 장착했고, 기존의 스파이 영화를 쉬지 않고 조롱했다.

이런 지점에서 볼 때, 이병헌 감독은 애초 '스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이라는 설정은 감독이 자신의 유머코드를 이식하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였고,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을 웃기기 위해 역으로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코미디를 만드는 게 아니고, 이병헌 감독 자신의 코미디가 스무 살에 딱 맞았을 뿐이다.

'스물'의 코미디를 살리는 건 역시 주연 배우 세 명의 연기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의 배우로서 가능성은, 이 세 사람 중 누구도 튀려 하지 않고 서로의 캐릭터를 살릴 줄 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스물'에서 좋은 연기를 한다기보다 좋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치호, 경재, 동우가 각각 다른 캐릭터로 독립된 에피소드를 수행하면서도 함께 모인 장면에서 이물감 없이 섞일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서로 스타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하는 세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포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한 이유는 간단하다. 뻔해서다. 뻔한 서사와 뻔한 연출, 뻔한 연기에 한국 관객은 지칠 대로 지쳤다. '킹스맨'의 성공과 '위플래시'의 선전은 한국영화 침체 이유에 대한 방증이다. '스물'은 춘래불사춘의 상황을 맞은 한국영화계에 작은 봄이 가져다줄 수 있는 영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함영주 회장 “판 바꾸는 혁신·하나금융 대전환” 선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5년 연임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출범한 2기 체제는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함 회장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을 바꾸는 혁신’과 ‘하나금융 대전환’을 선언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영주 회장 ‘2기 체제’ 밸류업·비은행 부문 강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81.2%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의 정당성은 실적과 안정적인 리더십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은 실적이다. 지난 2022년 함영주 회장 선임 당시에는 외국인 과반의 반대표가 나왔으나, 3년 후 연임 표결에서는 찬성 우위로 전환됐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과 경영 성과에 더 주목하고, 주주 환원 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그룹 당기순이

정치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부작용은 최소화 총력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히 지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면 정부에서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이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모으자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리 당의 원칙은 분명하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대원칙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다. 검찰 부패의 뿌리는 수사와 기소권 독점에 있다”며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아래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찰개혁안을 국민과 함께, 역사와 함께, 시대정신과 함께 이뤄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인 만큼 유비무환의 자세로 정교하

경제

더보기
민병덕 의원, 탈쿠팡법 대표발의...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소비자 즉시 탈퇴 가능 규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탈퇴를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무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 사진)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플랫폼사업자’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거래를 제공하는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말한다”고, 제21조의4(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즉시탈퇴 요구권)제1항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를 위해 가입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또는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플랫폼사업자에게 즉시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제2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불필요한 절차나 부가 요구 없이 즉시 탈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탈퇴 방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탈퇴 메뉴를 은폐하거나 찾기 어렵게 구성하는 행위. 2. 탈퇴 의사를 반복

사회

더보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2월 8일,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노원을지대학교병원(병원장 김재훈)이 오는 2월 8일 일요일 오전 8시 50분 제12회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연구동 지하 1층 범석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수강좌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최신 치료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기술 발전을 주제로 강연이 이어진다. ▲로봇 척추 수술(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손희중 교수) ▲정형외과 연구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초 및 활용(노원을지대학교병원 최성주 교수) ▲정형외과 임상에서의 AI의 적용 사례(서울대병원 이요한 교수)가 소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하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한다. ▲고관절 비구순 파열의 관절경적 진단 및 치료(노원을지대학교병원 김진우 교수) ▲슬개골 불안정성의 관절경적 치료(인천보훈병원 윤정로 원장) ▲만성 발목 불안정성에 대한 관절경적 외측 인대 재건술(차의과학대병원 이성현 교수)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상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소개한다.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생물학적 치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