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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웃을 수밖에 없을걸…영화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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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만 해도 청춘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청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황하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그 방황하는 청춘을 '간지'로 승화했고(비트·태양은 없다), 관객은 그들의 모습에 환호했다.

최근 청춘영화(넓은 의미의)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 또렷이 남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내면의 붕괴를 멍하니 지켜보거나 그 상처와 조용히 맞서느라 세상과 불화하는 인물들이다(거인·한공주·파수꾼). 관객은 이들에게도 반응했는데, 그것은 시대와 사회 현실이 투영된 어떤 징후였다. 이런 영화들에서 청춘의 에너지와 발랄함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두 가지 큰 맥락에서 볼 때 '스물'(감독 이병헌)은 정체불명의 청춘영화다. 이 영화에는 방황하는 모습에도 겉멋이 잔뜩 든 예전의 청춘도 없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악을 쓰는 듯한 최근의 청춘도 없다. 이 영화의 '스무 살들'은 술만 마시면 실수를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백수다. 또는 '그냥' 가난한 재수생이다. 그들이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지하지 않다.(진지할 줄 모르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상처는 오히려 친구들의 놀림거리일 뿐이다. '스물'은 '애어른'이 된 청춘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관객에게 '그거 아니잖아. 스무 살은 이렇게 우스운 거잖아. 왜 이래'라며 눙치는 것처럼 보인다.

'스물'은 어떤 콤플렉스도 없이, 혹은 아무런 자격지심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한 채 스무 살을 사는 이들에 관한 영화다. 이병헌 감독에게 스무 살은 소소한 에피소드(이들의 아지트인 중국집도 '소소반점'이다)에 성적인 유머와 '병맛' 코드를 결합한 코미디에 불과하다.

치호(김우빈)와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는 고등학교 시절 한 여자와 엮이며 친구가 된 사이다. 스무 살이 된 그들은 조금씩 각자의 길을 간다. 경재는 대학에 가 선배와 사랑에 빠진다. 치호는 하고 싶은 것 하나 없이 연애에 매진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동우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재수를 결심한다.

'스물'은 오래간만에 나온 관객을 웃길 줄 아는 코미디 영화다. 이 재기발랄한 영화는 소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라고 할 수 없는 '미성숙(가치판단을 뺀 개념)의 시기'의 세 인물을 활용해 마음껏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이는 이 영화의 제목이 '스물'이어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스무 살은 모든 게 어설프고 하는 짓마다 찌질해도 귀엽게 보일 수 있는 나이다. 동시에 법적으로는 미성년자가 아니므로 성적인 유머의 남발을 그 시기의 혈기왕성함으로 포장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스물'의 이야기들은 과함과 과하지 않음의 경계에 정확하게 위치해 최소한 기분 나쁘지 않은 개그를 친다.

이 영화의 유머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그것이 철저히 이병헌 감독 개인의 취향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신선함은 보편과 관습의 틀을 넘어서는 창의성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매우 자기중심적인 유희에 가깝다. 가령, 치호의 '꼬추 행성의 침공' 시나리오라든지, 경재의 동영상이 공개되는 순간의 '모래시계 패러디', 동우의 2대8 가르마 에피소드는 철저히 이병헌 감독의 장난기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물'의 유머를 떠받드는 또 하나의 축은 '비틀기'다. 극 중 스무 살들이 겪는 이야기들은 매우 보편적이고, 때로는 관습적이다. 여선배를 좋아하는 대학생 이야기나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꿈을 찾은 청년 이야기, 가난한 재수생과 쓰러진 엄마 이야기는 평범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병헌 감독이 이런 에피소드를 끝맺는 방식이다. 스무 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이들의 대화는 "섹스하자"라는 말로 끝난다. 꿈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하는 동우를 향해 친구들은 "근데 머리는 왜 그래?"라고 묻는다. 여선배를 보호하고자 경재의 의리있는 행동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이병헌 감독은 이를 통해 반전의 웃음을 제공함과 동시에 청춘을 다룬 극의 전형성을 비웃는다.

감독 개인의 취향과 비틀기라는 유머의 두 개 축은 흡사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슈 본)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킹스맨'의 매슈 본 감독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유머를 영화에 장착했고, 기존의 스파이 영화를 쉬지 않고 조롱했다.

이런 지점에서 볼 때, 이병헌 감독은 애초 '스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이라는 설정은 감독이 자신의 유머코드를 이식하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였고,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을 웃기기 위해 역으로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코미디를 만드는 게 아니고, 이병헌 감독 자신의 코미디가 스무 살에 딱 맞았을 뿐이다.

'스물'의 코미디를 살리는 건 역시 주연 배우 세 명의 연기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의 배우로서 가능성은, 이 세 사람 중 누구도 튀려 하지 않고 서로의 캐릭터를 살릴 줄 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스물'에서 좋은 연기를 한다기보다 좋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치호, 경재, 동우가 각각 다른 캐릭터로 독립된 에피소드를 수행하면서도 함께 모인 장면에서 이물감 없이 섞일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서로 스타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하는 세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포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한 이유는 간단하다. 뻔해서다. 뻔한 서사와 뻔한 연출, 뻔한 연기에 한국 관객은 지칠 대로 지쳤다. '킹스맨'의 성공과 '위플래시'의 선전은 한국영화 침체 이유에 대한 방증이다. '스물'은 춘래불사춘의 상황을 맞은 한국영화계에 작은 봄이 가져다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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