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TV홈쇼핑 사업자들이 연이은 제재로 시름이 깊다.
정부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데다, 본보기 차원의 첫 재승인 탈락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9일 TV홈쇼핑사 6개 업체에 대해 서면미교부, 구두발주,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판촉비 부당전가, 부당한 정액제 강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오쇼핑 46억2600만원, 롯데홈쇼핑 37억4200만원, GS홈쇼핑 29억9000만원, 현대홈쇼핑 16억8400만원, 홈앤쇼핑 9억3600만원, NS홈쇼핑 3억9000만원 등이다.
6개 홈쇼핑사 모두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방송 후에 교부해 계약체결 즉시 서면 교부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6조를 위반했다.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은 판매촉진비용의 50%를 초과해서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키거나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판매촉진 비용을 부담시켰다.
특히 CJ오쇼핑은 146개 납품업자와 판촉비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시간 및 방송종료 후 2시간 이내의 주문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납품업자에게 떠넘기고, 그 이후의 판촉비용만 5대5로 분담하기로 약정했다. 그 결과 판촉비용의 99.8%인 56억5800만원을 납품업자가 부담하게 됐다.
GS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홈앤쇼핑·NS홈쇼핑 등 5곳은 그동안 납품업자에게 다른 TV홈쇼핑 사업자와의 공급거래 조건, 매출관련 정보 등 납품업자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을 침해할 수 있는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 등이 담긴 의결서를 각 업체에 송부할 예정이다. 각 업체는 공정위 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 의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공정위 의결은 1심 법원의 판결에 갈음하는 효력을 갖고 있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정위에 이의신청하면 된다. 공정위에 이의신청할 경우에는 이번에 홈쇼핑업체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사한 공정위 유통거래과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기업들이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불복 소송이 잇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과징금을 그냥 내면 주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불복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홈쇼핑업체들이 불복 소송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를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승소할 여지가 약한데다, 패소 판결을 받으면 기업 이미지가 더욱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홈쇼핑업체의 관리·감독은 유통 측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그 승인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맡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가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도록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할 방침이다.
홈쇼핑업체들은 5년마다 정부의 재승인 심사를 받으며 사업권을 연장한다.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 등 3개사는 재승인 심사대상이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각각 5월27일, NS홈쇼핑은 6월3일 기존 승인이 만료된다. 이들 3개사는 재승인 심사를 위해 미래부에 지난 6일 각종 서류를 제출했다.
미래부는 조만간 '홈쇼핑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고, 다음달 중순 3개사를 대상으로 심사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승인 여부는 4월 말∼5월 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불황 여파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홈쇼핑에서라도 물건을 팔아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홈쇼핑업체들이 갑질을 하기 좋은 구조였다"며 "이제는 홈쇼핑업계도 침체돼 있어 옛날처럼 갑질하기 쉽지 않고, 공정위가 미래부·중소기업청 등과 함께 '홈쇼핑 정상화 추진 정부합동 TF'를 구성하고 TV홈쇼핑의 불공정행위 근절에 적극 나서기로 한 만큼 대놓고 갑질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거의 자동적으로 사업이 연장돼왔기 때문에 이번에 본보기로 한 군데를 취소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취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취소된다면 지난해 전 대표이사까지 연루돼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던 롯데홈쇼핑이 취소될 가능성이 1% 정도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자의 승인 취소시 협력업체의 반발이 필연적이라 취소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결국엔 홈쇼핑 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개별 업체들이 자정노력에 힘쓰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는 7월 공영TV홈쇼핑(제7홈쇼핑)이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홈쇼핑업체의 재승인을 취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