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일어난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나의 오랜 의혹은 신동진 씨를 만나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신동진 씨는 2000년대 초반 안기부 조작에 혐의를 두고 3년 이상 ‘KAL858기 실종사건’을 취재한 사람이다. 이를 토대로 그는 KAL858기 관련 의혹을 집대성한 KBS 다큐멘터리 〈우리는 알고 싶다: KAL858기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와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창해 2004)라는 책을 썼다. 이런 인연으로 ‘KAL858기 가족회’의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동진 씨는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11월, 국정원이 KAL858기 사건 등을 규명하기 위한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참여했다. 그것도 국정원의 지목(요청)과 가족회의 추천을 동시에 받아서...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신동진 씨는 ‘안기부 조작’에 혐의를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들어가서 방
공교롭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등 민감한 일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풍’과 ‘북풍’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처럼 지방선거와 관련해 노풍, 북풍 등이 거론된다는 현상 자체가 퇴행적인 것이며,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이런 문제들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다.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원인을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가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단순히 과거의 한을 풀기 위해서나 어떤 적개심을 표출하기 위해서 투표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바람’에 의존하는 구습1987년 이후
세계경제가 그리스라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2008년 가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상징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1929년 이후 최대 충격에 빠졌다. 그후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세력의 신속한 유동성 공급과 경기부양 정책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하면서 서서히 재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2010년 봄에는 다시 그리스에서 적신호가 켜지면서 위기 탈출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고, 그리스 위기가 ‘돼지들(PIIGS, 포르투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연상시키는 유럽의 다른 나라로 도미노처럼 전파될 위험이 부각되었다.그리스 자체의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그리스정부가 예산적자를 메우고 공공부채의 이자와 상환금을 갚기 위해 빚을 얻는 과정에서 국제시장의 금융기관이 점점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했고, 그 결과 그리스 �
4월 30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FTA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현실 가능성과 실효성이 없는 두 가지 인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이다. 하나는 한중FTA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측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댓가로 인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중FTA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이다.여하튼 2008년 이후 한국측 사정으로 한중FTA 논의가 공전되어왔기 때문에, 한국측이 적극 나서면 향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으로는 3년 전에 이미 산·관·학 협의가 5차례나 진행되었기 때문에, 연내 협상개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어떻게 협상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GDP 증가율 등 경제적 수치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3월 16일은 후꾸자와 유끼찌(福澤諭吉)가 《지지신보(時事新報)》에 저 유명한 〈탈아론(脫亞論)〉을 게재한 지 꼭 115년째 되는 날이다. 또한 작년 선거혁명으로 집권한 민주당 정권출범 6개월이기도 하다. 하또야마 내각은 과거 자민당정권의 과도한 미국의존 외교로부터 탈피하여 좀더 주체적이고 아시아중심적인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공언해왔다. ‘탈아(脫亞)’를 탈(脫)하여 ‘입아(入亞)’하겠다는 것이다. 자고로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는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점에서 19세기의 ‘탈아’가 메이지유신 이래 근대화 추진전략의 대외적 표현이라면, 21세기 ‘입아’는 새 일본의 구축을 위한 “헤이세이(平成, 현 아끼히또 천황의 연호) 유신”의 주요전략이 될 것이다. 과연 민주당정권은 지난 6개월간 이런 방향으로 일본을 이끌어왔는가. 일본은 어디까지 와 �
사회구조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계층간-지역간의 발전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국가의 발전역량을 제약하고 있다. 가위곡선을 그리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갈등구조가 격화되고 있다. 지방경제를 쇠퇴화시키는 지역간의 발전불균형에 따라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친기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경제적 약자를 위한 규제,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회구조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이 자본중심으로 재편됐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도입되면서 집단도산-대량실업이 발생했다. 노동정책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명예퇴직-조기퇴직이 상시화한 것이다. 또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
