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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하정우 "연기의 재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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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의 '하와이피스톨'은 일제강점기라는 극의 배경과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청부살인업자인 그는 시대의 대의(大意)에는 관심이 없다. 조선인인 그는 돈만 주면 조선인도 죽인다. 게다가 그는 "거 얼굴 좀 보고 얘기 합시다"라는 임시정부 대원 '염석진'(이정재)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나타나 총을 쏜 뒤 그의 심복 '포마드'(오달수)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진다.

무거운 시대 공기와는 별개로 산뜻하게 날아다니는 듯한 자유로움과 맘에 든 여인에게 자신의 스카프를 둘러주는 낭만이 곧 하와이피스톨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진다. 하와이와 피스톨이라니.

이 역할을 배우 하정우(37)가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림이 그려졌다. 장난기 어린 얼굴에 시답지 않은 수다를 떨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쏘는 바로 그 모습. 이는 하정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온도와 분위기의 인물이다. "하와이피스톨이라는 이름에서 느낌이 확 왔죠. 그 말 자체에 낭만이 있잖아요. 내 것 같았어요. 물론 이름이 세부피스톨, 수안보피스톨이라도 저는 했을 것 같지만요."

진지하게 말을 시작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툭 던지는 농담으로 말의 마침표를 찍는 하정우 특유의 화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억지로 끼워맞추자면, 하정우는 쉴 때면 하와이로 여행을 자주 떠난다.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어드벤쳐물의 남자 주인공처럼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와이피스톨이 시대의 흐름에 비켜서 있듯이 하정우도 독립군과 임시정부, 암살과 일본군과 친일파 같은 말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연기했다. "그건 연출의 몫이고, 난 내 캐릭터에만 집중했다"고 그는 말한다. "나까지 무겁게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 영화에 완급(緩急)이 있다면, 그에게 주어진 몫은 '완(緩)'이었다. "저나 달수형이 나오는 부분은 쉬어가는 지점이었죠."

언뜻 하정우는 '암살'에서 그저 자신이 잘하는 걸 평소처럼 잘해낸 것처럼 보인다. 검증된 배우가 된 이후 하정우의 연기는 언제나 안정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역할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게 또 하정우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정우에게 '암살'은 최동훈 감독과 함께한 작품 정도인가. '암살'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김성훈 감독의 '터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소품적인 연기였을까.

하정우는 '암살'을 "영화라는 작업, 연기를 한다는 것의 재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연기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하셨어요.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면서요. 평소의 저라면 짜증이 났을 것 같아요. 전 테이크를 여러 번 가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의 주문이 납득이 가는 것들이었죠.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으면서 최근에는 못 느꼈던 연기에 대한 재미가 다시 느껴지더라고요."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과 처음 함께 한 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찍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한 테이크에 40번씩 찍었다. 매번 다르게 연기하는 게 내 주특기였다"고 했다. 그는 "'암살'을 하면서 내 연기가 더 늘고,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짚었다. 하와이피스톨의 '멋'은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를 찍는다는 건 힘든 작업인 것 같아요. 힘들지 않으려면 재미를 찾아야 해요. '암살'은 그런 재미를 찾아준 시발점이었요. 지금 '아가씨' 찍고 있는데, 박찬욱 감독님도 주문이 많으세요. 사실 그런 주문 다 받아서 연기하는 게 제 장기였어요. 즐거워요."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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