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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꽃에서 나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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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2009년 7월 서강대 메리홀에서 가수 박지윤(32)은 꽃이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빌린 비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당시 가수 데뷔 13년 만에 연 첫 단독 콘서트에서 팬들은 가수 박지윤의 진짜 이름을 부르게 됐다.

1997년 '하늘색 꿈'으로 데뷔한 박지윤은 2000년대 초반 '성인식' '할 줄 알어?' 등의 곡으로 당대 섹시 아이콘이 됐다. 화려하고 도시적인 외모가 돋보였다.

첫 콘서트 직전 발매한 정규 '7집 - 꽃, 다시 첫번째'는 그 이면에 가려져 있던, 박지윤이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담은 앨범이었다. 자신의 독립 레이블을 만들고 작곡·작사·프로듀싱까지 맡았던. 첫 콘서트에서 기타를 치며 조곤조곤 노래하던 박지윤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다.

6월의 마지막인 30일 밤 홍대 앞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만난 박지윤은 나무가 돼 있었다.

7집 '꽃, 다시 첫 번째' 수록곡 중 자신이 처음 만든 곡인 '그대는 나무 같아'라는 노랫말처럼 꽃에서 나무로 변해있었다.

꽃이었던 그녀는 좀 더 많은 걸 안을 수 있는 가지가 뻗어났다. 이날 공연에서도 부른 "그대는 나무 같아,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햇살을 머금고 노래해"라는 노랫말처럼.

이날 무대는 7·8집을 독립레이블로 만든 뒤 새로 둥지를 튼 윤종신의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홍대 공연 프로젝트 '미스틱 오프런'의 하나.

어쿠스틱 감성의 싱어송라이터 정재원(a.k.a 적재)과 함께 90분 러닝타임을 반씩 책임졌다. 정재원은 이르면 올해 말 발매 예정인 박지윤의 정규 9집을 함께 작업 중이다.

그녀가 콘서트 무대에 오른 건 지난해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날 드럼 없이 기타 두 대와 베이스, 건반 등 어쿠스틱 사운드로만 채운 박지윤은 감성적으로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홍대 앞 여신들의 읇조리는 듯한 몽환적인 가창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좀 더 서정적인 물기가 촉촉했다.

공연 전 만난 박지윤은 공연을 한다는 설렘에 내내 눈이 반짝거렸다.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 무대에 올랐는데 기분이 어떤가?

 "1년 만에 마이크를 잡았어요. 많이 떨리더라고요.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는데(웃음). 근데 첫 곡, 두 곡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풀렸죠. 무대는 항상 긴장되네요."

-공연을 자주 하고 싶어하는 걸로 안다.

 "7, 8집을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공연 생각이 많이 났죠. 9집 앨범을 내면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번 '미스틱 런'은 일종의 워밍업이죠. 정재원 씨랑 앨범 작업도 같이 해서 같이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8집을 내고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뒤 또 다른 형태의 음악을 했다

"윤종신 프로듀서님과 이야기하면서 여러 작업을 했죠. 앞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길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살고 싶거든요. 종신 프로듀서님과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노래 한번 잘 만들어봐'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잘 진행하고 있어요."

-9집에서는 어떤 노래를 들려주게 되나?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길게 제 음악을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 중이고,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죠.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서 방송, 예능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돌아보면 제 또래 가수들이 많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어릴 적 데뷔를 해서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런 길을 걸었던 선배들이 없어 물어볼 대상이 없죠.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당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각자 경험으로 고민을 하겠죠. 제가 과연 해줄 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 그런 음악을 했고 그런 목소리를 낸 것을 기억하는 후배가수가 있었으면 좋겠죠."

-앞으로 서고 싶은 무대가 있는가?

 "제가 사실상 데뷔 이후 공연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오늘처럼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도 많이 하고 싶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앨범 내고 공연을 계속 하고 싶은데 빤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게 되게 어려운 일 같아요."

박지윤은 그 어려운 일을 공연으로 증명했다. 이날 앙코르로 자신의 히트곡인 발라드 '환상'을 기타 한대 반주로만 들려줬는데 춤을 추지 않아도, 화려한 조명이 없어도 무대가 꽉 찼다. 공연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가자 콘서트 직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저 쪽 하늘에서 달빛이 아른거렸다. 박지윤이 공연에서 들려준 영화 '허(Her)'의 OST '더 문 송(The moon song)'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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