이명박 정부에 의해 주도된 감세정책이 지방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결국에는 지역사회의 복지발전에 결정적인 제약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주지하다시피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감세정책이다. 2008년 결과적으로는 야당까지 동의하여 국회 합의를 거쳐 결정된 감세정책의 핵심 내용은 소득세의 경우 2010년분 소득부터 현재의 8∼35%의 세율을 6∼33%로 각기 2%p 인하하고, 양도소득세 3%p, 법인세 3∼5%p 인하하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주택 보유자에 대해 3억원의 기초공제를 허용하며 세율을 0.5∼2%로 대폭 내린다는 것이었다.이러한 세율 인하 등을 통한 감세정책이 구현된다면,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의거할 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96조 1천억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나라살림 뒤흔드는 감세와 4대강사업이러한 감세정책�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그에 맞선 김문수 경기도지사) 덕분에 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6월 지방선거의 핵심 정책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대부분의 야당들이 무상급식제 도입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한 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 같은 무상급식 찬성파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이 문제는 (마치 세종시 문제가 그러하듯) 정당의 위계구조 아래 매몰되고 마는 단순한 성격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시민사회의 개입 또한 적극적이다. ‘희망과 대안’은 지방선거에 임할 야5당이 공동정책과제의 하나로 무상급식제의 단계적 확대를 채택할 것을 주문했고, 서울 지역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운동�
새해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구글 사태, 대만에 대한 65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기 판매,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비판 등 양국간 긴장은 2월 18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회동에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개발, 중국산 철강 및 미국산 닭고기를 둘러싼 무역분쟁 같은 다른 이슈들도 도사리고 있다.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안들은 양국관계가 얼마나 긴밀히 얽혀 있는가를 방증한다. 이처럼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사안들이 올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은 부시 전 대통령 때부터 약속된 것이었고, 이번 판매에서는 F-16이나 디젤 잠수함 등 민감함 품목이 제외된 터다. 달라이 라마와 미국 대통령의 회동도 정기적으로 있어왔던 행사이�
선거연합을 위한 진보개혁성향의 야5당의 논의가 더디지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야5당은 2010년 지방선거 공동대응 모색을 시작한 지 한달 만인 설 직후부터 공동협의기구를 발족시켜 공식협상을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많은 노력이 있었다. 주장과 색깔이 다른 각 당이 느리지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선거연합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촛불시위, 의사표현에 대한 폭압적 대응, 뒤이은 두 전임 대통령의 서거 국면을 통해 서서히 형성돼왔다. 현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와 변화를 원하는 국민은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확실한 대안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 야당들 중 어느 하나로는 그러한 대안이 성립할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지방선거, 국민의 열망 제대로 읽어야 수
세상이 한줌도 안되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에 좌우된다는 설정, 엄청난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은 배후에서 비롯되었음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줄거리는 익숙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흥미를 돋운다. 이런 거대 음모를 틀로 삼은 영화에서 가장 전형적인 음모의 주체는 정부기관의 권력자이다. 그러다 가끔은 에일리언이나 아이 로봇에서 그렇듯이 주모자가 ‘회사’로 지칭될 때도 있다. 사실상의 국가권력 혹은 그 이상을 획득한 하나의 거대 기업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구도 또한 식상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두 유형을 뒤섞어 정부기관과 기업을 다 아우르는 ‘거대 음모조직’이 등장했다. 여기서는 정치와 경제, 권력과 돈 사이의 일말의 경계도 해소되고 오로지 해당 조직의 이해관계만이 절대적인 목표이자 기준으로 작용한다.한국판 음모론 �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상. 살아남은 아버지(비고 모텐슨)와 어린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은 혹한과 굶주림을 피해 남쪽으로 향한다. 마치 중세 말 흑사병이 휩쓸고 간 것처럼 눈을 씻고 봐도 사람 그림자도 찾기 힘든 그 때, 몇몇 사람들이 나타난다. 허나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인간사냥꾼들.가까스로 아들과 함께 몸을 숨긴 아버지는 꿈을 꾼다. 청아한 날씨에 아름다운 아내(샤를리즈 테론)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지만, 이내 삭막한 현실로 돌아오는 그. 따뜻한 남쪽으로 향하려 하지만, 아버지의 몸은 점점 쇠약해 가는데 … (중략)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로드. 원작은커녕 시놉시스조차 읽지 않고 본 이 영화의 첫 인상은 두려울 정도의 황량함과 메마름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광기어린 행동을 보이는 장�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이 기자 입장으로 보면 냉․온탕을 오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 측은 약 2년만에 열린 회담이라 운영이 미숙했다고 해명을 했지만 그 해명은 변명에 불과했다.