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0 (화)

  • 맑음동두천 -0.6℃
  • 맑음강릉 1.4℃
  • 맑음서울 1.9℃
  • 맑음대전 0.0℃
  • 맑음대구 2.6℃
  • 맑음울산 2.2℃
  • 맑음광주 0.6℃
  • 맑음부산 3.9℃
  • 맑음고창 -0.9℃
  • 맑음제주 4.6℃
  • 맑음강화 0.2℃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2.4℃
  • 맑음강진군 -0.5℃
  • 맑음경주시 -0.3℃
  • 맑음거제 4.0℃
기상청 제공

경제

'목돈마련 동반자'가 되겠다던 ISA, 가입자격 제한으로 논란

URL복사

'근로·사업소득자'로 장벽 높여 퇴직자·전업주부·비정규직 근로자 제외돼


[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4년 전 퇴직한 이모(63)씨는 세제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가 내년 도입된다는 소식에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추후 ISA를 노후대비 통장으로 이용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문의를 마친 그는 비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 상담원으로부터 "ISA가 내년에 도입될 경우 직전연도, 즉 올해까지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있는 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4년 전 회사를 그만둔 퇴직자는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은 것.

이씨는 "30년 가까이 치열한 직장생활을 한 끝에 이제 겨우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게 됐는데 퇴직자라는 이유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실망이 크다"며 "혜택을 받고 싶으면 나 같은 60대도 다시 취업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해야 된다는 건데 이런 정책이 실제 노후대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퇴직자들은 이미 회사 생활을 할 때 충실히 세금을 냈다"며 "퇴직한 것도 서러운데 정부로부터 이런 대접까지 받으니 한층 더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ISA는 정부가 '국민의 재산형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마련한 세제혜택 프로그램이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가입 대상자는 계좌 하나에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연 2000만원까지 담아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운용할 수 있다. 5년 만기 인출 때 순수익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 수익은 분리과세 9.9%(지방세 포함) 세율이 적용된다. 내년 3월께 도입될 예정이다.

특정계층에 국한된 지원 범위를 더 넓혀 '목돈마련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ISA 도입 취지는 큰 호응을 얻었다.

단 정부와 금융당국이 ISA 도입 방안에 '직전연도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있는자(1인당 1계좌)'라는 가입자격을 두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가입자격에 따르면 퇴직자, 전업주부, 비정규직 근로자, 농어민 등 종잣돈 마련이 절실한 사회 취약계층은 수혜를 받지 못한다. ISA 도입 취지가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SA는 국민들의 목돈마련 지원이라는 목적 아래 도입이 추진됐다.

ISA 관련 논의가 처음 공식적으로 다뤄진 것은 지난해 9월3일이다.

당시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개인자산종합관리제도 도입방안 마련'건이 현장건의과제 부분완료과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ISA 도입 최초 건의자는 황성택 토러스턴자산운용 대표다.

황 대표는 '영국의 ISA나 일본의 NISA 등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고 정부는 기존의 과세특례 금융상품의 정비와 연계해 한국형 ISA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 9개월 후 대략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25일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요과제' 중 첫 번째로 'ISA 도입'을 소개했다.

기재부는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26.8%로 미국(70.7%), 일본(60.1%), 영국(49.6%)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라며 "저금리 지속 등으로 국민들이 자산형성 수단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형저축, 소득종제장기펀드 등의 세제혜택이 금년말 일몰될 예정인 만큼 ISA 도입이 필요하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일정 연령 이상이면 누구나 ISA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영국 ISA(16세 이상)와 일본 NISA(20세 이상)의 사례를 참고하겠다며 서민들에게 목돈 마련의 꿈을 품게 했다.

지난 8월6일 확정된 ISA 제도 도입방안이 발표된 뒤 '전국민의 ISA'는 '특정계층의 ISA'로 돌변했다. 돈 벌고 세금 내는 이에게만 가입자격을 부여하며 상당수의 서민들이 자금 운용의 길을 잃게 됐다.

