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코스피가 종가기준 7거래일 만에 전일 대비 상승 마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이미 저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주변국 시장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는 홀로 강세장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0.92%, 5.23% 올랐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63% 폭락하며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니케이255지수는 3.96%, 홍콩H지수도 0.92% 하락했다.
이날 시장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극적 타결 되면서 남북간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 외에는 별다른 호재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북 리스크가 고조되던 지난 21일과 24일 코스피 지수는 2% 넘는 낙폭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한국 증시를 두고 그간 낙폭을 키웠던 시장이 반등 국면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과도하게 저평가 돼 있어, 주가가 하락한 지금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실제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4일과 25일 각각 2979억원, 3027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이며 모두 600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수출 기업 실적이 우려된다는 점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이 탄력받기 어렵다는 신중론이다.
특히 이날 지수는 반등했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4거래일 연속 투매 행렬을 이어가며 시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14일 동안 쏟아낸 매도 물량은 모두 3조1857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방향을 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연구원은 이날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주식과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저가 매수에 따른 단기 반등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증시 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 기업의 2분기 잠정 매출액은 의료정밀과 의약품, 섬유·의복, 비금속광물, 음식료품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모두 분야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에서도 기계와 운수창고 업종이 60.01%, 41.70% 감소, 유통업도 25.82% 줄어들었다. 수출 종목이 많은 운수장비는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상반기 국내에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이 확산하며 내수 관련 업종도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3분기 실적은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분기보다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에프엔가이드가 분석한 업종별 영업이익 전망에 따르면 철강과 비철금속,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수출 관련 업종의 실적이 3분기에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분석한 전 분기 대비 3분기 영업이익 감소율은 디스플레이와 철강 업종은 각각 14.03%, 11.65%, 자동차 업종도 9.24% 등이었다.
또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중국 기업과 수출 경쟁을 하는 한국 기업은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은 실물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유가마저 장기적인 약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인 'D(디플레이션)의 공포'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정체된 글로벌 경제로 수출 기대치가 내려가고 내수 부진까지 맞물린 상황"이라며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입국 경기가 하락하는 것을 보면 수출 회복은 막연한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이준희 연구원도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많아 당분간 상승을 이끌 동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