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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 김성제 감독 인터뷰 "공분 아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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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영화 '소수의견'은 침착하다. 영화는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다. 카메라를 잡은 손은 분노로 떨었을지 모르나 화를 유발하는 그 현장에 발을 디디지 않는다. 대신 바라본다. 신중히 뒤를 밟으며 본 걸 전한다. 속을 끓게 하기보다 탄식하게 하는 것, 그것이 '소수의견'의 화법이다.

영화는 손아람 작가가 2010년 내놓은 소설 '소수의견'을 영화화했다. 소설은 2009년 벌어졌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 삼아 쓰였다. 뉴타운 개발로 철거돼야 하는 마을, 철거민과 경찰이 맞선다. 경찰이 강제 진압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죽는다. 철거민 박재호의 아들 박신우와 의경 김희택. 국선변호인 윤진원은 박재호의 변호를 맡으면서 거대 권력에 맞닥뜨린다.

'소수의견'이 제작될 때부터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부분은 이를테면 이 영화의 '수위'였다. 경찰과 검찰을 비판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정부를 겨냥해야 하는 이야기다. 모티브가 된 '그 사건'은 (사건의 본질과는 다르게) 실제로 강렬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영화는 실제 사건과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지만,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수의견'은 경솔하지 않고 냉철하다. 오히려 건조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야기를 풀어내기보다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준다. 그래서 묵직하다. 소리치며 화내지 않고 응시한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이야기를 전하는 이 태도다. '소수의견'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성제(45) 감독은 "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트위터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공분을 불러일으키려고 만든 게 아니라 공감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사회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죠. 전 '진정성' 같은 말 별로 안 좋아해요. 촌스러워요. 저라고 가치관이 없고, 정치 성향이 없겠어요? 그런데 전 특히나 이런 영화를 그런 식으로(가령 진정성으로) 접근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제 취향이 그래요."

이 영화에는 완전한 악인도 온전히 선한 인간도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 검사와 변호사, 여기에 판사와 기자까지 이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에 따라, 각자의 신념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김성제 감독은 유일하게 악인으로 묘사되는 '홍재덕 검사'(김의성)에게서도 "연민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관객을 분노하게 하고, 관객을 울리는 방식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 일부분은 이 영화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만들 것을 원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가 절망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방식이다.

"전 절망적이지 않다고 봐요. 그렇다고 희망적이냐, 그것도 아니에요. 극단적인 걸 요구하는 건 습관적인 것 같아요. 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인식 있잖아요. 진보 정권 10년은 태평성대였고, 이후 보수 정권은 10년은 지옥이라고 보는…. 그런 적 없어요. 모든 시기마다 문제는 있었어요. 저에게 영화는 날을 세워 비판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관객에게 말을 걸어보는 거죠."

누군가는 이 영화가 성에 차지 않을지 모른다. '소수의견'은 상대의 아픈 곳을 겨냥해 곧바로 찌르는 영화가 아니다. 김성제 감독의 말처럼 '소수의견'은 "거리를 두고, 넓게 보는 영화"다. 때에 따라서는 너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다르게는 너무 조심스러워 비겁해 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영화 한 장면을 들어 설명했다. 윤진원이 용역업체 회장 '큰손'을 만나 변호에 유리한 결정적인 증인을 섭외하는 데 성공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큰손은 윤진원에게 진실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진원은 "거짓말은 하기 쉽지만, 거짓 변론은 하기 힘들다"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큰손은 "근데 그걸 그렇게 우렁차게 말해야 하나"라고 되묻는다.

"이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누구는 목소리가 크고, 누구는 작아요. 꼭 크게 말해야 하나요? 소리쳐야 하나요? 전 소리치고 외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이 영화에 한해서는 특히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보고요."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성제 감독이 '소수의견'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일정 부분 정의롭고, 일정 부분 비열한 사회 풍경을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유추할 수는 있다. 재판장에서 울고 있는 두 아버지의 모습이 그것이다. 결국 사람이 죽었다는 것. 중요한 것은 재판 결과가 아니라 죽을 이유가 없던 두 아들이 죽었다는 것이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 결과에 대한 한탄 때문이다.

"염치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다 만들어놓고 보니까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결국 반성하는 사람은 박재호잖아요. 박재호는 처음에 윤진원을 만나 자기는 무죄라고 말해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어떤가요. 김희택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하잖아요. 기자들 앞에서도 난 사람을 죽인 죄인이라고 말하고요. 전 사법부를, 국가를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봤는데, 결국 중요한 건 이거(염치)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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