전문가들은 가입자격이 생겨남으로 인해 ISA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훈 자본시장실장은 "앞으로 은퇴 이후 소득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질 예정인 만큼 ISA의 가장 큰 도입 목적 중 하나는 노후자금 대비 일 것"이라며 "사실 퇴직자, 농어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은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 비해 노후 소득에 훨씬 취약한 계층인데 이들이 ISA에 들어갈 길이 원천적으로 제한됐다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정책적으로 세금 혜택을 주는 게 ISA 도입의 핵심이라면 고소득층 보단 사회로부터 소외받을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추후 가입자격을 더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ISA 도입 방안에 보면 ISA가 20대에게는 결혼·전세자금통장, 30~40대에게는 주택마련·자녀교육통장, 50대에게는 노후대비 통장 역할을 한다고 소개 돼 있다"며 "취지는 정말 좋은데 가입자격이 제한되며 상당한 괴리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혼자금 마련, 주택자금 마련, 노후대비 등은 우리 사회 각 연령층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세제혜택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스스로 제시한 ISA 제도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비판들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전히 다양한 여론은 수렴하고 있다"며 "현행대로라면 농어민은 가입자격에서 제외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농어민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 가입자격에 제한을 두겠다는 기본 방침은 이미 결정난 사안이기 때문에 다른 계층에 대한 가입요건 완화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 국회에서는 세수 확충이나 불법 증여 예방 등을 위해 오히려 가입자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효성 없는 혜택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15~29세 가입자에 한해 ISA 의무가입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작 필요한 '주니어(Junior) ISA' 도입은 하지 않고 무의미한 혜택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세 이상 성인은 이해가 가지만 15~19세면 중·고등학생을 얘기하는 건데 일반적으로 이 나이대 청소년 중에서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건 결국 주니어 ISA는 도입하지 않으면서 소득세를 내고 있는 매우 특이한 경우의 청소년들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비상식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청소년들에게 소득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저축하는 습관, 장기적인 투자 유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 향상 지원 등에 힘써야 한다"며 "세정 당국 입장의 입장만 반영 된 이런 무의미한 혜택은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ISA 도입안에는 주니어 ISA가 포함 돼 있지 않다"며 "15~19세를 의무가입기간 단축에 포함시킨 건 사회생활을 조금 일찍 시작한 청소년들을 자금시장으로 포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장지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펀드는 아동의 금융지식 제고 외에는 특별한 세제혜택이 없어서 명목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학자금마련 등 아동을 위한 미래소득으로써 영국의 사례처럼 어린이펀드에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해 장기저축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1월 11월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비과세 저축투자계좌인 주니어 ISA를 시행하고 있다. 16세 이하 아동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친권자, 직계존비속, 친구 등이 연간 3600파운드(약 63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배너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美-이란 전쟁, 韓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순식간에 고조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 경제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란의 군사적 대응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는 곧 한국의 내수와 수출 모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지역 불안정성이 한국 경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수출입 동향을 꼼꼼히 살펴 필요시 지원대책도 즉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주목”…국제 유가 ‘초긴장’ 이란 공습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서,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더욱 치솟고 있다. 기름값이 인상되면 자연스럽게 운송비와 생산비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커져 결국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동 불안정은 금융시장에도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요즘 원·달러 환율 역시 출렁이고 있는데, 한국처럼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환율 변동이 심

정치

더보기
오세훈, 국민의힘의 윤석열과의 절연 결의문에 “감사하고 다행...선거 최소한 발판 마련”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의결한 것에 대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지지 입장을 밝히며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임할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9일 서울특별시청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이날 결의문 채택에 대해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도권에서 도저히 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민심이 우리 당에는 적대적이었다”며 “계엄을 둘러싼 우리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 그리고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당 지도부의 노선 때문에 많은 국민이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시고 지지를 철회하는 일들이 생겨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비로소 저희 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드디어 이제 변화가 시작됐다”며 “결의문이 선언문에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실천이 돼서 다시 우리 당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의 이번 지방선거 공천 신청 기간인 3월 5∼8일 공천 신청을 하지

경제

더보기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재명 대통령 “최악 상황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해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해 “이날 회의에선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며 “산업통상부에서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우선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관련해 3월 7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89원, 경유는 1910원으로 중동 상황 발생 후 구매 물량이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상승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고가격제 시행 시기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이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 ‘교육 명문’ 하남의 무서운 질주
[시사뉴스 하남=박진규 기자] 하남시 고등학생들이 2026학년도 대입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두며 교육 명문 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번 대입에서 서울 주요 대학 및 의약학계열 합격생은 총 3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인 전년도 합격자 287명 보다 100명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4년 전 128명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경이로운 결과다. 여기에 카이스트를 포함한 특성화 대학 등 합격자 38명을 더하면 전체 주요 대학 합격자 수는 총 425명에 달한다. 이러한 놀라운 결실의 배경에는 민·관·학이 함께 만든 교육 혁신의 토대가 자리하고 있다. 하남교육지원청 신설 추진과 민·관·학 협치가 만든 새로운 미래 이번 대입 성과의 이면에는 오성애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과 현장에서 헌신한 선생님들, 자녀 교육에 열정을 쏟은 학부모와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학생들의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지원청은 이러한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하남교육지원청 단독 신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하남 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는다. 시는 종합복지타운 6층에 합동 업무공간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문화

더보기
【레저】 낭만의 요트 투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육지에 서서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 요트를 타고 제주를 일주하거나, 속초 앞바다의 ‘망망대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요트 체험, 지중해를 돌아보는 럭셔리 요트 투어들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 풍경 요트를 타고 제주 해안을 한바퀴 도는 해상 둘레길이 만들어진다. 제주도는 제주 해안을 연결하는 해상 코스 ‘제주바다 요트둘레길’을 구축해 해양관광의 새로운 상품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요트둘레길은 주요 항·포구와 마리나를 거점으로 요트를 타고 제주를 일주할 수 있도록 하는 체류형 해양관광 콘텐츠다. 육지에서 보기 어려운 해안 절경과 오름, 주상절리, 섬과 섬 사이의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요트 체험과 함께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기항지 관광, 숙박·미식·문화 프로그램, 선셋 테마형 코스 등 다양한 해양관광 모델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주요 거점 항포구에서는 마을회, 어촌계, 지역 관광업계가 참여한 해녀문화체험과 어촌마을 식도락 체험 등 지역자원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세부계획을 수립한 뒤 항·포구 마리나시설 확충공사 등을 거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